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한계급론≫은 베블런의 많은 저작들 가운데 가장 알려져 있다. 나아가 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의 진화적 방법론이 체계적으로 적용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는 전체 가운데 제4장 <과시적 소비>와 제8장 <생산 활동의 면제와 보수주의>에 집중했는데, 이 두 장이 베블런의 생각을 비교적 전체적으로 잘 보여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짧지만 우리는 이 두 장에서 그의 진화론적 방법론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각주를 통해 정리되어 있다.
각주의 해석을 통해 이 책은 진화 경제학의 방법론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진화 경제학 방법론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방법론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한다. 옮긴이는 베블런이 설정한 ‘주적’을 넘어 마르크스, 케인스, 슘페터의 방법론과도 비교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비교가 온갖 개인적 희생을 치르면서 인류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끝없이 고민하는 양심적 인간들에게 특별히 요청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제학 방법론 제시자로서의 베블런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을 통해 유한계급을 비판하는 중에, 사실 그는 새로운 소비자 이론을 구축하고자 했다. 즉, 한계원리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컴퓨터 모양의 괴상한 소비자 대신, 사회적 관계 안에서 사유 습성과 관계, 곧 제도적 맥락 안에서 소비하는 소비자를 생각한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자 했다. 곧, 베블런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학의 원리를 재발견하는 것이었다.
진화 경제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다
경제 성장과 발전은 진화적 과정이다. 정태 분석은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 경제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은 ‘변화 과정’에 초점을 두는 방법론을 필요로 한다. 이 목적을 위해 베블런은 “진화 경제학적” 경제학 방법론을 상상했다. 경제학은 현대 경제의 가장 명백한 측면인 변화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 경제학의 방법론은 완성되지 않았다
진화적 원리로 경제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베블런이 완전한 분석틀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호지슨(J. M. Hodgson)은 그가 “풍부한 암시와 통찰력을 제시”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는 베블런의 진화 경제학에 대한 의의가 오늘날까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블런의 방법론을 통해 우리가 오늘날 봉착한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베블런에만 집착할 경우 충족되기 어려우며 경제학은 또 사회학, 정치학은 물론이고 생물학과 심리학과도 긴밀하게 상호 협력할 필요가 있다.
200자평
약탈과 기만으로 재산을 축적해서 사치와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미국의 부자들을 예리하게 비판한다. ≪유한계급론≫은 ‘사회적’ 소비 이론을 제시하며, 이에 따라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합리적’ 소비 이론은 부정된다. 베블런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된 본능, 제도, 기술에 대한 설명에서 진화 경제학의 방법론의 핵심을 들여다본다.
지은이
1857년 교육 수준이 높은 노르웨이 이주농의 네 번째 자녀로 위스콘신에서 태어났다. 그는 미네소타의 노스필드에 있는 칼턴 칼리지에 입학해 저명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자인 클라크(John Bates Clark)의 지도 아래 경제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그 후 예일 대학교에서 포터(Noah Porter)와 섬너(William Graham Sumner) 아래서 공부하면서 1884년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불가지론자로서의 입장 때문에 그는 종교 단체와 관련된 학교생활을 소홀히 했다. 그 때문에 경제학에 대한 명성은 구축되지 않았다. 마침내 1891년 코넬 대학교에서 로플린 교수(James Laughlin)의 관심을 얻었다. 새로 설립된 시카고 대학교로 옮겼을 때 그는 베블런을 동행시켰다. 거기서 베블런은 군집 생태학자 모건(Lloyd Morgan) 및 문화인류학자 보애스(Franz Boas)와 지적 교류를 가졌다. 또 듀이(John Dewey)와 교류하며 그의 프래그머티즘을 접했다. 베블런은 이윽고 <정치경제학회지(Journal of Political Economy)>의 편집인이 되어 경제학 분야에서 저술 활동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1899년 ≪유한계급론≫을 출간해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그의 나이 마흔두 살이던 당시 상황은 록펠러, 카네기, 밴더빌트 등 탐욕스런 ‘강도 귀족’이 독점적 수탈, 사치와 향락으로 미국 경제를 주무르던 시대였다.
<경제학은 왜 진화적 학문이 아닌가?>(1898)라는 논문을 통해 경제학과 진화론의 관계를 제기했는데, 아래에 언급된 거의 모든 저술을 통해 그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기초하여 경제를 이해하는 입장을 옹호했다. 스스로 가장 중요한 저작으로 간주하는 ≪제작 본능론≫(1914)을 포함하여, ≪영리기업론≫(1904), ≪기술자와 가격체계≫(1921), ≪부재 소유권과 영리기업≫(1923)을 출간하여 제작 본능과 한가한 호기심 본능에 따라 기술적 효율성과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기술자나 산업 계급(industrial class)과 달리 편법, 교활함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며 금융 구조를 교란하는 영리기업가들을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클라크 교수의 경제학≫(1919), ≪자본의 성질에 관하여≫(1908), ≪한계효용의 한계≫(1909)에서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비판하는 동시에 ≪카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경제학과 그의 추종자들≫(1906, 1907)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또, ≪독일 제국과 산업혁명≫(1915), ≪평화의 본질과 그 존속기간에 관한 연구≫(1917) 등을 통해 평화를 위협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연구했다. 약탈, 지배, 낭비로 얼룩진 자본주의 체제가 세계 대공황을 맞이하는 시점을 앞둔 1929년 8월 3일, 위대한 진화적 제도경제학자 베블런은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옮긴이
부산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브레멘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디플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산광역시 정책개발실 과학기술정책 연구 위원 등을 거쳐 현재 영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연구 논문 <진화 경제학적 기술확산 모형 연구>(<경제학연구> 54집 1호, 한국경제학회)로 2006년 ‘BMW 코리아 학술상’을 수상했다. 대표 논문으로 <독점자본에 대한 자본논리학적, 신기술론적 재고>(한국사회경제학회, 1993), <진화 경제학의 국가특수성 논의와 정책적 시사점>(한국경제학회, 2000), <A comparative study on Social Systems of Innovation between Korea and Germany>(한국경제학회, 2001), <개방경제하의 지역혁신체제 모형>(한국경제학회, 2002), <사회적 자본, 경제 성장, 혁신>(한국경제학회, 2005),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진화 경제학적 평가>(한국사회경제학회, 2008) 등이 있다. 현재 ‘기술’과 ‘제도’의 문제를 진화 경제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4장 과시적 소비
제8장 생산 활동의 면제와 보수주의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재화의 비생산적 소비는 명예로운 일인데, 그것은 먼저 용맹의 표시이자 그를 통해 인간적 품위를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그것은 그 자체로 명예롭게 되는데, 특히 보다 소망스러운 것들을 소비할 경우에 그렇게 된다.
-36쪽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삶은 다른 종의 삶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투쟁이며, 그 때문에 그것은 선택적 적응(selective adaptation)의 과정이다. 사회구조의 진화는 제도의 자연선택 과정이었다. 일반적으로 보아, 지금까지 인간 제도와 인간 특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보는 최적의 사유 습성(the fittest habit of thought)이 자연선택 되는 과정이다.
-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