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벤 존슨은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활약한 극작가로, 당대에는 셰익스피어보다 명성이 높았다. 영국 황실은 그를 초대 계관 시인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여우 볼포네≫는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풍자한 벤 존슨의 대표작이다.
후사가 없는 볼포네는 하수인 모스카와 짜고 죽을 병에 걸린 척한다. 베니스 전체에 그 소문이 퍼지자 각계각층 인물들이 볼포네 집을 찾는다. 그에게 잘 보여 유산을 상속받으려는 속셈이다. 이들은 온갖 금은보화로도 부족해서 부인의 정절까지 볼포네에게 갖다 바친다. 만족을 모르던 볼포네의 욕심이 결국 모스카의 배신을 초래한다. 모스카의 간계로 전 재산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재판정에서 그간의 죄를 자백한다. 볼포네와 모스카는 물론 볼포네의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악덕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들까지 죄에 걸맞는 벌을 받는다. 장르상 희극에 속하지만 비극적 대단원 같은 이런 결말에 대해 작가는 “희극 작가는 절대로 악덕을 벌하지 않는다”라고 확신한 당대 청교주의 비평가들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200자평
영국 초대 계관 시인 벤 존슨의 대표작. 각계각층의 탐욕스러운 인물들이 늙은 여우 볼포네와 그 하수인 모스카의 계략에 말려든다. 돈에 눈이 멀어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이들에게 합당한 벌이 내려진다.
지은이
벤 존슨(Ben Jonson, 1573∼1637)은 목사였던 아버지의 유복자로 런던에서, 그것도 웨스트민스터의 왕실 소유지에서 태어났다. 그는 웨스트민스터 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당시 유명한 골동품 연구가이자 역사학자였던 윌리엄 캠던(William Camden)에게서 학문의 기초를 닦았다.
그의 첫 대표적 희극인 <십인십색(Every Man in His Humor)>은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당시 셰익스피어가 속해 있던 챔벌레인 경 극단(Lord Chamberlain’s Men)에서 상연해 셰익스피어도 그중 한 역을 맡았다. 그리고 1년 뒤, 그는 자매 편인 <각인각색(Every Man out of His Humor)>을 내놓았다. 이후 30년 이상 여러 장르에서 정기적으로 수많은 극작품을 썼다. 극작가로서 존슨의 위대함은 초기 재코비언 시대에 쓰인 일련의 희극들−<볼포네(Volpone)>(1606), <에피신(Epicoene)>(1609), <연금술사(The Alchemist)>(1610) 그리고 <바살러뮤 시장(Bartholomew Fair)>(1614)−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
벤 존슨은 당시의 젊은 시인과 사상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데, 로버트 해릭(Robert Harrick), 토머스 캐류(Thomas Carew), 존 서클링 경(Sir John Suckling), 로드 포클랜드(Lord Falkland), 케넬름 디그비 경(Sir Kenelm Digby) 등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벤의 아들들”이라고 칭했으며, 이들은 훗날 “왕당파 시인들(Cavalier Poets)”의 중심이 된다. 1637년에 존슨이 죽었을 때, 이들은 그에게 바치는 책을 통해 그를 찬미하기도 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존슨의 비석에는 “오, 유례없는 벤 존슨(O rare Ben Jonson)”이라고 쓰여 있다.
옮긴이
강석주는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 고전르네상스영문학회 회장, 21세기영어영문학회 부회장 그리고 한국셰익스피어학회 편집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전통 비극 담론의 보수성과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 ≪셰익스피어의 문학 세계≫, ≪무대 위의 삶, 사랑, 그리고 죽음≫,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공저) 등의 저서를 출간했고, 크리스토퍼 말로의 ≪탬벌레인 대왕, 몰타의 유대인, 파우스투스 박사≫, ≪말로 선집: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 에드워드 2세, 파리의 대학살≫,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 ≪말피 공작부인≫ 등을 번역 출간했으며, 그밖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줄거리 요약
서문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볼포네: 내가 볼포네올시다, 그리고
(모스카를 가리키며) 이 녀석은
제 하수인입니다.
(볼토레를 가리키며) 이자는 자신의 하수인이고,
(코르바초를 가리키며) 이자는 탐욕의 광대요,
(코르비노를 가리키며) 이자는 아내의 부정을 묵인한
괴물이자 바보, 등신입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판사님들, 우리 모두는 이제
선고 이외엔 바랄 게 없으니,
선고를 내려 주시기 바라옵니다.
285∼2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