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의통략≫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선 시대 많은 당론서 가운데 소론 중심으로 저술된 당론서다. ≪당의통략≫이 소론 중심으로 저술된 이유는 저자 이건창의 가족 배경과 관련이 있다. 이건창은 전주 이씨 덕천군파로, 그 중조선 시대 붕당이 생긴 이후 활동하던 주요 인물로는 이경직과 이경석이 있다. 이들은 사림(士林)이 남인과 서인 등으로 나누어졌던 시기에 서인계로 활동하던 인물들이다. 이 가운데 이경석은 인조 대에 발생한 병자호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신변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청태종공덕비(이른바 삼전도비)의 비문을 작성한 것으로 후일 송시열 등에게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어 활동하던 시기 이건창의 선대는 주로 소론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진유, 이진검, 이광사, 이광의, 이광덕, 이긍익 등 면면을 보면 당대 정치나 학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영조 대 중반 이후 노론 주도의 정치적 상황이 되면서 소론 당색을 가진 저자의 가문은 결국 정치적으로 쇠락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으로 실추된 전주 이씨 이건창 가문의 선대는 이후 강화도로 이주해 이곳을 중심으로 성행하던 양명학과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건창은 이 책을 쓰면서 다른 당론서에 비해 대체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바로 이 점이 고전으로서 ≪당의통략≫을 추천하는 이유다. 인조 때 서인 김상헌과 남인 이계의 일을 언급하면서 김상헌으로 말미암아 이계가 극형을 받았으나 이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남인 측의 입장을 서술한 것이나, 자신의 선조인 이진유와 관련된 서술에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저자 스스로 ‘본인의 생각 일부를 보태어’ 편찬했다고 진술하고는 있으나, 이같은 객관적 서술은 ≪당의통략≫을 다른 당론서에 비해 높이 평가할 수 있게 하는 요소다.
이런 객관적 서술을 통해서 우리는 조선 시대 정치사에 대한 사실을 얻을 수 있다. 현재의 입장에서 볼 때 조선 시대 정치사에 대한 이해가 그 자체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정치 등 여러 상황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거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의통략≫의 의의가 충분하다. 역사를 ‘거울 감(鑑)’자로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처하는 지식인의 고뇌를 느낄 수 있게 한다.
200자평
선조 대에 발생한 동인과 서인의 분당(分黨)부터 영조 대까지 약 180년간의 당쟁의 역사를 편찬했다. 이건창의 출신 가문과 정치적 행보 때문에 소론 중심의 당론서로 평가받지만,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한다. 우리는 조선 시대 정치사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정치 상황을 반추해 볼 수 있다.
지은이
1852년(철종 3) 강화도 사기리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전주고, 자는 봉조(鳳朝, 鳳藻), 호는 영재(寧齋)로, 그의 조부는 병인양요 때 자결한 이시원이다. 당대의 대표적인 문장가인 강위(姜瑋), 김택영(金澤榮), 황현(黃玹) 등과 교류했으며 조선시대 마지막 문장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두루 관직을 역임했으며, 1875년에는 충청우도 암행어사가 되어 충청감사 조병식(趙秉式)의 비행을 낱낱이 들춰내다가 도리어 모함을 받아 벽동(碧潼)에서 유배 생활을 하기도 했다. 관리 생활을 하면서는 강직한 성품으로 평가받았다. 강화학파의 일원으로 양명학자이기도 하다. 개화를 뿌리치고 철저한 척양척왜주의자(斥洋斥倭主義者)로 일관했다. 저서로는 ≪명미당집(明美堂集)≫, ≪당의통략≫ 등이 있다.
옮긴이
국민대에서 <조선후기 영조 대 탕평파의 국정운영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재직하고 있다. 주된 관심사는 조선후기 정치사 내지는 정치사상사로, 특히 국정을 주도한 관료층의 동향이나 경세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한 조선시대 문헌인 ≪승정원일기≫나 ≪비변사등록≫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그 역사적 성격 해명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대중과의 소통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 조선왕조사≫와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 사전≫, 그리고 우리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위한 시론적인 작업으로 ‘우리 역사문화의 갈래를 찾아서’라는 주제 하에 안동문화권, 경주문화권, 지리산문화권 등을 연구한 공동작업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자서(自序)
선조조·광해조를 부기함(宣祖朝附光海朝)
인조조에서 효종조(仁祖朝至孝宗朝)
현종조(顯宗朝)
숙종조(肅宗朝)
영종조(英宗朝)
원론(原論)
당의통략발(黨議通略跋)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자신을 이기는 데 용감한 것을 ‘굳세다[剛]’라고 하는 것인데 지금은 남을 맹렬히 책망하는 것을 ‘굳세다’고 하고, 이성으로써 욕심을 이기는 것을 ‘굳세다’고 하는데 지금은 힘으로 남을 굴복시키는 것을 ‘굳세다’고 하니 이것은 또한 진실로 ‘굳센 것’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103쪽
대체로 마음은 한 치 가슴 속에 감추어져 있고 말은 깜짝할 사이에 나오는 것으로, 마음은 허물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혹 다 보지 못하고, 말은 실수가 있더라도 또한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글이란 그렇지 못하여 한 번 먹물로 종이에 쓰면 오래도록 멀리 전해져서 이미 가리거나 마멸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1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