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김우경은 자신이 아프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욱 깊었다. ≪선들내는 아직도 흐르네≫는 우리 겨레 근현대사에서 짓밟히면서 살아온 가슴 아픈 사람들, 그 가운데서도 일제시대 징용으로 끌려갔던 동네 할아버지와 종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이웃 동네 할머니 이야기를 담아냈다.
김우경은 이야기의 소재가 무엇이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아이들한테 소곤소곤 들려준다. 초기 작품은 큰 소리가 아니라서 선뜻 들리지 않는다. 마치 들길을 걸어가면서 살랑이는 풀잎들한테 눈짓으로 자기 마음을 고백하는 것 같다.
김우경 동화에는 ‘사람 때문에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다. 나아가 그 생명들이 다시 살아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어서 날아봐>에 나오는 깃동잠자리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가 물웅덩이에서 태어났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 오염되어서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깃동잠자리는 목숨을 걸고 도시를 벗어나 깨끗한 물을 찾아 날아간다. 지쳐 쓰러진 깃동잠자리를 구해서 다시 날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게 바로 어린아이들이다. “어서 날아 봐”라며, 아이가 작은 입을 오므려 깃동잠자리 날개를 후후 불자 축 늘어져 있던 깃동잠자리가 파란 하늘로 다시 날아올랐다. 작가는 “아이의 맑은 눈 속을 날고 있는 것 같았”다며 이야기를 맺는다. 잠자리 이름 하나라도 정확한 이름을 살펴서 쓰고, 동심이 살아 있는 어린이들이 생명을 살리는 세상을 열어 나가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초기 단편이나 중편과 달리 장편을 쓰면서 김우경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구촌에서 사람과 다른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그 책임을 사람이 져야 한다고, 우리 어린이들이 그런 세상을 만드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김우경 작품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특성으로는 우리 겨레가 창조해 온 옛날이야기를 잘 활용하면서 그 전통을 새롭게 이어받았다는 것과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과 말법을 잘 살려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일이와 수일이≫에서는 쥐가 주인공 손톱을 먹고 사람으로 둔갑한 고대소설 옹고집전을 차용해서 전혀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현대 동화로 바꿔 냈다. ≪검정소금 붉은도깨비≫를 비롯한 다른 여러 작품에서도 신선이나 도깨비나 동굴 속 마을이나 땅속 나라 이야기 같은 옛날이야기를 중간중간 알맞은 자리에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변용시켜서 차용하고 있다.
우리 한국 어린이문학사에서 김우경은 누구보다 순수한 ‘삶의 본질과 진실에 대한 가치를 추구’했고, ‘치열한 현실 인식과 비판 의식’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도와줬다. 나아가 이러한 자기 사상을 어린이들이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의인동화’, ‘판타지’, ‘우화’, ‘역사동화’ 형식을 적절하게 활용했고, 특히 말년에 쓴 판타지 장편 두 편은 한국 어린이문학사에서 소중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한국형 판타지라고 할 수 있다.
200자평
김우경은 누구보다 순수한 ‘삶의 본질과 진실에 대한 가치를 추구’했고, ‘치열한 현실 인식과 비판 의식’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도와줬다. 그의 동화는 우리 겨레가 창조해 온 옛날이야기를 잘 활용하면서 그 전통을 새롭게 이어받았으며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과 말법을 잘 살려냈다. 이 책에는 중편 <우리 아파트> 외 3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김우경은 1957년 경남 산청군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경기(京基)다. 1989년 부산문화방송 신인 문학상 모집에 투고한 <다롱이의 겨울나기>가 가작으로 당선되었다. 1990년에는 계몽사 아동문학상에 <앓아누운 용>이 당선되고, 1991년에는 경향신문사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날개를 얻은 먹보>가 당선되었다. 1993년에는 <까치 소리>로 제12회 새벗 문학상을 수상했다. 오랜 투병 끝에 2009년 세상을 떠났다. ≪우리 아파트≫, ≪머피와 두칠이≫, ≪수일이와 수일이≫ 등을 펴냈다.
엮은이
이주영은 1955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춘천교육대학과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원 생활을 하다가 2011년 교장으로 명예퇴임을 했다.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3년 현재 경민대학교 독서콘텐츠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1989년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결성에 참여했고, 2010년부터 회장을 역임하면서 ≪어린이문학≫을 발행하고 있다. 저서로 동화 ≪삐삐야 미안해≫, 인문학 ≪이오덕,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 ≪이오덕 어린이문학론≫(전자책),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전자책), ≪책 사랑하는 아이, 부모가 만든다≫(전자책) 등이 있다.
차례
우리 아파트
어서 날아 봐
토끼 대왕
반달곰이 길을 가다가
해설
김우경은
이주영은
책속으로
“엄마가 밉니?”
“네. 우리 엄마가 아닌지도 몰라요.”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왜 엄마가 미운데?”
“동생 때문이에요. 엄마는 엄마가 낳은 동생만 좋아한단 말이에요!”
사슴은 다시 울기 시작했어요.
“후후, 네 엄마는 너도 낳으셨단다.”
“아저씨가 봤어요? 봤어요?”
“아니, 보지는 않았지만.”
“거 보세요. 나도 못 봤어요. 그렇지만, 내 동생 낳는 건 봤단 말이에요.”
-<반달곰이 길을 가다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