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위의 풍골과 흥기
한대(漢代)의 악부시(樂府詩)를 살펴보면 당시의 사회문제를 반영하고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내용이 적지 않은데, 건안의 시인들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상과 현실의 모순 속에서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통해 국가와 인민을 구하고, 자신이 처한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고 비판함으로써 인생의 영원한 정신적 가치를 찾고자 했다.
진자앙은 시가 혁신의 관건이 건안 문인들의 원대한 포부와 기개를 회복해 시 속에 이러한 한·위의 풍골과 흥기를 표현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그는 한·위의 풍골과 흥기야말로 세상과 시대를 구하고자 하는 삶의 이상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으니, 세상과 시대에 대한 구원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고, 삶의 의미에 대한 탐색을 시대적 상황에 따라 공을 세우고 이상적 정치를 이루어내고자 하는 강렬한 추구로 구체화하는 한편, 현실에 대한 보다 분명한 인식하에 관직에 나서거나 물러서거나 절조를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인생의 참뜻과 비흥 상징의 수법
진자앙은 시가의 내용 면에서 복고 속의 혁신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지만, 미적 형식의 측면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아름답고 화려한 수식을 중시하는 제·양의 글쓰기를 비판하고, 그 결과 제·양 이후 시가의 예술적 형식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무시했다. 그의 <감우시> 38수는 완적의 <영회시>를 모방해 내용적으로는 인생의 참뜻과 시대적 사명을 탐색하고, 형식적으로는 비유에 이치를 담아내는 비흥 상징의 수법을 사용했는데, 그러면서 그는 예술적 형식에서도 한·위 시대로 되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이 때문에 그의 시는 내용에 비해 예술 기교의 성과가 적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공적과 후대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그는 기치가 선명한 이론과 현실주의적인 내용의 시를 써서 당시가 건강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개척했으니, 그의 위상은 중국 시사(中國詩史)에서 길이 빛날 것이다.
진자앙의 작품은 없어진 것이 많아 현재 전해지는 것은 시 127수와 문(文) 110여 편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현재 전하는 진자앙의 시 127수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감우시(感遇詩)> 38수와 <등유주대가(登幽州臺歌)>, 그리고 그의 시가 이론이 담겨 있는 <수죽편병서(修竹篇幷序)> 등 작품성이 뛰어난 57수를 엄선해 상세한 작품 해설, 주석과 함께 소개한다.
200자평
초기의 당시가 감상적이고 화려한 궁체시로 흐른 것을 비판한 진자앙은 시의 내용은 사회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한위 복고주의를 주창했다. 그의 시는 풍부한 사회적 내용과 강렬한 저항 의식을 갖추었다. 비록 예술 기교 방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긴 했지만, 그는 초당사걸 이후 당시 형성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 책에는 <감우시(感遇詩)>를 비롯한 그의 대표작 57수를 소개한다.
지은이
진자앙(659∼700)은 자가 백옥(伯玉)이며, 재주(梓州) 사홍현[射洪縣, 지금의 쓰촨성(四川省) 서훙현(射洪縣)] 사람이다. 평민 지주 집안 출신으로 소년 시절에는 호방한 성격에 협객을 자처했으나 18세부터 생각을 바꾸어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24세에 과거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고, 26세 때 대궐로 들어가 글을 올리고 인대정자(麟臺正字)에 임명되었다. 28세에 종군해 교지지(喬知之)를 따라 북정(北征)에 참여했다. 31세에는 우위주조참군(右衛冑曹參軍)으로 자리를 옮겼다. 33세에 계모상을 당해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복상(服喪)을 마치고 조정으로 돌아와 우습유(右拾遺) 직에 발탁되었다. 36세 때 억울하게 옥에 갇히는 일을 당했지만 다음 해에 풀려났다. 38세 때 무유의(武攸宜)를 따라 거란 정벌에 나섰지만 그의 미움을 사 강직(降職)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일로 진자앙은 은퇴할 마음을 먹고 40세인 698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했다. 그러나 2년 후인 구시(久視) 원년(700)에 무삼사(武三思)의 사주를 받은 그곳 현령 단간(段簡)에 의해 다시금 억울하게 옥에 갇혀 울분 속에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송용준(宋龍準)은 1952년에 태어나 1971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 고전 시가를 전공해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군사관학교 중국어 교관, 영남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와 중국사회과학원 등에서 연구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중국 고전 시가를 강의하고 있다. ≪송시사(宋詩史)≫(공저), ≪송시선(宋詩選)≫(공편), ≪중국시율학(中國詩律學)≫, ≪도화선(桃花扇)≫(공역), ≪소순흠시 역주(蘇舜欽詩譯註)≫, ≪진관사연구(秦觀詞硏究)≫, ≪당송사사(唐宋詞史)≫(공역), ≪유영사선(柳永詞選)≫, ≪진관사선(秦觀詞選)≫, ≪고계시선(高啓詩選≫, ≪중국어 어법 발전사≫(공역), ≪현대 중국어 문법의 제 문제≫ 등의 저·역서와 <당시 형성과정 연구>, <송시 형성과정 연구>, <북송사론 연구>, <이색(李穡) 시의 송시 수용과 그 극복>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4)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5)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6)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7)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8)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9)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0)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1)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2)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3)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4)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5)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6)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7)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8)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19)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0)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1)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2)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3)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4)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5)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6)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7)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8)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29)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0)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1)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2)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3)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4)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5)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6)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7)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것 (38)
고향 떠난 나그네의 감개
협곡에 들어가자 역풍에 시달려 고향 친구에게 부친다
형문산을 지나 초 땅을 바라보며
날이 저물어 낙향현에서 묵다
정든 벗과의 이별
봄밤에 벗과 이별하며
종군을 위해 떠나는 위대(魏大)를 전송하며
육 명부의 <증장군중출새>에 화답해
촉으로 들어가는 은대를 전송하며
나그네를 보내며
계구루에 올라 도성으로 들어가는 가 병조를 전송하며
동래의 왕무경 학사를 전송하며
흘러간 옛일에 대한 추모
백제성에서 옛일을 회상하며
연나라 소왕
악생
연나라 태자
유주의 누대에 올라
삶의 이상과 포부
낙양의 주인에게 답함
사산봉의 나무에 써서 교지지 시어께 드림
휘 상인이 가을밤 산속 정자에서 보내준 시에 답함
시가 혁신의 선언
수죽편 병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유주의 누대에 올라
앞으로는 옛사람이 보이지 않고
뒤로는 올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천지의 끝없는 영원함을 생각하니
홀로 슬픔에 젖어 눈물이 흐른다.
登幽州臺歌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