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만인>, 도덕극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작품
<만인>은 15세기 말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에서 발전한 도덕극이라는 독특한 연극 장르의 대표적 작품으로서,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마지막 영적 여정을 우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인물들의 성격화와 여행이라는 내러티브 구조,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연극적 효과에 있어서 현존하는 도덕극 계열의 작품들 가운데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이 우화극은 우리네 인생의 이면, 곧 인간 영혼의 참모습을 소극(笑劇)적 요소와 장엄한 숭고미를 함께 담아내는 특이한 형식을 통해 웃음과 감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공을 초월한 ‘만인’의 모습을 희화적·성찰적으로 투영하고 있는 중세 연극 <만인>은 이를테면 ‘어른을 위한 동화’로서 그 현대적 의의를 획득한다.
<빌라도의 죽음>, 계몽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제시한 탁월한 성경극
14세기 초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빌라도의 죽음>은 도덕극 이전 영국 중세 연극의 지배적 형태였던 성경극에 속한다. 하지만 성경의 에피소드를 극화한 전형적인 성경극과는 달리 민속적인 상상력과 환상적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소극이다. 이 극은 예수의 생애와 통치 기간이 겹쳐지는 로마의 2대 황제 티베리우스가 겪는 질병과 치유에 관한 에피소드와 빌라도의 죽음으로 인해 빚어지는 갖가지 소동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이 극은 역사와 신화, 신비와 사실(寫實), 경외(敬畏)와 외설이 대칭적으로 공존하고 있어 중세 종교극의 계몽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제시하는 탁월한 사례로 평가된다.
200자평
중세 영국 연극의 두 가지 전통인 성경극과 도덕극의 대표작을 한 권에 담았다. 15세기 말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인>은 도덕극의 대표적 작품으로,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영적 여정을 그리고 있다. 14세기 초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빌라도의 죽음>은 로마의 2대 황제 티베리우스가 겪는 질병과 치유를 중심으로 베로니카와 빌라도가 등장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 두 작품은 세속적 삶의 진창에서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에게 시공을 초월한 교훈과 감동을 던져준다.
옮긴이
강태경은 198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1997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셰익스피어와 영국 르네상스 연극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셰익스피어 당대 연극의 사회문화사와 현대 셰익스피어 공연들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 왔으며, 드라마투르그로서 국내 셰익스피어 공연들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현대 영미 드라마에 대한 공연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0년에는 <Enter Above: 셰익스피어 사극에 있어서 시민들의 자리>로 제3회 셰익스피어학회 우수논문상을, 2003년에는 <누가 나비부인을 두려워하랴: 브로드웨이의 <엠. 나비> 수용 연구>로 제12회 재남우수논문상(한국영어영문학회)을 수상한 바 있다.
1998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00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강의 우수 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영어영문학회 편집위원 및 현대영미드라마학회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희곡의 연출적 독서: <밤으로의 긴 여로>를 분석 모델로≫, ≪<오이디푸스 왕> 풀어 읽기≫, ≪현대 영어권 극작가 15인≫(공저), ≪셰익스피어/현대 영미극의 지평≫(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리처드 3세≫,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서양대표극작가선≫(공역)이 있다. 지금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인문학 저술 연구 지원을 받아 ≪브로드웨이 <에쿠우스>의 문화사: 질풍노도 그 이후≫를 집필 중이다.
차례
해설
만인
빌라도의 죽음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너, 쾌락과 유혹에 즐거워하는 자여
그대는 나를 저주의 길로 인도해 왔으니
이제 채찍의 형벌을 받을지어다.
연옥 불의 날카로운 혀로부터 나를 구하기 위해
나는 고행을 통해 깨끗케 하는 물의 세례를 받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