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문에 따르면 이 작품이 다시 화극으로 만들어진 것은 다소 우연한 일이었다. 어우양위첸은 중일전쟁 직후인 1946년, 타이완 순회공연 중 레퍼토리 부족을 현지에서 해결할 요량으로 단기간에 화극 <복숭아꽃이 그려진 부채>를 썼고, 이후 1950년대에 수정 보완해 지금의 텍스트를 완성했다. 1950년대 중국은 격동기를 보내고 있었다. 1956년, “백 가지 꽃이 일제히 피어나고 백 가지 주장이 경쟁하듯 울리는(百花齊放, 百家爭鳴)” 잠시의 해빙기 이후 1957년의 반(反) 우파 투쟁, 1958년 대약진운동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경색은 마오쩌둥(毛澤東)의 권력을 점점 더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비판적 성향을 가진 지식인, 예술가에게는 끔찍한 악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우양위첸이 이 작품을 다듬던 시기는 아마도 잠시의 해빙 시기인 1956년 전후였던 것으로 보인다.
후조종과 기생 이향군은 백년가약을 맺지만 곧 후조종이 청나라 관군에 쫓기면서 이별을 맞는다. 명나라와 임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모진 날들을 견디던 향군은 주변의 도움으로 드디어 후조종과 재회한다. 하지만 그녀는 청나라 과거에 부방으로 붙어 입신한 뒤 변발을 하고 나타난 후조종에게 실망하고 그를 원망하며 자결한다.
200자평
나라 멸망을 배경으로 노회하고 부패한 정치인, 정의롭지만 세상일에 미숙한 청년 지식인, 아름답고 절개 곧은 여인들 이야기를 아름답고 슬프게 그려 낸 공상임의 <도화선>을 어우양위첸(歐陽予倩)의 화극으로 만난다.
지은이
어우양위첸(歐陽予倩, 1889∼1962)은 화극 배우, 화극 연출가, 극작가, 연극 잡지 편집인, 영화배우,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중국 전통극 배우, 중국 전통극 작가로 활약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남겼다. 그의 이력은 요약하기도 벅차다. 그는 춘류사(春柳社)가 공연했던 중국 화극의 역사적인 첫 작품 <흑인 노예의 절규(黑奴籲天錄)>(1907년)에 배우로 출연함으로써 중국 화극과 탄생을 함께했다. 그리고 춘류사에서 알게 된 친구 루징뤄(陸鏡若) 등과 함께 일본 신파극을 학습했고, 귀국 후에는 신극동지회(新劇同志會), 춘류극장(春柳劇場)을 옛 친구들과 함께하며 문명희(文名戱) 시대 중국 화극을 선도했다. 루징뤄가 병사하고 춘류극장이 해산(1915년)되자 놀랍게도 그는 경극에 뛰어들어 극작가, 배우, 연출가로 활약하며 세계적인 경극 배우 메이란팡과 함께 “북쪽의 메이란팡, 남쪽의 어우양위첸”으로 병칭될 만큼 명성을 누렸다. 오사운동과 함께 다시 화극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자 그는 화극계로 돌아와 희극협사(戱劇協社)에 가입(1922년), <말괄량이(潑婦)>, <집에 돌아온 뒤(回家以後)> 등의 극작품을 썼다. 그가 창작했거나 각색한 화극이 40여 편, 연출한 화극이 50여 편, 창작 및 각색한 전통 연극이 50여 편, 시나리오를 썼거나 연출한 영화가 13편이다. 그 밖에도 연극 연구자로서 <위첸 연극론(予倩論劇)>, <화극, 신가극과 중국 연극의 예술 전통> 등과 살아 있는 연극사의 증인으로서 <내가 연기를 한 이래로(自我演戱以來)>, <춘류를 추억하며(回憶春柳)> 등 회고록을 남겨 중국 연극(사) 연구에 소중한 자료를 제공했다.
옮긴이
김종진은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동대학교 중국어과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 근현대 연극을 전공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중국 근대 연극 발생사≫(연극과인간)가 있고, 대표 논문으로는 <중국 화극의 중국성(中國性)과 중국적인 화극>, <중국의 화극 민족화와 민족 화극> 등이 있다.
차례
서문
나오는 사람들
나오는 사람 해설
제1막
제2막
제3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이향군: 전에 제게 뭐라고 말씀하셨죠? 당신 친구들 앞에서, 제자들 앞에서, 제 앞에서 힘을 내라며 뭐라고 말씀하셨죠? 목숨을 잃더라도 인의와 도덕, 절개는 영원히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왜 사가법 대인과 함께 양주를 지키지 않으셨나요? 집으로 숨어들었으면 이름을 숨기고 은거라도 했어야지, 왜 그렇게도 하지 않았나요? 왜 모두가 군사를 일으켜 어떻게든 명나라를 다시 일으키려는 이때, 그따위 부방에나 붙고 있는 건가요?
≪복숭아꽃이 그려진 부채≫ 201∼2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