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배우 겸 작·연출가로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동시대 연극인 레오노르 콩피노의 2015년 작품이다. 언젠가 거리에서, 버스에서, 가게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한참 관찰하던 그녀는 그들의 얼굴에서 어린시절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선 그녀는 자신 역시 아이 적 모습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신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런, 내 속에 있는 아이도 사라지고 있는 중이구나.” ≪벨기에 물고기≫는 어른이 되면서 지워져 버린 아이 적 모습을 불러들이는 그녀의 놀이에서 출발했다. 어른들을 위한 환상 동화다.
극은 그랑드 므시외가 호숫가에서 10대 소녀 프티 피유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신을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의문의 열 살 소녀 프티 피유와 외부세계로부터 스스로를 철저히 고립시켜 살아 온 40대 남자 그랑드 므시외가 한 공간에서 여러 날 함께 지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장면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과거와 상처가 드러난다. 극은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고 고립되었던 두 인물을 통해 “남과 다를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몰리에르상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여배우상을 수상하며 작가에게 유명세를 안겼다. 그녀는 여러 매체에서 영향을 받아 이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200자평
프랑스 신진 여성 극작가이자 배우인 레오노르 콩피노가 2015년 발표한 작품이다. 사실적이면서도 동화 같은 2인극으로 프랑스 초연 이후 주목을 받았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었던 두 인물이 우연히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남과 다를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은이
레오노르 콩피노(Léonore Confino, 1981~)는 프랑스 극작가이자 여배우다. 2001년에 ADAMI의 ‘젊은 재능’에 발탁되어 연출가 니엘 아레스트뤼와 아비뇽에서 체호프 작품을 공연한다. 이후 여러 유명 연출가 밑에서 다양한 공연을 한다. 2002년부터 즉흥 연극 전문 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극작을 시도한다. 2009년에 배우, 극작가로서 ‘자국을 만드는 극단’에 들어간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극작을 시작해 커플에 대한 이야기인 <링>을, 2010년에는 노동과 직장인에 대한 이야기인 <빌딩>을 쓴다. 이 극단의 연출가 카트린 쇼브가 그녀의 희곡들을 차례로 전부 공연하게 되면서 작가의 존재가 점차 알려지게 된다. 카트린 쇼브 연출의 <빌딩>은 2011년에 ‘연극 대상’을 받는다. <링>과 <빌딩>은 각각 ‘왕자의 눈’ 출판사에서 출간된다. <링>은 2014년 몰리에르 작가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다. 2012년에 발표한 <서로서로에게>는 유명 배우 아녜스 자우이 주연으로 파리 마들렌 극장에서 공연된 바 있다. 2015년 5월에는 청소년을 소재로 한 <다른 이야기 합시다>가 공연되었으며, 9월에는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동화 같은 2인극 <벨기에 물고기>가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마르크 라부안과 여배우 제랄딘 마르티노에 의해 페피니에르 극장에서 초연되어 큰 주목을 받는다. 이 작품은 지금도 계속 공연 중이며 악트쉬드 출판사에서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옮긴이
임혜경은 숙명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프랑스 몽펠리에 제3대학, 폴 발레리 문과대학에서 로트레아몽 작품 연구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 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문과대 학장을 지냈다. 전 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 전 프랑스문화예술학회 회장을 지냈다.
‘극단 프랑코포니’(2009년 창단) 대표이며,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공이모)과 연극평론가협회 회원으로서 연극평론가 활동도 하고 있다. 전 공이모 대표, 전 ≪공연과 이론≫ 편집주간, 전 희곡낭독공연회 대표를 역임했다.
1990년대 초반 카티 라팽(한국외대 불어과 교수, 연출가, 시인)과 공역으로 한국문학을 프랑스어권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을 시작해 대한민국문학상 번역신인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91), 한국문학번역상(한국문학번역원, 2003)을 카티 라팽과 공동 수상한 바 있다. 2014년 서울연극협회에서 수여하는 서울연극인대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2015년 프랑스 정부 교육 공로 훈장(PA)을 수훈했다.
차례
작가의 말
벨기에 물고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그랑드 므시외: 어느 일요일 저녁 드디어 난 백미러에서 사라졌어. 난 볼보차 뒤를 따라 막 달렸지, 당나귀처럼. 그러다 지겨워진 거야. 난 그들에게 손가락으로 욕을 해 준 뒤, 반대쪽으로 돌아서 급히 도망쳤어. 감자밭을 지나서, 뛰었어, 완전한 인격체가 되기 위해서. 나의 다름을 보호하기 위해서. 검은 연기가 내 폐에 달라붙을 때까지.
프티 피유: 그 자동차, 그 나무.
그랑드 므시외: “너의 다름이 네 부모를 죽였어”. 그게 사람들이 나한테 해 준 말이야.
프티 피유: 나도 그렇게 믿었어.
그랑드 므시외: 난 나 자신과 관계를 끊는 법을 배웠어. 난 어린 시절에서 빠져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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