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강민숙의 작품은 우리가 현실 속에서 직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를 풀어낸다. 성적 위주의 생활 태도에 대한 비판, 죄의식과 극복 방안, 둘째의 설움, 학교 폭력에 대한 경계심, 독거노인, 가정 학대와 이웃의 무관심, 죽음을 대하는 자세, 생명 경시 풍조, 남아 선호 사상 및 시집살이, 파양 등 사회문제에 대한 소재와 주제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무거운 소재와 주제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작품 속에 녹아나 있어 이 작품을 읽는 어린이들이 현실 세계의 어려운 면을 수준에 맞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 인간 삶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어린이들에게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혜안을 마련해 준다.
학력 위주의 생활 태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는 <나, 사춘기 되기 싫어!>가 있다. 사춘기라는 성장통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공부만 잘하면 무엇이든 용서가 되고 부모가 자식의 성적을 우선으로 여기는 요즘 생활 풍토에 대한 문제를 동생 예성이의 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해 대처하는 자세를 다룬 작품으로는 <고무줄 새총>, <무화과나무가 있는 뜨락>이 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에서는 아이들이 잘못에 대처하는 데 상반된 모습을 드러낸다. <고무줄 새총>의 아이는 용기 있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잘못했을 때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친다. 반면 <무화과나무가 있는 뜨락>에서 아이들의 잘못으로 경직된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해 표현했다. 웃음으로 녹여내어 아이들이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게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을 해결하는 자세는 <화풀이 인형>에서 나타난다.
독거노인의 문제점을 형상화한 작품으로는 <할머니와 손수레>가 있다. 독거노인의 쓸쓸함과 외로움이 잘 드러나고 있어, 독자들에게 주위의 소외 계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들을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가정 학대와 이웃의 무관심 문제는, 밤마다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밤도깨비로 불리는 아랫집 여자의 이야기 <외로운 밤도깨비>에서 나타난다.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가정 학대로 힘들어하는 사람의 심정에 공감하고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갖게 한다.
<꽃샘바람 부는 언덕>은 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생명 경시 풍조는 <늦둥이>에서도 나타난다. 생명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주제로 제시한다.
남아 선호 사상 및 시집살이를 다룬 작품으로는 <무지개를 타고 간 아이>가 있다.
<호랑지빠뀌>는 파양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입양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알아보고, 입양의 책임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200자평
강민숙은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며 동화작가가 되었다. 그는 현실 속에서 직면한 삶의 문제를 다루어 어린이들이 현실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혜안을 갖출 수 있도록 동화를 창작했다. 이 책에는 타인에 대한 원망을 해결하는 자세를 그린 <화풀이 인형> 등 13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강민숙은 1948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82년 사임당의 날 전국 주부 백일장에 나가 수필 부문에 당선된 후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 다음 해인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었다. 1984년에는 본격적으로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서른여섯 살에 서울예술전문대학(현 서울예술대학)에 편입해 소설을 전공했다. ≪은총이와 은별이≫, ≪또 다른 내 동생≫ 등 동화집 20여 권을 펴냈다.
해설자
서민정은 1975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전석봉초등학교의 교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교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학위논문으로는 <가치수용적 심미 체험을 위한 문학 교육 연구>(2011), <문학 비평 교수 – 학습 방안 연구>(2007)가 있다.
차례
작가의 말
고무줄 새총
무지개를 타고 간 아이
울보 공주
꽃샘바람 부는 언덕
할머니와 손수레
외로운 밤도깨비
무화과나무가 있는 뜨락
늦둥이
화풀이 인형
깜찍이와 애기붓꽃
나, 사춘기 되기 싫어!
다롱이
호랑지빠귀
해설
강민숙은
서민정은
책속으로
1.
할머니는 하얀 고무신을 찾아 신고 골목으로 내려섰습니다. 전봇대에 기대고 서 있던 손수레가 할머니를 보자 반갑게 맞아 줍니다.
할머니는 손수레를 가만히 쓰다듬어 봅니다.
지난 3년 동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할머니를 도와주던 손수레였습니다. 손수레는 마치 ‘할머니, 뭘 도와 드릴까요?’ 하고 묻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네가 자식보다 낫구나.’
할머니는 손수레를 가만히 끌어안았습니다.
<할머니와 손수레> 중에서
2.
나는 새롬이에게 화나는 일이 있을 땐 마음속에 담아 두지 말고 꺼내서 훌훌 털어 버리라고 했어요. 그 말은 어쩜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지만요.
“그렇게 될까?”
“내가 네 얘기 다 들어 줄게.”
“정말?”
“정말이고말고….”
“알았어. 그럼 이제부터 이렇게 하는 거야. 화가 날 땐 화풀이 인형을 때리는 대신에 너한테 얘기하기.”
“좋았어. 나도 그럴게.”
우린 새끼손가락을 걸며 꼭꼭 약속했어요.
그러고 나서 화풀이 인형을 보았어요.
화풀이 인형이 내게 고맙다고 눈짓했어요.
<화풀이 인형> 중에서
3.
“엄친 아주머니, 저 사춘기 예방약 주세요.”
“사춘기 예방약?”
“예, 우리 막내 삼촌이 그 약 미리 먹으면 사춘기 안 한 대요.”
<나, 사춘기 되기 싫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