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시전원잡흥(四時田園雜興)≫은 남송(南宋)의 시인 범성대(范成大)가 그의 나이 61세에 지은 전원시(田園詩) 모음으로 60수의 절구(絶句)로 되어 있다. 그는 1183년 58세 때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 소주(蘇州)로 돌아가 석호(石湖) 부근에 은거하며 전원의 여러 모습을 몸소 체험하고 이것으로 1년의 시간 동안 시를 써냈다. 이 60수에는 전원의 한적한 풍경, 농촌의 정겨운 인심, 절기에 따른 농촌 풍속, 전원생활의 즐거움, 농사의 고달픔, 사회의 모순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사시전원잡흥≫은 계절의 순서에 따라 12수씩 <춘일전원잡흥(春日田園雜興)>, <만춘전원잡흥(晩春田園雜興)>, <하일전원잡흥(夏日田園雜興)>, <추일전원잡흥(秋日田園雜興)>, <동일전원잡흥(冬日田園雜興)>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배열에 어떤 특정한 의도나 구조가 있지는 않다.
근래 중국에서 ≪사시전원잡흥≫은 중국 고대 전원시의 집대성이라는 명성까지 얻고 있다. 전원시인으로서의 범성대의 명성 또한 주로 이 시 모음에 기인하며 그의 명성은 고대 중국에서는 도연명(陶淵明)과 필적하거나 또는 도연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다른 전원시인과 전원시에 비해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점이 있다. 이것은 대체로 남송 이후의 중국 한시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시전원잡흥≫의 배경을 이루는 시인 범성대에게 다른 시인과 같은 어떤 극적이며 강렬한 인생 역정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자평
도연명을 능가한다고 평가되는 남송의 시인 범성대의 전원시 모음.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에서 은거하며 전원의 여러 모습을 몸소 체험하고 이것을 1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로 써냈다. 이 60수의 시에는 전원의 한적한 풍경, 농촌의 정겨운 인심, 절기에 따른 농촌 풍속, 전원생활의 즐거움, 농사의 고달픔, 사회의 모순 등 다양한 내용이 소박하게 담겨 있다.
지은이
범성대(1126∼1193)는, 자(字)가 치능(致能), 호(號)가 석호거사(石湖居士)다. 오현(吳縣, 지금의 강소성 소주시) 사람이다. 14세 때 모친을, 18세 때 부친을 여의고 10년간 출사를 하지 않다가 부친의 유지를 따르라는 권고에 따라 소흥(紹興) 24년(1154) 진사(進士)가 되었다.
육유(陸游), 양만리(楊萬里) 등과 함께 남송사대가(南宋四大家)로 불리는 그는 주로 시에 뛰어났으며 그중에서 전원시, 풍속시(風俗詩), 사회시(社會詩), 애국시(愛國詩), 기행시(紀行詩) 등이 유명하다. 특히 그의 전원시는 남송부터 청(淸)에 이르기까지 도연명을 능가하는 전원시의 모범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옮긴이
서용준은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중문과 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08년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숙명여대, 동국대, 서원대 등에서 중국문학, 중국어 등을 강의했다. 석사 학위 논문은 <범성대 전원시 연구(范成大 田園詩 硏究)>며, 박사 학위 논문은 <이백시(李白詩)의 화자(話者)에 대한 연구>다. 주된 연구 분야는 당대(唐代)와 송대(宋代)의 시가(詩歌)며 그 외에 중국 고대의 문학이론과 소설에 대한 논문을 썼다. 최근에는 시인의 개인적인 기억이 한시의 내용에 반영되는 방식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차례
사시전원잡흥 60수(四時田園雜興六十首) 서문
춘일전원잡흥 12절(春日田園雜興十二絶)
만춘전원잡흥 12절(晩春田園雜興十二絶)
하일전원잡흥 12절(夏日田園雜興十二絶)
추일전원잡흥 12절(秋日田園雜興十二絶)
동일전원잡흥 12절(冬日田園雜興十二絶)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성안 사람들 성묘를 하고 돌아가는데
막걸리 새로 뜯고 파란 매실 바치더라.
해 길고 길 좋고 성문도 가까우니
우리 집 초가 정자 빌려 술 한잔 데우시게.
其八
郭裏人家拜掃回
新開醪酒薦靑梅
日長路好城門近
借我茅亭煖一杯
-<춘일전원잡흥 12절>, 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