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픽토르뒤 성>: 주인공 소녀 디안은 나약하고 의존적인 인물로 등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적·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길을 찾으며 창조적 자율성을 갖추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삶의 모범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한편 교훈과 상징적 의미가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어릴 적에 친모가 사망한 디안은 자신을 멀리하고 무관심하게 구는 계모로 인해 번민한다. 계모는 성공한 화가인 아버지를 사치하는 데 이용할 뿐이다. 디안은 자신의 내적 성장을 누군가가 방해한다고 막연히 느낀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서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한다. 디안에게 그림이란 어머니를 되찾는 것이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것이다. 그림을 통해 정체성을 찾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장밋빛 구름>: 이야기의 대부분은 어린 카트린이 겪는 여정이다. 카트린은 조금씩 세상의 법칙에 익숙해진다. 때로는 그 법칙을 모르면서 상처받기도 하다가 마침내는 받아들인다. 카트린이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현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머니 실벤은 몽상을 좋아하지도 않고 카트린의 몽상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어머니는 상상 세계의 어떤 희망도 결코 찾지 못하는 전망 없는 인생을 대변하고 있다. 조르주 상드는 이렇게 노골적으로 세속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평소에 본인이 뜻했던 바를 표현한다. 상드는 카트린의 몽상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그리며 나아가 독자를 이 몽상으로 끌어들인다.
<말하는 떡갈나무>: 에미는 못생기고 무지한데다 고아다. 어느 날 에미는 돼지들의 난동에 쫓겨 숲으로 도망간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도망이다. 에미는 떡갈나무를 피난처로 삼고, 거기서 삶의 길을 발견한다. 에미는 야생에서 살아남고자 모닥불을 피우거나 생밤을 줍는 등 원시적인 활동에 나선다. 이런 생존 활동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조금씩 발견한다. 이러한 과정은 어떻게 보면 한 남자의 야생화라고도 볼 수 있다. 에미는 자유롭고 순수한 비인간적인 세계의 위험과 경이로움에 빠져들며 타잔 같은 존재가 되어 간다.
<개와 신성한 꽃>: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로 된 작품이다. 두 이야기의 공통 주제는 윤회다. 작중에서 명확히 불교 교리를 주장하는 바는 없지만 점진적 변신과 무한한 순환의 조화가 두드러져 보인다. 조르주 상드는 ‘신성한 꽃’ 이야기에서 퍽 야심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아시아의 신화적인 매력과 이국 정서의 영롱한 광채를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백과사전들을 읽었고 지도책들을 참고했으며 역사·지리 자료들을 완벽하게 검증했다. 말레이시아나 버마는 작품 배경으로서 무척 놀랍고 대단하며 원색적이다. 그곳의 자연은 루소적인 순수함과 화려함을 갑절로 제공한다. <천일야화>에 어울릴 만한 경이로운 문화권을 설정한 것이다.
<용기의 날개>: 수련과 성숙에 관한 긴 도정을 강조한 작품이다. 작품 속의 여러 화소(話素)에서 주로 토대를 이루는 것은 영원한 모험이란 주제다. 아이가 성인 남자로 변화하는 모험, 인간 관계에서 보다 성숙되게 변하는 모험 등이 그것이다. 클로피네라는 소년이 새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새를 연구하는 한편 ‘두려움의 날개’(겁쟁이 성격)를 타개하고 ‘용기의 날개’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200자평
조르주 상드가 말년에 ‘노앙의 할머니’가 되어 두 손녀에게 들려주려고 쓴 동화책. 원전은 1982년판 ≪할머니 이야기(Contes d’une Grand-mère≫ 1, 2권이다. 원전에는 모두 13편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이 가운데 5편을 옮겼다.
지은이
조르주 상드는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 여성 작가다. 아버지는 폴란드 왕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귀족 가문 출신이고, 어머니는 파리 세느 강변의 새장수의 딸로 가난한 서민 출신이다. 일찍이 아버지를 여윈 상드는 프랑스 중부의 시골 마을 노앙에 있는 할머니의 정원에서 루소를 좋아하는 고독한 소녀 시절을 보냈다. 18세 때 뒤드방 남작과 결혼했으나 순탄치 못한 생활 끝에 이혼하고, 두 아이와 함께 파리에서 문필 생활을 시작하여 ≪피가로≫지에 짧은 글들을 기고하며 남장 차림의 여인으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했다. 이때 여러 문인, 예술가들과 친교를 맺었다.
남녀평등과 여성에 대한 사회 인습에 항의하여 여성의 자유로운 정열의 권리를 주장한 처녀작으로 ≪앵디아나≫(1832)를 발표하여 대성공을 거두었고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발랑틴≫(1832), 90여 편의 소설 중에서 대표작인 자서전적 애정소설 ≪렐리아≫(1833)와 ≪자크≫(1834), ≪앙드레≫(1835), ≪한 여행자의 편지≫(1834∼36), ≪시몽≫(1836), ≪모프라≫(1837), ≪위스코크≫(1838)등 연이어 나온 소설들도 호평을 받았다. 장 레이노, 미셸 드 부르주, 라므네, 피에르 르루 등과 교제하여 그 영향으로 인도주의적이며 사회주의적인 소설을 썼는데, 이 계열의 작품으로 ≪프랑스 여행의 동료≫(1841), ≪오라스≫(1841∼1842), ≪앙지보의 방앗간 주인≫(1845), ≪앙투완 씨의 죄≫(1845), 대표작이며 대하소설인 ≪콩쉬엘로≫(1842∼1843), ≪뤼돌스타드 백작 부인≫(1843∼1844), ≪스피리디옹≫(1838∼1839), ≪칠현금≫(1839), ≪테베리노≫(1845) 등이 있다. 1844년 ≪잔느≫를 필두로 해서 일련의 전원 소설들을 발표했는데, 이 계열의 작품으로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전원소설 ≪마의 늪≫(1846), ≪소녀 파데트≫(1848∼1849), ≪사생아 프랑수아≫(1849), ≪피리부는 사람들≫(1853) 등이 있다. 노년에는 방대한 자서전인 ≪내 생애의 이야기≫(1847∼1855), 손녀들을 위한 동화 ≪할머니 이야기≫를 쓰면서 초기의 연애 모험소설로 돌아가 ≪부아도레의 미남자들≫(1857∼1858)과 ≪발메르 후작≫(1860), ≪검은 도시≫(1861), ≪타마리스≫(1862), ≪캥티니양≫(1863), ≪마지막 사랑≫(1866), ≪나농≫(1872) 등을 발표했다. 희곡과 시, 평론, 수필, 일기, 비망록, 기행문, 서문, 기사 등 180여 편에 달하는 많은 글을 남겼다. 특히, 그녀가 남긴 편지들은 파리의 클라식 가르니에 출판사에서 조르주 뤼뱅이 26권으로 편집 완성한 방대하고 기념비적인 서간집으로 세계 문학사에서 서간 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다. 교환 서간집으로는 ≪상드와 플로베르≫(1904), ≪상드와 뮈세≫(1904), ≪상드와 아그리콜 페르디기에≫, ≪상드와 피에르 르루≫, ≪상드와 생트 봐브≫, ≪상드와 마리 도르발≫, ≪상드와 폴린 비아르도≫등이 간행되었다.
옮긴이
이재희는 한국외대 불어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에서 조르주 상드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의 상드 문학 현장을 여러 차례 답사했고, 노앙에서 개최된 상드와 쇼팽 애호가 모임이나 상드 국제회의에 여러 번 참가했으며, 뉴욕 상드협회 ≪상드 연구≫지 국제 편집인이었고, 프랑스 에시롤, 노앙 상드협회 회원이었다. 현재 파리의 상드협회 회원이며 외대 불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자서전 연구서 ≪조르주 상드, 문학 상상력과 정원≫, 주제 연구서 ≪상드 연구 1, 2, 3≫이 있고, 상드 번역서로는 ≪상드 서간집 1, 2≫, 자전적 애정소설 ≪렐리아≫, 전원소설 ≪마의 늪≫, ≪소녀 파데트≫, ≪사생아 프랑수아≫, 동화 ≪픽토르뒤 성≫, ≪용기의 날개≫, ≪말하는 떡갈나무 /신성한 꽃≫ 등이 있으며, 그 밖에 ≪쇼팽과 상드≫, ≪상드 전기≫, ≪상드 문학 앨범≫ 등이 있다.
차례
픽토르뒤 성
장밋빛 구름
말하는 떡갈나무
개와 신성한 꽃
용기의 날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어머니를 지켜드리고 싶었고, 복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저를 말리시더군요. 저를 어머니 뒤에서 꼼짝도 못하게 하셨어요. 당신의 옆구리를 방패로 삼아 절 보호하시면서 고통 속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침묵으로 버티고 계셨어요. 어머니는 치명적인 투창 공격으로 벌집이 된 몸을 지탱하시며 그대로 서 계셨어요. 그러나 끝내 창이 관통한 심장은 박동을 멈추고, 어머닌 거대한 산처럼 털썩 무너지셨어요. 어머니의 육중한 몸집 때문에 온 대지가 진동했어요. 그러자 못된 도살자들이 달려들어 날 밧줄로 묶었어요. 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어요. 어머니 시신 앞에서 망연자실해서 죽음이 무엇인지도 전혀 몰랐던 전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어머니께 제발 어서 일어나서 같이 달아나자고 애원하면서 어머니의 몸을 흔들었어요. 어머니의 숨은 이미 끊어졌지만 흐릿하게 뜬 두 눈에선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어요. 그자들이 제 머리 위에 두꺼운 거적을 씌워 버려서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저의 네 다리는 고라니 가죽으로 엮은 동아줄로 꽁꽁 묶였어요. 난 더 이상 완강한 반항도 하지 않고, 발버둥 치지도 않았어요. 그저 눈물만 흘렸죠. 어머니의 숨결이 곁에서 느껴지는 듯했어요. 엄마 곁에서 멀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몸이 수평으로 기울어졌어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어디로 가는 건지 모른 채 그대로 끌려갔어요. 그자들은 데리고 온 말들에 내 몸을 매고 해안가 비탈의 모래밭을 지나 구덩이 같은 곳까지 끌고 간 것 같아요. 전 그곳에 혼자 버려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