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상기호학의 대가가 전하는 시각 정체성의 정체
삼성과 현대의 제품은 세계적 품질을 자랑하지만 애플, 샤넬 같이 품질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조하지 못한다. 워터맨 펜은 모나미 펜과 그 사용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기본 가치에서 차이가 난다. 워터맨은 펜을 소유한 사람의 취향과 사회적 지위를 표현해 모나미보다 10배 이상 높은 교환가치로 판매되고 있다. 누구나 이러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제품에 매력적인 의미를 창조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다.
영상기호학의 대가 장마리 플로슈는 한 제품의 시각 정체성을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 다른 제품과 대조한다. 워터맨은 일반 펜과, 애플 로고는 IBM 로고와, 샤넬 패션은 프아레 패션과, 하비타트 가구는 이케아 가구와, 오피넬 칼은 스위스 군용칼과 대조했다. 특히 시각적 표현에 주목했다. 시각적 차이가 지속될 때 시각 정체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각 정체성의 핵심은 브리콜라주다. 브리콜라주는 기존의 한정된 자원들을 활용한 창조를 의미한다. 스티브 잡스, 테런스 콘란, 미셸 브라, 코코 샤넬은 모두 브리콜라주를 통해 고객에게 스스로 말을 하는 제품을 창조했다. 이 책은 기존 제품의 시각 정체성을 도출하는 분석적 방법뿐만 아니라 새 제품의 시각 정체성을 확립하는 실천적 방법도 제시한다. 그림, 광고, 영화, 사진으로 관객과 소통하려는 예술가,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서비스하려는 제조자가 자신의 작품, 제품을 차별화하고 고객과 관계를 창조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200자평
정체성이 무엇인가? 차이와 지속이다. 지속은 반복인가? 변화 과정이다. 어떻게 디자인하는가? 브리콜라주다. 그것은 차용과 혁신 사이에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새로움을 창조한다. 이 책은 브리콜라주로 생산되는 시각 정체성을 설명한다. 선택의 체계와 변화의 과정을 빈틈없이 분석해 의미 생산 방식을 찾는다. 이 책의 목적은 미학의 기호학을 확립하는 것이다.
지은이
장마리 플로슈(Jean-Marie Floch, 1947∼2001)
프랑스 사회과학고등학술연구원의 공동 연구 책임자이자 파리 기호학파를 창립한 그레마스(A. J. Greimas)의 초기 공동 연구자로 평생을 시각기호학 연구에 투신해 온 세계적 기호학자다. 프랑스광고공사, 국립정치학연구소,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등에서 기호학, 마케팅,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다. 또한 세계 유수의 기업을 위해 마케팅, 디자인, 광고 분야에서 탁월한 비평과 조언을 했던 명성 높은 비즈니스 컨설턴트이기도 했다. 저서로 『유행을 넘는 샤넬의 토털룩(L’indémodable total look de Chanel)』(2004), 『기호학 마케팅 커뮤니케이션(Sémiotique, Marketing et Communication)』(2002), 『인쇄의 형태(Les Formes de l’empreinte)』(1987), 『조형기호학: 눈과 정신의 작은 신화(Petites Mythologies de l’œil et de l’esprit)』(1985) 등이 있다.
옮긴이
권승태
사이다미디어 대표이자 숭실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겸임교수다.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채프먼대학교에서 영화제작으로 MFA(Master of Fine Arts)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영상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LA에서 MBC world TV PD를 역임하고 단편영화 <망부석>으로 제45회 로체스터국제영화제에서 특별언급상을 받았다. 저서로 『장마리 플로슈, 시각 정체성』(2016), 『영상 스토리텔링의 일반 원리』(2015), 『숏의 예술: 영상 스토리텔링의 보편적 법칙』(2014), 『3막의 비밀: 스토리텔링의 보편적 법칙』(2012)이 있다. 논문은 “미장센과 몽타주의 기호학적 통합: 계열체적 시스템과 통합체적 과정으로서 영화”(2014)가 있다. 영상기호학, 영화언어, 영상 스토리텔링이 주요 연구 분야다.
박일우
계명대학교 타불라라사칼리지 교수다.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픽토그램의 기호학적 연구”(1991)로 박사학위를 받고 1990년대 이후 태동한 국내 시각기호학과 영상문화 연구 수용과 발전 과정에 참여했다. 저서로 『현대기호학의 발전』(공저, 1998)이 있으며 “시각기호학의 체계 정립을 위한 예비 연구”(2016)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계명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에 오래 봉직하다가 2010년 이후 교양교육대학으로 옮겨 교양기초교과 융복합 연구·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차례
역자 서문
감사의 말
머리말: 디자인에서 ‘브리콜라주’로
01 너무 다른, 너무 닮은 쌍둥이: 워터맨의 정체성
광고의 세부 분석
편지의 서사 분석: 교차하는 운명
만년필의 맞증여로서 사진
‘나’는 기호학자인가
정체성 문제틀로 시작
02 로고의 길: IBM 로고 vs 애플 로고
IBM과 애플 로고의 조형불변체
두 로고의 메시지
1984와 1984
흥미로운 기호학적 현상
중세시대 고전 테마와 모티브 사이의 이상한 이분
광산의 부와 정신의 부
구상은 결코 순수하지 않다(그레마스)
줄무늬의 역사
03 이브체와 시스트르: 미셸 브라 요리의 향기 나는 상징
시스트르의 섬세함
시스트르의 혼종
향료의 작은 신화
요리와 브리콜라주
04 자유와 절제: 샤넬 ‘토털룩’의 미학과 윤리학
샤넬을 즉각 알아보게 하는 요소들
토털룩 본래의 시각적 차원
고전적 비전과 바로크 비전
코코 샤넬의 고전적 비전
코코 샤넬과 로빈슨 크루소
절제의 윤리
05 에피쿠로스의 집: 하비타트의 자연스럽고 필수적이지 않은 욕망
가구의 좋은 사용
자연스럽고 필수적이지 않은
쉬느(la chine)
발화 실천의 특정 형식, 특정 스타일
선명한 색상의 점으로 강조된 전반적인 황금색
06 브리콜뢰르의 칼: 오피넬 끝의 재능
칼날, 손잡이, 이음고리
수량화의 영웅
인간의 가구를 구성하는 사물의 얇은 막
군인 또는 농부, 엔지니어 또는 브리콜뢰르
오피넬 사용자들의 ‘내부 환경’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으로
장마리 플로슈는 나의 롤모델이다. 그의 글은 방대하면서 세밀한 실천 사례들을 근거로 치밀한 과학적 논리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반대로 그러한 논문에서 보기 힘든 극적인 구성을 갖는다. 여섯 개의 장 모두 우리에게 친근한 소재를 생활잡지 속 읽을거리처럼 흥미롭게 다룬다. 본론으로 접어들면서 치밀한 논리가 전개되고 점차로 그 논리는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금방 상식적 이해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그리고 도대체 그 넓이와 깊이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또 마지막에 그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정리할지 궁금증을 야기한다.
“역자 서문” 중에서
시각 정체성의 예들을 분석한다는 것은 지각 가능한 것(le sensible)과 판독 가능한 것(l’intelligible) 간의 연결에 대해, 그리고 시각과 다른 감각 사이의 연결에 대해 계속 연구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물질문화의 문제를 다룰 또 하나의 기회였다. 그리고 꽤 실용적인 의미를 가진 대상 또는 작업의 표현에 집중할 기회였다. 즉 나는 그레마스(A. J. Greimas)가 한때 말했던 것처럼 이제 ‘현실을 파악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사실상 나는 항상 내 한계 안에서 바로 그 기본 생각들이 기술적 실천으로 이어질 것임을 또는 반대로 기술적 실천이 이론적 생각 안으로 반영될 것임을 확실히 하려고 노력했다.
“머리말: 디자인에서 ‘브리콜라주’로” 중에서
시각 정체성은 차이와 지속의 관점에서 정의될 수 있다. 시각 정체성은 차이를 의미한다. 그 이유는 시각 정체성이 영리기업의 적당한 포지셔닝과 인지도를 보장하고 회사의 개성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시각 정체성은 기업의 지속적인 산업적,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증명하기 때문에 지속을 의미한다. 지속은 여기서 단지 반복으로만 볼 수 없다. 대신 지속은 자신의 논리와 지향적인 시퀀스를 포함하는 일종의 ‘변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기호학적 용어로, 정체성은 ‘체계(계열체)’와 ‘과정(통합체)’의 두 축에 따라 구상되거나 인지될 수 있다. 기업은 이 두 가지 차원을 디자인 회사와 기호학 컨설턴트에게 요구한다.
“로고의 길: IBM 로고 vs 애플 로고” 중에서
샤넬이 ‘세기의 의복 표현’을 창조했기에 명예를 얻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샤넬은 현대적인 활동의 자율성과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프아레 스타일을 단지 퇴장시킨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그녀 자신의 형태 또는 실루엣은 단지 움직임의 편익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 실루엣은 또한 특정 요소들과 재료들로 만들어지는데 그들의 의미와 가치는 1920∼1930년대 당시 여성계 더 정확히 여성 패션계의 반대로서 남성복의 세계와 일의 세계에서 가져온 것이다. 일과 남성성의 기표가 반대 기의인 부(富)와 여성성과 매우 확실히, 정확히 상호 연관되기 위해 유지되었다. 한편에는 저지, 세일러복과 줄무늬 조끼 등이, 다른 한편에는 베레모, 바지, 넥타이와 짧은 머리가 각각 일과 남성계의 형상이었다.
“자유와 절제: 샤넬 ‘토털룩’의 미학과 윤리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