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선인들이 인천항을 떠났다가 귀환할 때까지 30년간을 배경으로 시공간의 변화, 조선의 궁중과 멕시코 애니깽 농장 등 지리적 거리 등을 무대화하기 위해 장면을 분할하고 서사적 목소리를 활용했다. 특히 서사적 목소리는 사건의 경과를 알려 주고 그 실체를 객관화해 관객에게 사실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애니깽>에서는 노동자들의 이민 – 수난 – 귀환이라는 플롯과 고종의 무기력한 일상 – 죽음의 플롯이 병치된다. 노동자들이 겪는 비참한 현실을 고종의 무력하고도 권태로운 일상과 대조해 보여 줌으로써 그 비극성을 더욱 강조했다. 애니깽 노동자들이 조선에 돌아온 뒤 윤치호를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병치되던 두 사건은 하나로 합쳐진다. 힘겹게 조국을 찾아온 애니깽 노동자들이 멕시코 국적을 가진 밀입국자로 몰려 수감되자 임금에게 자신들의 현실을 알려서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던 이들의 목적과 의지가 패망한 조국, 임금 부재라는 현실 앞에서 허무하게 스러지는 결말은 비극적 효과를 강화한다.
극단 신시 창단 공연으로 1988년 10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대학로극장에서 초연했으며 1998년 6월에는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
200자평
구한말에 멕시코 애니깽 농장 노동자로 이민을 갔던 조선인들이 겪은 비참한 현실을 통해 민족 수난사를 무대화한 작품이다. 김상열은 직접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있는 도시 메리다를 방문해 농장을 답사하고, 멕시코 이민 2세대들을 만나 노동자들의 탈출, 귀환기를 들었다. 여기에 당대 신문 기사를 추가해 애니깽 노동자의 삶을 형상화했다.
지은이
김상열은 1941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났다. 1966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1967년 동문들과 함께 만든 극단 가교 초기 멤버로 활동하며 무대 현장에 뛰어들었다. 가교의 상임연출과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1976년 이근삼의 <유랑극단>으로 한국연극영화예술상 연출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풍부한 무대 경험은 창작열로 이어져 1975년 문화부 공모 희곡 부문에 <까치교의 우화>가 당선되고 이어서 1977년 <길>이 도의문화저작상을 수상하면서 극작가로도 자리매김했다. 4년간 텔레비전 극 <수사반장>을 집필하기도 했다.
1978년 현대극장 상임연출을 지내면서 전문성 있는 대형 무대를 만들어 보이다 1981년 뉴욕 ‘라마마’ 극단에서 1년간 연수를 받고 돌아온 뒤 우리 것, 우리 작품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언챙이 곡마단>(1982)을 써서 인상 깊은 무대를 선보였다. 1984년에는 우리 극단 ‘마당’ 세실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를 지냈다.
1988년, 극단 신시를 창단하고 이끌면서 창작극, 창작 뮤지컬, 마당놀이, 악극 등을 작, 연출하고 방송극을 집필하는 등 작고할 때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백상예술대상 희곡상과 연출상, TV극본상, 서울연극제 작품상과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서울올림픽, 대전 엑스포, 세계 잼버리대회 등 국제 행사에서 구성 대본과 총연출을 맡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악극을 현대화하는 작업으로 대중극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 뮤지컬 분야를 개척하는 데도 온 힘을 기울였다. 1998년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애니깽>은
김상열은
책속으로
민우: 보십시오…. 이게 바로 애니깽입니다….
이 가시에 찔려서 동포들이 죽어 가고 있어요!
한우: (비명) 임금님을 만나게 해 주시오!
윤치호: (목멤) 가련한 백성들아….
살아왔으니 그대들이 이긴 것이다….
이 버림받은 백성들아….
한우: (비명) 임금님을 만나게 해 주시오!
임금님을 만나게 해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