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이상교는 인간과 동물과 식물이 생태학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보여 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생태학적 환경과 거기서 묻어나는 진한 자연 친화적 감성은, 작가가 보낸 유년 시절의 성장 배경과 깊은 연관이 있다.
작가는 동시로 문단에 등단한 후 50여 년간 발군의 동시를 많이 썼기 때문에, 흔히 동시인·시인으로도 통한다. 그래서인지 이상교의 동화는 이야기 과정에 시가 자주 등장해 줄거리를 더욱 정감 있게 이끌어 주곤 한다. 언어의 시적 리듬과 운율이 잘 표현되었으며, 스토리의 전개 과정에서 간접화법의 해설이 거의 없이, 가장 간결한 직접 화법의 대화로 독자를 스토리에 직접 끼어들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상교 문학에서 그를 동시나 동화의 장르로 구분해 평하는 것은 특별히 그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의 모든 동시에는 동화 같은 스토리가 담겨 있고, 그의 모든 동화에는 동시와 같은 시적 운율과 리듬 그리고 시의 언어가 늘 함께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태적 삶의 생생한 미메시스’로 독자의 내재된 감성을 깨워서 감동을 통해 마음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저놈의 강아지>, <까치밥>, <꽃이 된 엄마>, <아름다운 겨울> 등은 자연과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태적 환경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그 속에서 주고받는 소박한 스토리에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진하게 스며 있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은 독자들을 실제로 경험하거나 겪을 법한 정황으로 안내해서 감성을 자극해 감동하게 하고 그러한 감동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이상교의 동시와 동화들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삶의 생생한 모습을 묘사하면서도 아무것도 독자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그의 스토리에 더 사로잡혀 감동하고, 그 감동을 통해 자신들이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인지 무엇이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며 무엇이 더 무가치한 것인지 또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가야 바른 것인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200자평
이상교는 인간과 동식물이 생태학적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보여 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시인이다. 그의 동화는 언어의 시적 리듬과 운율이 잘 표현되었으며, 스토리의 전개 과정에서 간접화법의 해설이 거의 없이, 가장 간결한 직접 화법의 대화로 독자를 스토리에 직접 끼어들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이 책에는 <꽃이 된 엄마> 외 17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3년 월간지 ≪소년≫을 통해 동시 부문 3회 추천 완료를 마쳤으며 이듬해인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부문에서 가작으로 입선했다. 같은 해, <나무>로 ≪월간문학≫ 동시 부문 제16회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1977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서 당선되었다. ≪술래와 아기별≫, ≪열 두 살의 봄≫, ≪날아간 목마≫, ≪꿈꾸는 사다리≫ 외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해설자
1950년에 전남 무안에서 출생했다. 중앙대학교 외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유아교육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 교환 교수로, 1985년 독일세계아동문학관 초빙 연구 교수로 지냈다. 2013년 현재 우석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방정환 아동문학상을 받은 후 아동문학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작가의 말
꽃이 된 엄마
호돌이의 똥
박재은 아줌마
코끼리와 할미새
아름다운 겨울
국어대백과사전
강물
피어나는 말
달 돋는 나라
점치는 새
까치밥
선녀와 봉숭아꽃
저수지 아이들
귀신 집
주워 온 무
저놈의 강아지
엄마의 금반지
우리들의 삼국시대
해설
이상교는
김경중은
책속으로
1.
진묵이는 저희 엄마와 뭐라곤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또는 손을 가슴이나 턱 앞에 댔다 떼었다 했습니다.
진묵이 아빠가 할아버지한테 손짓으로 무엇인지 간곡하게 설명했습니다. 양손을 크게 펴 보이는가 하면 이마에 한 손을 가져다 대고 엄지손가락을 불쑥 내보였습니다.
진묵이와 진묵이 엄마 아빠는 한참 동안 수화를 나누었습니다.
“말이 손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것 같구나.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아빠가 작은 소리로 내게 소곤거렸습니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곧 진묵이 할아버지는 진묵이 아빠의 등에 업혔습니다.
-<피어나는 말> 중에서
2.
“호오?.”
여자아이가 입김을 내보냈습니다.
“외롭다.”
여자아이는 몇 번이나 세 글자를 썼다가 지웠습니다. 이윽고 여자아이는 창문 사이에 날개가 끼인 종이학을 발견한 듯 눈을 크게 떴습니다.
“누군가 날려 보내려다 못 한 모양이야. 날려 보낼 것을 잊고 만 걸지도 몰라.”
여자아이는 있는 힘을 다해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접혀 있던 종이학의 날개를 조심스레 펼쳤습니다.
“마음껏 날아가렴!”
여자아이가 종이학을 공중에 날렸습니다.
‘달 돋는 나라까지 날아가렴!’
초록 별도 속으로 얼른 외쳤습니다.
“초록 별아! 이렇게 내가 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 때문일 거야. 고마워!”
은빛 종이학은 곧 눈앞에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내 어머니 가신 나라. 달 돋는 나라.”
여자아이가 부르는 노래의 끝 부분은 목멘 소리로 흐려졌습니다.
-<달 돋는 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