책소개
최적화된 교육이 불러온 디스토피아
AI가 학생의 학습 속도와 감정을 실시간 분석하고 알고리즘이 최적의 학습 경로를 제공한다. 인간 교사는 데이터를 검수하고, 학생은 평가 시스템 안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감정조차 연기되고 창의성은 점수화된다. 이 책은 그런 교육이 과연 '더 나은 교육'인지 묻는다.
교육 연극, 예측 불가능한 사유의 장
교육 연극은 정답을 찾게 하지 않고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수행하게 한다. 이는 하이퍼테일러리즘이 제거하는 불확실성과 실패, 질문의 경험을 복원한다. 교육 연극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질문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건’을 만드는 실천이다.
인간과 AI 사이, 연극이 여는 공간
《AI와 교육 연극》은 학교와 커뮤니티 속에서 실천되고 있는 교육 연극의 현장을 담는다. 교육 연극을 단순한 수업 기법이 아니라 교육의 의미와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 실천의 장이다. 측정 불가능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을 통해 진정한 학습의 공간을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교육을 데이터로 환원하려는 시도에 균열을 내는 이 책은, 기술 시대의 교육을 다시 사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실천의 지도를 제공한다.
200자평
AI 기반의 맞춤형 교육은 객관성과 효율을 앞세워 개인이 스스로를 끊임없이 평가하고 관리하도록 만들고 있다. 《AI와 교육 연극》은 통제된 교육 시스템에 맞서 교육 연극이 펼치는 예측 불가능한 사유와 해방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지은이
한귀은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부산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든 순간의 인문학》, 《연행을 통한 문학교육》, 《이토록 영화 같은 당신》 등을 썼고, 논문으로는 “메타극의 공연기호학적 소통 과정”, “폭력의 알레고리, 놀이·제의로의 양식화”, “미감 회복을 위한 교육연극: 잔혹미를 중심으로”, “21세기 교육연극의 정체성 모색을 위한 학제간 논의” 등이 있다. 《세계일보》, 《부산일보》, 네이버 등에 인문학 칼럼을 연재했다.
차례
알고리즘, 그 너머의 교육 연극
01 자아 전시와 자기 소멸
02 모방 욕망과 생소화 연극
03 내가 한 게 아니야, AI가 해 준 거야
04 교육을 해체하는 교육 연극
05 무지한 스승의 연극 없는 연극
06 재현할 수 없는 역사, 버바텀 연극
07 환대의 사건, 민속지극
08 아이러니스트의 승패 없는 토론극
09 MBTI 페르소나를 가로지르는 연극
10 증상의 연극, 상징화와 핫시팅
책속으로
AI 시대 학생 또한 자신의 담론, 과제 등을 자기 스스로 비평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무지한’ 상태를 유지하고 학생 스스로 자신의 담론을 비평하게 하는 것이다. 학생이 AI와 함께 수행한 과제물에 대해서도 자기 스스로 비평적 메타 텍스트를 구성하면서 이를 낭독 퍼포먼스로 연행할 수 있다. 단지 ‘발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시공간에서 다른 학생들과 그 담론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말’을 자신이 들으면서 다시 재비평의 기회를 갖게 된다. 다빈치의 거울이 시각적 왜곡을 통해 그림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면, 낭독 퍼포먼스는 텍스트를 ‘시간 속에서’ 다시 경험하면서 해석하게 만든다.
-05_“무지한 스승의 연극 없는 연극” 중에서
버바텀 연극은 역사의 스펙터클화에 저항한다. AI가 역사적 사건을 정밀하게 복원할 때, 그 사건을 복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그 역사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역사 교육의 공간은 VR 속의 정밀한 3D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배우가 침묵하는 무대, 낭독을 하다 말고 멈춰 버리는 학생이 있는 빈 공간일 것이다.
-06_“재현할 수 없는 역사, 버바텀 연극” 중에서
인간과 인간 사이의 환대가 기계적이 된다는 것은 형식적인 친절함이 증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환대가 ‘결정’의 영역이 아니라 ‘예측’의 영역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언제든 서로를 환대할 수 있지만 그 환대가 정말 ‘나의 것’인가 하는 질문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AI적 환대에 익숙해지면 질수록 환대의 ‘거리’는 사라지고, 환대의 필요성조차 망각하게 된다.
-07_“환대의 사건, 민속지극” 중에서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개인은 더욱 AI에게 ‘말’을 걸겠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자아의 반복, 반향일 뿐이다. AI와의 대화가 강화될수록 타자성의 목소리는 희미해질 것이다. 교육 연극은 이런 타자성을 되살린다. 주체는 이해받기 위해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해될 수 없는 자신을 견디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자신을 규정짓지 않을 때 타자의 가능성 또한 한정 짓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보조 자아 기법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타자성을 위한 정치적 공간으로 확장된다.
-09_“MBTI 페르소나를 가로지르는 연극”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