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들턴은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활동한 작가로, 셰익스피어에 비견되는 능력과 소질을 인정받으며 르네상스 영국 문학의 정전으로 꼽힌다. <<왈가닥 여자>>는 그의 대표작으로, 당대의 화두이자 현대의 화두이기도 한 인간 양면성을 다룬다. 집안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게 된 연인이 여장부 몰의 도움으로 부모의 허락을 얻어 내고자 한다. 남자처럼 차려입고 은어에도 능통한 몰이라는 인물이 관습과 통념을 뒤집고 기성세대를 조롱하는 대사가 압권이다. 연인은 몰의 도움으로 결혼에 골인하고, 시종 몰을 모함하던 사람들은 몰의 가치를 인정하며 지지의 박수를 보낸다.
이처럼 엘리자베스 시대에 활약한 작가는 셰익스피어 말고도 여럿이 있다. 하지만 국내 연구는 셰익스피어에 편향되어 있다. 고전 르네상스 드라마 출간은 엘리자베스 시대의 다양한 작품을 균형 있게 조명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200자평
소매치기 몰, 사람들은 성격이 괴팍한 그녀를 괴짜 몰, 즐거운 몰이라고 부른다. 남자처럼 차려입고 은어에도 능통한 몰이 젠체하는 기사들과 귀족들을 조롱한다. 셰익스피어에 비견되며 르네상스 영국 문학의 정전으로 꼽히는 토머스 미들턴이 데커와 함께 완성한 희곡이다.
지은이
토머스 미들턴(Thomas Middleton, 1580∼1627)
윌리엄 미들턴과 앤 스노우 사이에서 태어나 1580년 4월 18일에 런던에서 세례를 받았다. 토머스 미들턴은 당시의 소년들이 그러했듯이 7세 아니면 9세부터 문법학교에 다니게 된다. 어느 문법학교에 다녔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그는 여기서 라틴어를 비롯한 인문학을 공부하게 된다. 당시의 학교 규율은 엄격했고 공부는 과중했는데 미들턴은 문법학교를 다니는 동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는 습작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당시의 문법학교에서는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에라스무스가 제안한 교육 과정을 공부했다. 즉 당시의 학생들은 원칙, 예시, 모방, 창작의 순서대로 학습했다. 미들턴은 이처럼 고전 작품을 읽고 이를 모방해 나름대로 창작하는 훈련을 받았다. 미들턴은 18세가 되는 1598년에 옥스퍼드에 입학한다. 당시에는 일반적으로 18세 나이에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 대학 과정을 공부했다. 그는 옥스퍼드대학교의 퀸즈칼리지에 소속되었는데 고전 전통과 기독교 전통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중퇴하게 된다. 미들턴은 견습 작가로 극작을 시작해 선배 작가들과 같이 작품을 쓰게 된다. 선배 작가들의 작품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일을 맡았는데 이것이 미들턴이 작품을 공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셰익스피어는 배우이자 극장주로서 자신이 속해 있었던 왕립극단이나 시종장 극단을 위해 작품을 쓴 반면 미들턴은 프리랜서였다. 그는 작품을 공저해서 극단에 돈을 받고 팔았다. 초기에는 데커와 공동 작업을 한다. 두 극작가 사이에서 태어난 작품이 ≪인내심 많은 남자와 순결한 창녀≫와 ≪왈가닥 여자≫다. 미들턴은 극작가로서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런던 시의 역사가로 임명된다. 미들턴은 1627년 6월 30일 서거하고 성 마리아 성당에 묻힌다. T. S. 엘리엇과 같은 20세기 비평가들은 미들턴의 작품을 영국 르네상스 문학의 정전에 포함시켰고 이로 인해 그는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극작가로 인정받게 된다.
토머스 데커(Thomas Dekker, ?∼?)
데커의 출생 기록은 확실치 않다. 학자들은 그가 1570년에서 1577년 사이에 런던에서 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1597년도에 극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초기 작품으로 ≪구두장이의 휴일(The Shoemaker’s Holiday)≫과 ≪늙은 포르투나투스의 희극(The Comedy of Old Fortunatus)≫이 있다. 1604년에 데커는 ≪정숙한 창녀(The Honest Whore)≫를 완성했는데 많은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데커의 걸작으로 뽑는다. 데커는 미들턴과 함께 이 작픔을 썼는데 미들턴은 작은 기여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후로 데커는 웹스터, 미들턴, 매신저, 포드 등과 작품을 같이 쓴다. 하지만 얼마 뒤인 1607년에 출판된 ≪바빌론의 창녀(The Whore of Babylon)≫는 그의 작품 중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데커는 셰익스피어처럼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왕정파 작가도 아니요 벤 존슨처럼 고전문학에 정통한 작가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헨슬로의 일기에 의하면, 가장 다작을 한 작가 중 하나로 그가 단독이나 공동으로 쓴 작품만 해도 41편 기록되어 있다. 현재 41편 중 23편의 작품이 전해져 내려온다. 헨슬로는 데커에게 원고료로 100파운드를 지불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최고 액수였다. 헨슬로가 일기에 열거한 극작가들의 총 작품 수는 220편인에 데커가 41개의 작품을 썼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하면 그는 전체의 5퍼센트에 달하는 작품을 쓴 셈이 된다. 그가 언제 서거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당시의 많은 평민들이 그렇듯이 그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19세기 비평가인 존 콜리어(John Collier, 1789∼1883)에 의하면 그는 1638년에서 1640년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Shepherd 1: xliii). 그의 출생 연도와 사망 연도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사망한 나이를 확실하게 계산할 수는 없고 대략 61세에서 70세 사이에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옮긴이
조광순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영어교육을, 동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1990년 미국의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셰익스피어의 말기 극에 나타난 엠블럼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에 박사 학위 논문을 보충 수정하여 ≪셰익스피어의 말기극에 나타난 엠블럼≫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미국에서 출판했다. 박사 학위 취득 이후 르네상스 영국 문학에 나타난 도상학과 엠블럼에 관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이런 학제간 연구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비롯해, 필립 시드니, 에드먼드 스펜서, 존 밀턴, 존 버니언 같은 르네상스 영국 작가들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출판했다. 공동 저서로는 ≪그리스 로마극의 세계 1≫, ≪그리스 로마극의 세계 2≫, ≪르네상스 영시의 세계≫가 있고 단독 저서로는 주해서인 ≪줄리어스 시저≫(건국대출판부, 2005), 번역서인 ≪오셀로≫(동인, 2009), 같은 번역서인 ≪좋으실 대로≫(동인, 2015)가 있다. 한국 고전 르네상스 영문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아주대학교 인문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차례
편지
나오는 사람들
프롤로그
1막
2막
3막
4막
5막
에필로그
해설
지은이에 대해
번역을 위한 참고문헌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놀런드 남작: 언제 결혼할 건가?
몰: 저요, 남작님? 아, 언제 할지 말씀드릴게요.
신사들이 체포 형사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순결과 진실이 비방당하지 않을 때
여자가 남편의 지배를 받지만
창녀 짓을 하지 않을 때
사기꾼들이 말은 타지만 마차는 타지 않을 때
여자들이 너무 일찍 처녀성을 잃지 않을 때
제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다음 날 결혼할 겁니다.
놀런드 남작: 이것은 종말을 말하는 것 같은데.
몰: 그렇다면 그것은 가장 좋은 결혼이 될 겁니다.
서둘러서 결혼하면 두고두고 후회하는 법이니까요.
225-2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