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소중애의 작품은 내용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우화식 이야기 유형
작가가 자천한 대표작 가운데 이 유형에 속하는 ‘호랑이와 곶감의 진실’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담을 패러디한 것이다. 작가가 초창기에 많이 쓴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류의 우화는 대부분 우정, 상호부조 등의 보편 덕목을 주제로 삼은 것들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적 정서와 얼의 현대적 재해석의 계기로 삼고, 그로 인해 한국 아동문학의 민족적 정체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다.
2. 작가의 체험을 다룬 유형
본디 작가 자신의 경험담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자신의 삶과 동화의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또 작가를 둘러싼 주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인물들의 대조적인 설정을 통한 해학의 묘미를 살리는 한편, 투박하고 촌스러운 이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다.
3. 성장을 주제로 한 유형
교단에 섰던 작가답게 소중애의 작품은 초기부터 미숙한 주인공들이 일련의 성장과 발전을 해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 적잖다.
4. 사회문제에 대한 고발과 환상적 대처 유형
작가는 일찍부터 아동과 관련된 학교 안팎의 문제와 나아가 대사회적 문제까지 작품의 소재로 다루었다. 그의 작품은 문제만 고발하고 끝내는 리얼리즘적 소설이 아니라, 이 문제들에 대한 동화적, 환상적인 대책도 강구해 해결을 모색하고자 하는 면도 보였다.
이상 네 유형들을 종합해 볼 때 소중애는 동화의 핵심이 되는 환상성과 사실성이 적절히 하모니를 이룬 구성과 필체로 작품의 질을 높인다. 그러면서 다소 투박하고 촌스러운 이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이들의 개성을 희화화시켜 해학적 효과를 돋우는 솜씨가 남다르다는 점, 사회문제를 고발함과 더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동심의 여유와 활기를 극대화한다는 점, 그리고 작가 생활 30년 동안 일관된 작품 유형을 가지고 각 제재 범위와 수준을 심화·확대해 가며 작품의 질적 완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는 점에서, 이 작가의 특성과 더불어 우리나라 동화의 문학사적 의의도 가늠할 수 있다.
200자평
소중애는 동화의 핵심이 되는 환상성과 사실성이 적절히 하모니를 이룬 구성과 필체로 작품의 질을 높인 작가다. 그는 투박하고 촌스러운 이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이들의 개성을 희화화시켜 해학적 효과를 돋우고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책으로 동심의 여유와 활기를 극대화했다. 이 책에는 <호랑이와 곶감의 진실>을 포함한 14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소중애는 1952년 충청남도 서산에서 태어났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한국방송대학교와 단국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교육 잡지 ≪교육자료≫에서 동화를 3회 추천 받았다. 1982년 ≪아동문학평론≫ 지에서 <엄지 병아리>로 동화 추천을 다시 받았다.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 ≪울음산 호랑님≫, ≪우리 학교 삼악동≫, ≪빛 속의 아이들≫, ≪엄마, 동생 하나 만들어 주세요≫ 등 수많은 책을 펴냈으며, ≪거북이 행진곡≫으로 해강아동문학상, ≪꿀빵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한 뾰족섬 꼬마 임금님≫으로 한국아동문학상, ≪사람을 길들이는 개, 쭈구리≫로 방정환 문학상, <볶자 볶자 콩 볶자>로 이달의 작품 우수상 등을 받았다.
해설자
신헌재는 1949년 충청남도 서산에서 출생했다. 1967년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75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 교원교육원 국어과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학위를, 1986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성균관대학교 및 한양대학교 강사를 거쳐 1987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문학교육학회 회장, 학습자중심교과교육학회 회장,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까지 청람어문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차례
작가의 말
호랑이와 곶감의 진실
사촌 누나
사막에 부는 바람
유리창을 깨뜨려라
고양이 김씨
피아노 소리
우유니의 천사들
보카를 살린 소년
금희가 잘하는 것
천방지축 왕머리
아기 삵, 오동이
이장님과 김돌이 할머니
개와 소년
톤레사프에 울린 울음소리
해설
소중애는
신헌재는
책속으로
1.
“저 병들고 약한 어린아이를 돌봐 주십시오.”
나는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같은 말을 하고 또 하면서 수십 번도 더 넘게 메사를 향해 절을 했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알지 못할 힘이 감돌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느끼기 시작했다.
작고 연약한 아이의 손이 바구니 밖으로 나왔다. 고 작은 손은 햇살을 잡으려는 듯 꼬물꼬물 움직였다.
아이의 기도 소리가 한층 커졌다. 나도 덩달아 목소리가 커졌다.
어디선가 인디언 북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소리는 붉은 계곡을 휘돌아 우리들에게 몰려오고 있었다.
어쩌면 하늘이 저렇게도 파랄까?
좀 더 기다리면 깃털 모자를 쓴 가죽 옷의 말 탄 인디언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우- 사막에 바람이 불었다.
<사막에 부는 바람> 중에서
2.
나는 달렸어요. 집이 어느 쪽에 있는지 몰라요. 그런데도 무엇인가 나를 집이 있는 쪽으로 잡아끄는 것 같아요. 나는 달리고 또 달렸어요. 바위에 부딪혀 발톱 하나가 빠졌어요. 피가 났어요. 나는 절뚝거리면서도 달렸어요.
집에 가면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오동아. 사랑하는 내 아들.”
엄마는 나를 안아 주실 거예요. 너무 반가워서 어쩌면 조금 울지도 몰라요.
<아기 삵, 오동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