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에롤 모리스는 현대 다큐멘터리를 선도하는 감독 중 하나다. 그는 1988년에 영화 <가늘고 푸른 선>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작가주의 감독의 위상을 얻었고 2004년에는 영화 <전쟁의 안개>로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모리스는 진실의 존재 자체는 확신하지만 그 무엇도 진실의 재현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이 책은 에롤 모리스의 삶과 작품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그가 개발한 장비인 인테로트론을 이용한 영화 제작 방식과 ‘시적 인터뷰’ 개념을 설명했다. 이로써 에롤 모리스의 다큐멘터리 미학과 그의 테마인 정신적 풍경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은이
남승석
서울예술대학교 외래교수이자 영화감독이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프랑스 과학철학을, 컴퓨터학과대학원에서 인공지능과 음성인식을 전공했다. 이후 시카고예술학교에서 현대 예술과 영화를 공부하면서 파리국립고등예술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조형물, 사진과 영화를 작업하고 연구했다.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전쟁영화와 공간 담론, 문화연구와 미디어 연구, 작가주의와 다큐멘터리 이론을 연구했고, 이를 위해 하버드대학교에 GSAS 비지팅 펠로로 방문해 풍경과 지도 그리기, 도시 이론과 다큐멘터리 이론을 연구했다. 영화감독으로는 ‘노마딕 프로젝트’의 <니나>(파리, 2009), <키키+고도>(시카고, 2008), <지혜>(서울 · 파리, 2008)의 세 편의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이후 영상학적 미학 연구를 토대로 인터뷰 중심의 다큐멘터리 <하동채복: 두 사람의 노래>(2017)를 연출했고, 이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월드프리미어로 초대됐다. 학위 논문으로는 『에롤 모리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학』(2016), 『대화체 음성 시스템을 위한 효과적인 DB 구축』(2002)이 있으며 다수의 융 ․ 복합적 학술 논문을 써 왔다.
차례
01 에롤 모리스의 삶과 작품들
02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
03 인터뷰 장치 ‘인테로트론’
04 다큐멘터리 미학
05 시적 인터뷰
06 1980년대 초반: 자연과 동물의 시대
07 1980년대 후반: 사회와 개인의 시대
08 1990년대: 과학과 기술의 시대
09 2000년대 이후: 국제 관계와 전쟁의 시대
10 시적 인터뷰의 진화
책속으로
에롤 모리스는 강박적 성격과 그로 인한 까다로운 작업 조건들 탓에 40여 년 동안 겨우 11편의 장편 다큐멘터리만 제작했다. 하지만 모리스는 1988년에 제작한 그의 세 번째 작품 <가늘고 푸른 선>을 통해 이미 현대 다큐멘터리를 선도하는 작가로 인정받았다. 이후 2004년 <전쟁의 안개>로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그는 명실공히 거장으로 인정받게 된다. 11편이라는 적은 작품 수에도 불구하고 모리스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마이클 무어 감독과 비슷한 위상을 가지며, 특히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존경하는 ‘감독들의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에롤 모리스인가” 중에서
인테로트론의 기본 개념은 인터뷰 과정 동안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는 대신 각자 그들의 카메라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테로트론은 인터뷰이의 정면에 위치한 카메라 렌즈 앞 유리판에 인터뷰어의 라이브 영상을 반사하는 역할을 한다. 모리스는 <우주수폭전>이나 『위대한 마법사 오즈』에서와 같이 인터뷰이와 (공간적으로) 거리가 있는 어딘가에 위치하면서, 인테로트론을 통해 그의 인터뷰이의 라이브 영상과 서로 눈을 맞추면서 대화를 나눈다.
“인터뷰 장치 ‘인테로트론’” 중에서
모리스는 시적 인터뷰 방식을 기반으로 열린 목소리와 연상적 구조를 통해 피사체의 정신적 풍경을 구현한다. <미스터 데스>는 두 가지 중요한 지점들에서 모리스의 영화에서 공통된 구조를 전형적으로 드러낸다. 첫째, 모리스의 영화는 보통 피사체와 관련 있는 독립적인 두 개 사건들(단수 혹은 복수의 사건들)로 구성되는데, 합리적인 추론으로는 그 두 사건 사이의 관련성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예를 들면, <미스터 데스>는 사형 집행 장비 디자인 기술과 홀로코스트 부인 관련 증언이라는 엉뚱한 두 사건을 거쳐 죽음과 윤리를 관통한다. 영화의 구조는 두 개 사건들 사이의 비합리적인 연결 고리의 단초들에 기반을 둔다.
“1990년대: 과학과 기술의 시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