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33년 2월 2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르망. 남자 주인이 외출하고 없는 동안 그 부인과 딸이 두 하녀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하녀들은 그 집에서 6∼7년간 착실하게 일해 온 자매로 이름은 파팽이다. 모녀의 시신은 칼로 난도질당하고 눈알이 후벼 파진 채 발견되었다. 하녀가 주인을 공격한 이 잔혹한 하극상 살인은 프랑스 전역, 특히 부르주아 계층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자매는 즉각 체포되었고 재판 과정을 거쳐 언니 크리스틴은 참수형, 동생 레아는 20년 노역형과 추방령을 선고받는다.
장 주네가 <하녀들>에서 이 사건의 연극성에 주목한 반면 웬디 케슬먼은 실화 사건 자체를 극화하며 왜 파팽 자매가 이런 잔혹한 사건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그 원인에 천착한다. 케슬먼은 남자가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작동되는 주인 모녀와 파팽 자매, 네 여자의 심리적인 엉킴, 젠더, 동성애, 근친애, 계급의 긴장을 읽어 내며 살인의 원인을 파헤쳐 간다.
일명 ‘파팽 사건’은 동기 없는 살인으로 비치며 프로이트, 라캉, 보부아르, 사르트르 등 당대 지성인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여러 작가들이 이 작품을 모티프로 소설, 희곡 등을 썼다. 특히 웬디 케슬먼은 여성적 관점에서 사건을 재해석한 <이 집의 내 언니>로 미국 내 여성 극작가에게 주어지는 가장 권위 있는 상 수전스미스블랙번상을 수상했다.
200자평
1933년 2월 2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르망에서 상주 하녀들에 의한 주인집 모녀 살해 사건이 발생한다. 시신은 잔혹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프랑스 지성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인 여성 작가 웬디 케슬먼은 특히 여성주의 관점에서 사건을 재해석한 희곡으로 수전 스미스 블랙번 상을 수상한다.
지은이
웬디 케슬먼(1940∼)은 희곡 외에도 영화, 뮤지컬, 그리고 청소년을 위한 극을 쓰는 작가다. 1981년 켄터키 주 루이빌 소재 액터스 시어터(Actor’s Theatre)에 대표작인 <이 집에 사는 내 언니>를 발표하고 극작가로서의 존재를 뚜렷이 드러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그녀는 프랑스의 르망을 방문해 파팽 사건 생존자들을 취재했고 프랑스에 체류한 경험으로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을 쓰기도 했다. <올랭프와 사형집행인(Olympe and the Executioner)>, <사형집행인의 딸(The Executuioner’s Daughter)>은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옮긴이
연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캠퍼스에서 연극학 석사, 동아대학교에서 <King Lear와 Lear의 비교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희곡집 ≪기우제≫(평민사, 2006), ≪셰익스피어와 사랑에 빠지다≫(북스힐, 2001, 편저), 역서로는 ≪빨래≫(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카릴 처칠 희곡집: 비네가 탐/클라우드 나인≫(평민사, 1997), ≪꾀뜨미네의 사흘≫(일월서각, 1985), ≪벨 자≫(고려원, 1983), 논문에는 <King Lear의 민담 Source로서의 Cinderella Cycle>, <King Lear의 모성 부재>, <<베니스의 상인>의 시간과 공간>, <한국여성주의극 연구>, <My Sister in This House의 계급 억압>, <카릴 처칠의 언어와 극작 기법> 등이 있다. 미국 UCLA대학, 브라운대학, 일본 동지사대학에서 방문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창원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우제>로 1994년 여성신문사에서 수여하는 희곡 부문 여성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영미 여성주의 극의 번역과 무대화에 주력해 왔다. 카릴 처칠의 <비네가 탐>, 팸 젬스의 <두자, 피시, 스타스 그리고 비>, 마리아 아이린 포네스의 <진흙>, 자작극 <그 많던 여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나?>, <13인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웬디 케슬먼의 <빠뺑 자매는 왜?>를 연출했고, <밀레니움 여성예술제>를 기획하고 총예술감독을 맡았다. 그 외 부조리극으로 해럴드 핀터의 <방>, 베케트의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아라발의 <장엄한 예식>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온라인 웹진 ≪이프≫에 “오토바이를 탄 여교수”라는 필명으로 연극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극단 TNT레퍼토리(1982년 창단) 대표로 있다. 2012년 극단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폴라 보글의 <운전 배우기>를 국내 초연으로 연출한 바 있으며, 2015년 한국여성연극인협회에서 수여하는 올빛상(극작)을 수상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레아: (겁에 질려) 꽃병. 주석 꽃병. 마담이 화낼 거야. 마담은….
크리스틴: 쉬잇. (상황을 알아차리고 주석 꽃병을 바로 세운다.) 괜찮아, 레아. 이리 와 봐. 안 깨졌어. (레아 믿기지 않지만 눈을 뜬다. 계단 아래로 내려간다.) 내 천사, 내 비둘기. (레아를 자기 곁으로 끌어당겨 안는다.) 놀라지 마, 날 봐, 봐.
(현관 벨이 울린다. 피아노 소리가 멈춘다. 레아는 크리스틴의 눈을 들여다본다. 크리스틴이 흩어진 마른 꽃들을 모아서 꽃병에 다시 꽂는다.)
크리스틴: 걱정 마. 아무것도 안 깨어졌어. 괜찮아.
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