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일반적으로 이현주의 동화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그는 첫 동화집인 ≪웃음의 총≫의 머리말에서 “나는 나의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하나님의 손바닥에 흐르는 땀이나, 향기로운 바람 같은 하나님의 냄새를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강정규, ≪한국현대아동문학 작가작품론≫, 집문당, 1997, 680쪽 재인용)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이현주의 동화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근거해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성경 동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즉, 성경 동화가 대체로 성경에 나오는 내용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면, 그의 작품은 사랑 혹은 비폭력, 자기희생과 같은 기독교의 핵심 사상을 동화의 틀 속에서 구현해 낸다. 그런 만큼 소재며 형식에서 일반 동화와 별반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감동의 폭과 깊이가 성경 동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현주는 1960년대 중반에 등단해 우리의 현대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라 할 수 있는 1970~1980년대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작가다. 동화작가인 동시에 목사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 곧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그와 같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장애물로 인식된 시대적 상황 및 인간의 이기심에 맞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실천적 글쓰기를 전개했다.
그 때문에 그의 동화에는 그러한 기독교적 세계관이 깊숙이 내재해 있으며, 바로 그것이 다른 작가들과 변별되는 그만의 동화적 특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때로는 사실 동화의 형식으로, 때로는 우화의 형식으로, 때로는 판타지 동화의 형식으로 구현되는 그의 작품은 강한 메시지와 동시에 풍자에서 비롯되는 해학성이 가미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점은 생태주의와 반문명주의 세계관을 표방하는 작품들도 예외는 아니다. 생태주의가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관계에서 평화와 공존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신의 창조물인 모든 생명은 평등하게 함께 살아가야 할 공생적 존재라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생태주의는 서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삶과 문학을 따로 떼어 내지 않는 정직함으로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지향하며 부조리한 현실과 당당히 맞서 싸워 온 이현주의 동화는 그 나름의 가치가 있고, 그런 만큼 한국 아동문학사의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충분한 자격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200자평
이현주는 동화작가인 동시에 목사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 곧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그의 동화는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에는 <다리를 놓는 아이들>을 포함한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이현주는 1944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졸업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기독교사상≫ 기자로 출발하여 기독교 계통 신문과 ‘크리스천 아카데미’ 등에서 일했다. 1977년 목사 안수를 받고, 30대 중반이 되어 목회를 시작했다. 1995년 스스로 제명을 청원했고, ‘공식적인’ 목사 일을 접었다.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밤비>가 당선되었다. 이후 목사이자 동화작가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펼쳐 왔다. 대표작으로는 ≪알 게 뭐야≫, ≪바보 온달≫, ≪아기 도깨비와 오토제국≫ 등 여러 권의 동화책과 ≪사람의 길, 예수의 길≫, ≪장자 산책≫ 등 동서양을 폭넓게 아우르는 신학 및 사상과 관련한 많은 책이 있다.
해설자
황수대는 문학박사이자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다. 1965년 대전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이문구 동시 연구>로 석사 학위를, <1930년대 동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이문구 동시의 생태학적 의미>로 제5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평론가상’을 받았다. 2013년 현재는 고려대학교와 청주대학교, 한경대학교에서 아동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틈틈이 아동청소년문학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비평문을 쓰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글쓰기와 말하기≫가 있다.
차례
작가의 말
말다툼
장마 끝에
텔레비전과 할머니
우정은 햇살 속에
다리를 놓는 아이들
우당탕 마을의 사람들
물구나무서서 돌아다니기
엉뚱이 형제
아이와 자전거
아버지
하늘을 나는 개
마지막 승리
해설
이현주는
황수대는
책속으로
1.
“네가 여길 어떻게 왔니?”
“….”
수연은 말없이 소철을 바라봤다.
“좌우간 어서 들어와. 비를 많이 맞았구나?”
“난 느네 집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했지?”
“걱정은 뭐… 수연아! 미안하다.”
방으로 들어서는 수연을 부축해 주며 소철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수연은 말없이 한참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었다.
“이거… 받아.”
“뭐냐?”
“글쎄 받아. 오늘 누나에게서 네 편지 받았어.”
“이거 그거구나?”
수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싫다… 너 이거 주려고 왔니?”
“….”
수연의 하얀 안경알이 몇 번 번쩍거리는 듯했다.
“정말… 수연아, 미안하다.”
“난… 난 정말이지, 지금까지 동무가 없었다. 난….”
안경을 벗어 들고 수연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소철은 공연히 자기의 눈시울도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다리를 놓는 아이들> 중에서
2.
“바로 이것이다. 너희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이 게으름과 무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게으름은 바로 우리의 적이다. 이 지린내가 어디서 오는 것이냐? 이것이야말로 너희들이 너희들의 아비들로부터 물려받은 그 알량한 유산인 게으름이 썩는 냄새가 아니더냐?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도 이제 잘살아 보자는 거다. 자- 이제부터 길을 닦는 것이다. 길은 모든 것의 아버지다. 이 케케묵은 길을 갈아엎을지어다!”
-<물구나무서서 돌아다니기> 중에서
3.
성호는 속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억지로 누르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심판 선생님, 엄용만의 반칙이 아닙니다. 발을 건 것은 저였어요.”
말을 마치고 성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왠지 모를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울면서 성호는 계속 말했다.
“아까부터 그랬어요. 아까 후반전이 시작되면서부터…. 난 다 알아요….”
-<마지막 승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