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3부작으로 이루어진 ≪금 양모피≫
≪금 양모피≫는 1818년에서 1820년까지 프란츠 그릴파르처가 쓴 비극이다. 이 희곡은 규모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그의 가장 방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빈객>, <아르고호 선원 원정>, <메데이아>의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콜키스에서 금 양모피를 약탈하는 아르고호 선원의 모험담과 메데이아와 이아손의 이야기는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에우리피데스에서 코르네유, 그릴파르처와 크리스타 볼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개작되었다. 두 남녀의 근원적 갈등을 다루고 있는 이 비극은 문학 외에도 수많은 영화와 음악, 회화의 소재가 되며 유럽 정신세계에서 이 신화가 갖는 의미를 묻고 있다.
<메데이아>의 단독 공연
초연은 1821년 3월26일과 27일에 빈의 호프부르크 극장에서 이루어졌는데, 당시 유명 배우인 조피 슈뢰더가 메데이아 역을 맡았다. 이 3부작은 <사포>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1822년 <메데이아>만이 빈에서 공연되었는데, 이로써 제3부만 단독으로 공연되는 관행이 굳어졌다. <메데이아>에서는 이아손과 메데이아의 결합을 통해 벌어지는 갈등이 전면에 놓이며, 신화적 주제인 금 양모피 이야기는 배경에 놓인다. 희곡의 발단은 제1부와 제2부의 사건들로 나타나는데, 드라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메데이아> 이전의 줄거리를 소개해 놓았다.
200자평
국내 초역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예술 장르의 소재가 되어온 그리스 신화 속 ‘메데이아’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 책은 메데이아의 여느 개작들과 달리 단순한 메데이아의 성격비극을 넘어서서 그릴파르처의 철학적 인식과 세계관이 삽입되어 있다. 이 작품은 인간은 운명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 지배를 받게 된다고 보는 ‘운명극’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 가운데에서 가장 염세적이며 절망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운명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인의 어쩔 수 없는 체념과 절망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지은이
프란츠 그릴파르처는 19세기 오스트리아의 가장 뛰어난 극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1791년 빈에서 태어났다. 그릴파르처는 빈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한 뒤, 생애의 대부분을 공직에서 보냈다. 1814년 국세청의 세무사로 시작해 1818년 재무부의 사무관, 그 뒤 재무부 문서국의 국장이 되었으나, 더 이상 승진이 되지 않자 1856년 공직에서 은퇴했다. 그릴파르처의 일기장과 자서전에는 자기 자신과 합일을 이루지 못하고 갈등하는 영혼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처럼 고뇌하며 일생을 산 사람이 전무하다 할 정도로 그는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작가였다. 이 양면성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이반과 분열의 고통을 겪었는데, 이것이 그의 인생과 작품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일생 동안 정신과 영혼, 안정과 격정, 자기 보존과 자기소외의 끊임없는 긴장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는 또한 일생 동안 자기 자신에 매달려 스스로를 분석한 자기관찰자였다. 극도의 자기관찰로 인해 자기혐오에 빠진 그릴파르처는 자기혐오자의 숙명으로 남을 사랑할 수 없는 운명에 시달려야 했다. 따라서 그릴파르처의 작품에는 사랑의 힘을 평가절하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사랑으로 인해 인간은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소외당하며, 그리하여 그릴파르처에게 사랑은 어두운 숙명적인 힘으로 묘사된다. 그릴파르처의 괴로운 삶의 구원은 문학과 음악이었다. 그에게 최고의 진리는 문학예술이었으므로 어두운 삶과 현실로부터의 도피처는 문학예술이었다. 실제의 삶은 우연이 많고 일관성이 없으며 그림자처럼 허망하기 때문에 그는 예술로 도피한 것이다. 예술은 그에게 삶이 거부한 것을 충족시켜 주며 보상해 주었다. 예술가는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삶으로부터 떨어져 고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기 때문에, 그릴파르처는 삶을 희생하고 자신 문학 창작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옮긴이
윤시향은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논문 <브레히트의 반파시즘연극 연구>(1991)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브레히트의 연극세계≫(공저),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공저), ≪독일 문학의 장면들-문학, 영화, 음악 속의 여성≫(공저), ≪15인의 거장들-독일어권 극작가 연구≫(공저), ≪서사극의 재발견≫(공저), ≪유럽 영화예술≫(공저), ≪소리≫(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클라이스트≫, ≪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시체들의 뗏목≫ 등이 있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 한국여성연극인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연극학회 편집위원, 한국뷔히너학회 편집위원, 한국I.T.I. 감사, 한국공연예술원 이사 등을 지냈으며 연극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 원광대학교 유럽문화학부와 공연·영상학 연계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원광대 문화콘텐츠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당신이 쟁취하려고 했던 이 표시를 아시겠어요?
이것이 당신에게는 명예이며 행복처럼 보였나요?
지상의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그림자지요!
지상의 명예란 무엇일까요? 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