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알타이인은 거주 공간에 따라 알타이 키지인과 텔렌기트인은 남알타이인으로, 투발라르인, 쿠만딘인, 첼칸인은 북알타이인으로 분류된다. 이 민족들은 1990년대 초까지는 튀르크계의 알타이어를 사용하는 하나의 민족인 알타이인으로 알려졌으나, 2000년대에 텔렌기트인, 첼칸인, 쿠만딘인, 투발라르인은 고유 언어와 문화를 지닌 독립된 민족으로 인정되어, 러시아 정부에서 지정한 ‘시베리아 소수원주민 목록’에 포함되어 전통 문화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01년에 ‘알타이공화국 제민족 총회’가 창설되었고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알타이인의 수는 7만9천여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 중 알타이 키지인은 6만 7천여 명, 텔렌기트인은 3700명을 차지한다.
알타이에는 수많은 전설과 신화, 민담이 전승되고 있다. 특히 용맹스러운 인간의 영웅적인 행적과 정령과의 조우를 주제로 한 영웅서사시가 노래의 형식으로 전승되고 있는데, 이를 ‘카이’라고 한다. ‘카이’를 실연하는 사람인 ‘카이치’는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로 알타이인의 존경을 받는다. 알타이인은 정령이 ‘카이’를 듣는 것을 좋아해서 사냥꾼이 ‘카이’를 부를 줄 알면 많은 수확물을 얻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알타이 설화에는 사냥꾼 주인공이 ‘카이’를 부르고 노인의 형상을 한 정령이 사냥꾼의 노래를 경청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이 책에서는 용사 알립 마나시가 사악한 칸을 죽이러 떠났다가 곤경에 빠지고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지만, 애마의 도움으로 곤경에서 벗어나 사악한 칸을 물리치고 자신을 배신한 친구를 응징한다는 이야기 영웅담 <알립 마나시>, 누이동생이 오빠가 사냥을 간 사이 불을 꺼뜨려 노파로 변신한 괴물에게 불씨를 구해 오다가 잡혀 먹힐 위험에 처하자, 오빠가 괴물로부터 누이동생을 구한다는 내용의 <오누이>, 늑대의 보살핌을 받아 칸의 딸과 결혼하는 아루 만다이의 모험을 그린 <황금 새 알틴 쿠츠카시>, 붉은 여우가 기지를 발휘해 가난한 청년을 칸의 딸과 결혼시킨다는 이야기 <중매쟁이 여우> 등 총 42편의 남알타이인 설화를 소개한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이경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하고,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비노그라도프대학원에서 의미통사론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논문으로는 <어휘ᐨ통사 층위에 나타나는 언어문화적 변이>, <담화연결어의 의미와 기능>, <언어적 세계상에서의 놀이와 도박> 등이 있으며, 저·역서로는 ≪도박하는 인간≫(공저), ≪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공역), ≪셀쿠프인 이야기≫, ≪토팔라르인 이야기≫, ≪시베리아 타타르인 이야기≫, ≪네기달인 이야기≫, ≪예벤인 이야기≫, ≪울치인 이야기≫ 등이 있다.
차례
알타이 키지 설화
알립 마나시
유스큐제크와 알틴 차치
사리 칸
큰 사슴의 울분
욕심 많은 들꿩
보리 낟알
회색 참새
멋진 옷을 입게 된 다람쥐
무서운 손님
인색한 개구리
박쥐가 밤에만 나는 이유
공작새의 아내
사르탁파이
오누이
토르코 차차크
행복한 리스투
황금 잔
중매쟁이 여우
백 가지 지혜
암소와 별
곰 아저씨
녹색의 신 쿠르가미시
쿠얀
황금 새 알틴 쿠츠카시
질 켈
해와 달이 인간을 구한 이야기
일곱 형제
용사 바부르간이 산이 된 이야기
텔레츠코예 호수에 관한 전설
텔레츠코예 호수가 ‘황금 호수’로 불리게 된 이야기
쥐와 낙타
미식가 사향고양이
짐승 마아니의 아이들
오래된 옛날이야기
텔렌기트 설화
비야강과 카툰강
카투 야리크
암염소 알미스
알미스에게서 태어난 아기
아부움 포오옴
낙타 이름으로 불리는 골짜기
사냥꾼과 알미스
곰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하루는 사냥꾼이 아내에게 저녁 늦게 사냥에서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평소처럼 짐을 꾸려 나갔다. 사냥꾼은 나무 뒤에 숨어 아내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아내가 집에서 나와 물을 길으러 우물로 갔다. 그때 남편이 집 안으로 들어가 식탁 밑에 숨었다. 아내는 집으로 물을 가지고 와서 솥에 붓고 불에 얹었다. 그러고 나서 칼을 가져왔다. 아내는 칼로 발뒤꿈치와 발톱을 잘라 솥에 던졌다. 그러자 그것은 고기로 변했다. 그런 다음 아내는 정수리에서 머리카락을 뽑아 식탁에 놓았다. 머리카락은 빵으로 변했다. 그리고 가슴에서 젖을 짜 그릇에 가득 부었다. 그 모든 것은 진짜 음식으로 보였다.
<암염소 알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