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이영은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작가다. 등단 이래 ≪열세 살 시리즈≫, ≪선생님 시리즈≫, ≪키모 시리즈≫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그의 작품은 아이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동화’로 통했다. 1995년 대교출판사가 주관한 ‘전국 어린이가 뽑은 올해의 인기 작가상’을 받을 정도였다.
이 선집에 실린 아홉 편의 작품은 대체로 어두운 현실의 삶을 다룬 묵직한 주제의 작품들이다. 주로 1980~199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로, 도시보다는 시외의 변두리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어두운 면을 비판적으로 다루거나 현실 극복의 의지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어둡고 힘겨운 현실에 처해 있는 아이들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1980년대 이후 아동 서사문학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생활동화의 범람을 목도했다. 현실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동화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끝나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서 생활동화의 폐단이 종종 불거지곤 했다. 그러나 이영의 작품은 이미 그러한 폐단에서 저만치 앞질러 나아갔다. 그의 어두운 현실 이야기는 섣불리 희망을 이야기하지도 않으며, 해피엔딩을 조작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려 내면서 마지막까지 소설적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높은 사실성을 확보하면서 공감과 실감을 구현해 내는 원천이다.
200자평
동화작가 이영의 작품은 아이들 사이에서 ‘재미있는 동화’로 통해서 1995년 대교출판사가 주관한 ‘전국 어린이가 뽑은 올해의 인기 작가상’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작품에서 섣불리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해피엔딩을 조작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바로 높은 사실성을 확보하면서 공감과 실감을 구현해 내는 원천이다. 이 책에는 <사마귀>를 포함한 9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이영은 1943년 일본에서 태어나 충남에서 자랐다.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했다. 1982년 ≪아동문예≫ 신인상에 단편동화 <징검다리>가 당선되었다. 이듬해 <소년과 얼금뱅이>로 소년중앙문학상을, 1984년 ≪물빛 눈동자≫로 새벗문학상을 받았다. ≪꼬마 4번타자≫, ≪꿈꾸는 멍키호테≫, ≪호랑이 뱃속 구경≫, ≪열 세 살의 자서전≫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한국아동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을 받았다.
해설자
조태봉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로 아동문학을 강의하며, 계간 ≪어린이책 이야기≫ 발행인을 맡고 있다. 주요 평론으로 <현실의 무게와 존재의 가벼움>, <차별과 혼돈의 벽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시공간들>, <판타지를 바라보는 장르론적 입장> 등 다수가 있다.
차례
작가의 말
징검다리
참기름 들기름
아름다운 여행
손전등
고향 수채화
방아깨비
개구리 행진곡
산꽃 불꽃
사마귀
해설
이영은
조태봉은
책속으로
1.
‘혹시 아빠가?’
벌떡 일어난 순이는 방문을 왈칵 열어젖혔다.
“순아! 나다!”
달빛 속에 아버지가 우뚝 서 있었다. 하얀 이를 드러낸 채 활짝 웃고 있었다. 어젯밤 꿈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빠아-!”
아버지의 목에 매달리는 순이.
“여보-!”
어머니가 맨발로 뛰쳐나왔다.
서로 얼싸안은 세 사람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달빛이 세차게 쏟아졌다. 뜰에도 방에도 철철 넘쳐흘렀다.
담 밑의 구절초꽃이 방끗 웃었다.
눈이 시도록 하얀 꽃잎을 흔들었다.
-<참기름 들기름> 중에서
2.
“야, 멱 감으러면 어디로 가야 하네?”
노래를 멈춘 소년병이 내게 물었다.
“멱 감고 싶어?”
“기래, 기래. 더워 죽갔어.”
소년병이 군복 단추를 풀었다.
“따라와.”
신바람이 난 내가 앞장섰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아욱.”
노래하며 고샅을 내려갔다.
“오늘도 자유조선, 꽃다발 우에….”
우리는 노래에 맞춰 행진하듯 걸어갔다.
친구들과 멱 감던 계룡천 냇가에 닿았다.
“기래! 와, 이제 살맛 나누만!”
소년병 일수가 냇가에 총을 내던졌다. 군복과 군화도 훌훌 벗어 던지더니 냇물로 풍덩 뛰어들었다.
나도 뛰어들었다. 뼛속까지 시원했다.
“살맛 나누만!”
소년병은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신나게 물장구를 치며 멱을 감았다. 눈을 뜬 채 물속의 물고기들을 쫓아다녔다.
-<사마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