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정교사(Hofmeister)’는 원래 궁정에서 영주의 자녀를 맡아 교육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18세기 들어서는 귀족과 일부 부유한 시민계급 사이에서도 자녀 교육을 위해 가정교사를 고용하는 일이 흔해졌다. 교육은 주로 소시민 출신 지식인들이 맡았다. 이들은 나중에 고용주인 귀족들의 추천을 통해 행정부 요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칸트, 빌란트, 헤르더, 횔덜린, 헤겔을 비롯한 당대 독일 지식인 상당수가 가정교사를 지냈다.
여기에는 부작용도 따랐다. 일관된 교육관도 없이 공교육을 불신하고 사교육만 선호하는 귀족들의 허영 때문에 폐단이 생겼다. 입신을 위해서는 귀족에게 예속될 수밖에 없는 가정교사들의 처지도 문제였다. 이들은 집안에서 하인과 같은 대우를 받았고, 제때 정당한 보수도 받지 못했다. 렌츠는 18세기 독일의 이러한 사교육 현실을 풍자하기 위해 작품을 썼다. 작가 자신이 가정교사로서 귀족 자녀를 수행하면서 실제로 겪은 일이 소재가 되었다.
목사 아들 로이퍼는 대학을 졸업하고 소귀족의 가정교사가 된다. 귀족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쓰지만 보수는 깎이고 지위는 그댁 하인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귀족의 딸을 임신시킨 로이퍼는 그곳을 떠나 정체를 숨기고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지낸다. 그는 결국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거세를 감행한다. 브레히트는 이 극에 묘사된 상황을 ‘독일적 참상’이라 표현하며 <가정교사>를 실러의 <군도>에 비견할 만한 작품으로 평했다.
200자평
18세기 독일의 사교육 현실을 풍자한 작품이다. 많은 지식인들이 귀족 집안 가정교사를 거쳐 입신하기를 희망했지만 귀족들은 그들을 하인처럼 대했고 보수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렌츠가 가정교사 시절에 겪은 실화를 소재로 썼다. 뒷날 브레히트는 이 작품을 실러의 <군도>와 함께 ‘독일적 참상’을 다룬 극으로 평가했다.
지은이
야코프 미하엘 라인홀트 렌츠(Jakob Michael Reinhold Lenz)는 1751년 1월 12일 리브란트의 제스베겐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도르파트와 쾨니히스베르크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나 곧 문학으로 전향했다. 1771년 쿠를란트(Kurland) 귀족 둘과 동행해 가정교사(통역 겸 동행자)로 슈트라스부르크에 갔는데, 이곳에서 헤르더와 괴테를 알게 된다. 그리고 완전히 괴테에게 매료된다. 괴테가 슈트라스부르크를 떠난 뒤 렌츠는 제젠하임의 프리데리케 브리온-괴테의 옛 연인-을 사랑하게 되었으나, 그녀의 부모가 그를 거절한다. 1776년 괴테를 따라 바이마르에 자리를 잡으려고 하지만, 안정되지 못한 성격 때문에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으로 곧 바이마르를 떠나야 했다. 오랜 방황 끝에 에멘딩겐에서 괴테의 처남인 요한 게오르크 슐로서의 집에 기거하게 된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했으나 실현하지 못했고, 스위스에서 요하나 카스파 라바터의 손님으로 묵는다. 1778년 겨울에 광기로 인한 심한 발작이 있었다. 슈트라스부르크를 거쳐 다시 에멘딩겐의 슐로서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고 증세가 호전되었다. 1779년 형에게 이끌려 고향으로 돌아간다. 안정된 일자리를 얻으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했지만 허사로 돌아가고 1792년 5월 24일 모스크바에서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다.
옮긴이
김미란은 서울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논문 <브레히트 희곡에 사용된 속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뮌헨대학교에서도 수학했다. 청주대학교를 거쳐 1981년부터 숙명여자대학교에서 30년간 교수로 재직했고, 독일 쾰른대학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독일언어문화학과 명예교수다. 지은 책으로 ≪탈리아의 딸들-현대 독일 여성 드라마 작가≫, ≪독일어권의 여성 작가≫(공저), ≪한독 여성 문학론≫(공저), ≪독일어권 문화 새롭게 읽기≫(공저)가 있고,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모테카트의 ≪현대 독일 드라마≫, 로트의 ≪나귀 타고 바르트부르크 성 오르기≫, 베데킨트의 ≪눈뜨는 봄≫, 라 로슈의 ≪슈테른하임 아씨 이야기≫, 호르바트의≪피가로 이혼하다≫, ≪우왕좌왕≫, 렌츠의 ≪군인들≫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소령: 양심이 있다면 더 이상 요구하지 못할 걸세. 이전 사람은 250을 받았는데 신처럼 만족했지. 맹세하지만, 그는 학자인 동시에 예법도 아는 남자였다네. 온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 추천서를 써 주었지. 그러니 선생, 내가 이러는 건 순전히 선생 아버님에 대한 우정 때문이네. 또 자네를 위한 것도 되지. 만약 자네가 아주 순종하면, 내 장차 자네가 행복도 얻게 해 주지. 안심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