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현실참여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서정성과 시적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을 발표해 참여적 서정시인으로 불리는 이성부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를 비롯한 78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이성부
1942/ 전남 광주시 대인동에서 이근봉과 김덕례의 장남으로 태어남.
광주 수창 등학교, 광주사범병설중학교, 광주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국문과에서 공부함.
1960/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바람>으로 당선. 고교 재학 중 전국 규모의 학생 문예작품 현상모집에서 여러 차례 당선하고, 광주의 선배·문우들과 <순문학> 동인회를 만듦. ≪광고(光高) 시집≫을 발간. 1958년 문삼석, 김이중, 전양웅, 이청준, 문순태 등과 함께 광주학생문학회를 만들어 활동.
1961/ ≪현대문학≫에 <소모의 밤>으로 김현승 시인의 1회 추천을 받음. 경희대 학보사 기자로 일하면서 경희문학상 수상.
1962/ <백주>로 ≪현대문학≫의 2회 추천을, <열차>로 3회 추천을 완료하여 등단함(김현승 시인의 추천).
1963/ 육군에 입대하여 2년 6개월 동안 일반병으로 복무.
1967/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양식>으로 당선. ≪영도(零度)≫ 동인지 복간에 참여함. 1950년대에 박성룡, 박봉우, 윤삼하, 이일, 정현웅, 강태열 등 선배 시인들에 의해 발간된 ≪영도≫는 1967년에 3집을 복간시켜, 김현, 최하림, 임보, 손광은, 김규화 등을 새 동인으로 맞아들임. 권오운, 김광협, 이탄, 최하림과 함께 시동인지 ≪시학≫을 간행.
1968/ ≪68 문학≫, ≪창작과 비평≫지에 참여함.
1969/ 한국일보사 기자로 입사, 첫 시집 ≪이성부 시집≫(시인사)을 간행. 제15회 현대문학상(현대문학사 제정) 수상.
1974/ 제2시집 ≪우리들의 양식≫(민음사) 간행. 유신체제를 거부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에 참여하고, 문학인 101인 선언에 서명.
1977/ 제3시집 ≪백제행≫(창작과비평사) 간행. 제4회 한국문학작가상(한국문학사 제정) 수상.
1981/ 제4시집 ≪전야≫(창작과비평사) 출간. 일역판 ≪현대한국시선≫(전5권)으로 ≪우리들의 양식≫이 도쿄 이화서방에서 간행됨. 현실도피와 자기 학대를 겸한 등산에 몰입하면서, 이후 여러 해 동안 시를 발표하지 아니함.
1982/ 시선집 ≪평야≫(지식산업사) 간행.
1989/ 제5시집 ≪빈 산 뒤에 두고≫(풀빛사) 간행. 만고산악회 초대 등반대장, 월악회(한국일보 산악회) 회장을 맡음.
1990/ 시선집 ≪산에 내 몸을 비벼≫(문학세계사) 간행.
1991/ 시선집 ≪깨끗한 나라≫(미래사) 간행.
1996/ 제6시집 ≪야간산행≫(창작과비평사) 간행.
1997/ 28년 동안 근무해 온 한국일보사를 떠나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의 편집 주간으로 옮김.
1998/ 문학선 ≪저 바위도 입을 열어≫(나남 출판) 간행. ≪뿌리깊은나무·샘이깊은물≫ 주간직을 사임.
2001/ 제7시집 ≪지리산≫(창작과비평사) 간행. 제9회 대산문학상(대산문화재단 제정) 시부문 수상. 시선집 ≪너를 보내고≫(책만드는집)간행.
2002 / 산문집 ≪산길≫(수문출판사) 간행.
2004/ 시선집 ≪남겨진 것은 희망이다≫(시선사) 간행. 이성부 산행시의 세계 ≪산이 시를 품었네≫(이은봉·유성호 엮음) 간행.
2005/ 제8시집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창비) 간행. 제15회 편운문학상 본상 수상.
2007/ 제1회 가천환경문학상 시 부문 수상.
2010/ 시집 ≪도둑 산길≫(책만드는집) 간행. 제18회 공초문학상 수상
2011/ 제9회 영랑시문학상 수상
현재 시작(詩作)에 전념
차례
머리글 7
제1부·이 볼펜으로
봄 10
명동(明洞) 14
익는 술 16
벼 20
허수아비 24
바다 26
밤 28
누가 그대를 이토록 만들었는가 32
광주(光州) 36
동작동 묘지 38
아스팔트 42
전라도 1 46
전라도 2 48
이 볼펜으로 52
제2부·밤샘을 하며
좋은 시(詩) 60
조(曺) 서방 62
모래의 생애 64
노래조(調) 66
만날 때마다 70
매월당(梅月堂) 74
할머니 78
밤샘을 하며 82
창(窓) 86
집 88
누룩 92
불도저 96
백제(百濟) 100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4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110
제3부·그해 여름
너를 보내고 116
우기(雨期) 120
몸 122
평야(平野) 126
어머니 130
난지도(蘭芝島) 134
그리운 것들은 모두 먼 데서 140
새벽에 부른 노래 144
오지호(吳之湖) 화백 146
상쇠 최씨 150
다 자란 어둠을 보며 154
모르는 술집 158
북상(北上)길 162
누드 166
깨끗한 나라 168
고향 170
그해 여름 174
제4부·유배시집
공동산(共同山) 180
무등산(無等山) 184
신작(新作) 188
시(詩) 192
시(時)를 떠나서 194
다시 난지도(蘭芝島)에서 198
토우(土偶) 202
산(山) 204
유배시집(流配詩集) 1 206
유배시집(流配詩集) 2 208
유배시집(流配詩集) 3 212
숨은 돌이 말한다 214
침수(浸水) 216
커서를 두드리며 218
서울에 내린 어린 왕자 220
제5부·숨은 벽
야간산행 224
좋은 일이야 228
삼각산 232
봄 편지 236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240
산정 묘지 244
숨은 벽 1 248
숨은 벽 3 250
용아장릉(龍牙長稜)에서 252
바위 타기 1 258
바위 타기 2 264
바위 타기 3 268
바위의 말 272
화강암 1 274
화강암 2 278
화강암 3 280
혼자 가는 사람 282
시인 연보 287
책속으로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들 열어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 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 흘렸던 우리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는 길 힘겨워 우리 허파 헉헉거려도
가쁜 숨 몰아쉬며 잠시 쳐다보는 우리 하늘
서럽도록 푸른 자유
마음이 먼저 날아가서 산 넘어 축지법!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이제부터가 큰 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다
더 어려운 바위 벼랑과 비바람 맞을지라도
더 안 보이는 안개에 묻힐지라도
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우리 앞이 모두 길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