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원하는 음식(Wunschkost)≫은 1959년에 출간된 한스 벤더의 두 번째 소설로 러시아 포로 생활의 끔찍함과 우정의 따스함을 간결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중편소설이다.
러시아 포로가 된 울머는 폐렴에 걸려 독방에 격리된 채 종부성사를 받고 마지막으로‘원하는 음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죽음만 기다리는 신세다. 같은 작업반의 친구인 마추라는 페니실린만 구할 수 있으면 그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용소 내의 포로들에게 모금 운동을 벌여 엄청나게 비싼 페니실린 값을 모은다. 마침내 울머는 페니실린을 맞고 다시 소생하고 모든 포로들은 언젠가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모금한 페니실린 값을 러시아 통역관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마추라는 많은 러시아인들이 희생당한 마마샤이 전투에 참여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고, 마추라와 울머는 끊임없이 신문당한다.
마침내 마추라는 다른 유배지로 보내지고, 울머는 신문에 시달린 후유증으로 폐렴이 도져 죽고 만다.
러시아에서 포로 생활을 하다가 1949년에 독일로 돌아온 한스 벤더가 증오, 논쟁, 연민에 대해서 차분하고 균형 잡힌 언어로 이 책을 쓰기까지는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야만 했다. 한스 벤더는 전쟁 포로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러간 시간에 대해 불평하고, 불의를 탄핵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열정과 고통 없이 담담하게 가슴의 악몽을 쓰고 있지만 모든 문장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문장에 색깔을 아주 조금 칠할 뿐이지만 그 색깔은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아 독자로 하여금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200자평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에서 독일군 전쟁포로 생활을 한 저자 한스 벤더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다. 전쟁 포로 생활의 비참함과 그 안에서 싹트는 인간애, 우정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저자는 자그마한 인간애조차 묻어버리는 전쟁의 잔혹함을 담담하게 서술하며 이러한 인류의 비극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웅변하고 있다.
지은이
한스 벤더는 1919년 7월 1일 독일 슈바르츠발트 근처 작은 시골 마을 뮐하우젠에서 식당 집 아들로 태어나 고향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신학교를 거쳐 에를랑겐과 하이델베르크에서 독문학, 철학 등을 공부했으며, 학생 신분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고 1945년부터 1949년까지 러시아에서 4년간 포로 생활을 했다. 러시아 포로 생활에서 돌아온 그는 영화관에서 표 파는 일을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1954∼1980년 동안 문예지 ≪악첸테(Akzente)≫의 편집장을 지냈다. 아카데미 회원 및 명예교수로 마인츠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했으며 현재는 쾰른에 거주하고 있다. 한스 벤더는 하인리히 뵐(Heinrich Böll), 파울 샬뤼크(Paul Schallück), 알프레트 안더슈(Alfred Andersch)처럼 위기에 직면한 전후 세대의 작가, 반전 작가다. ≪흔들리는 집(Das wiegende Haus)≫(1961) 후기에서 “나의 글이 오늘날 군복을 입거나 젊음을 위협당하는 일에서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만족”이라고 한 말은 바로 다시는 전체주의나 전쟁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도덕적인 요구다. 지금도 지구상에서는 끊임없이 전쟁과 테러가 일어나고 우리 모두 전쟁과 테러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전쟁 체험이 생생하게 묘사된 한스 벤더의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전후 시대의 절망적이고 파괴된 세상에서 힘들지만 희망의 길을 찾으려 한다. 한스 벤더는 끊임없는 관찰자이며, 그의 언어는 개인적인 경험의 표현을 위한 도구다.
옮긴이
최석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다. 저서로는 ≪Die unverkaufte Braut≫, ≪그림동화의 꿈과 현실≫, ≪독일어권 여성 작가≫(공저), ≪독일 문학 그리고 한국 문학≫, ≪멈추어라 너 아름다운 순간이여≫가 있다. 역서로는 폴커 브라운의 ≪힌체와 쿤체≫, 지크프리트 겐테의 ≪겐테의 한국 기행≫, 프리드리히 실러의 ≪오를레앙의 처녀≫, ≪메시나의 신부≫, ≪데메트리우스≫, 한스 벤더의 ≪늑대가 돌아온다≫, ≪내 동생≫, ≪원하는 음식≫,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윤무≫, ≪아나톨≫, ≪초록 앵무새≫ 외 다수가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원하는 음식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만약에 그들이 자네를 컴컴한 감옥 안에 가둘 경우 바늘을 하나 가지고 있으면 자네는 미치지는 않을 거야. 잘 들어, 감방 한가운데 서서 눈을 감고 바늘을 어깨 위로 던져. 눈을 뜨기 전에 자네는 열두 번 원을 돌고 나서 바늘을 찾도록 해. 바늘은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그리고 더 오래 찾아야 하기 때문이지. 바늘을 찾으면 자유 속에서 루블 지폐가 가득한 지갑을 발견한 것보다 더 기쁠 거라고 바실리가 말했어. 나는 시험을 해 보았어. 바실리의 말이 맞아. 재미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