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쭈옌 끼에우≫는 베트남이 낳은 대문호 응우옌 주가 쓴 걸작이다. ≪쭈옌 끼에우≫는 3254행으로 구성된 6·8조 연서체 장편 서사시로 중국 청나라 시대의 청심재인(靑心才人)이 쓴 통속 소설 ≪금운교(金雲翹)≫를 응우옌 주가 쯔놈 문자로 축약, 번역하여 운문시로 개작했다.
중국에서는 ≪금운교≫가 고전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베트남에서 응우옌 주의 작품 ≪쭈옌 끼에우≫가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게 되었으며, 이에 중국에서도 ≪금운교≫에 대하여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쭈옌 끼에우≫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응우옌 주가 ≪금운교≫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주인공인 투이 끼에우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을 팔게 된 이유가 응우옌 주 자신이 처해 있는 운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베트남 조정의 혼란스러움으로 베트남 봉건사회의 불합리한 실상을 자신의 작품에 그대로 반영할 수 없었고, 조상 대대로 레(黎) 왕조에 충성을 해왔던 명문 귀족으로서 응우옌(阮) 왕조에 출사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중국의 ≪금운교≫ 줄거리를 차용하여 투이 끼에우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 작품 이름을 ‘창자를 끊어내는 새로운 소리’라는 뜻의 ≪도안 쯔엉 떤 타인(斷腸新聲)≫으로 했던 것이다.
응우옌(阮) 왕조 제2대 황제인 민망은 ≪쭈옌 끼에우≫에 심취하여 관리들에게 암송하도록 했으며, 한림원 학사들로 하여금 필사를 해 후대에 전하도록 했다. 제4대 뜨 득 황제 때에는 황제가 국가 대소사를 의논하는 곳에서 ≪쭈옌 끼에우≫를 감상하고 시를 짓도록 했다. 20세기 들어와서도 ≪쭈옌 끼에우≫는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영화, 연극, 창, 판소리, 회화 등의 예술로 확대되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쭈옌 끼에우≫는 자신의 운명이 마치 그 내용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베트남 사람들의 영혼 깊은 곳까지 사로잡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끼에우 점’이 있을 만큼 자신의 운명을 점치는 경전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작품에는 유(儒), 불(佛), 선(仙)과 같은 시대의 주류적 사상이 면면히 흐르고 있고, 주제는 인간의 재색을 찬탄하는 심오한 인도주의 사상, 부모에 대한 효도 사상, 원앙과 같은 청춘남녀의 행복과 자유로운 사랑의 추구,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경계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 재색을 겸비한 아름다운 여인이 박명하여 겪는 곤궁하고 억울한 사연을 딱하게 여기는 애궁도굴(哀窮悼屈), 선과 악에 대한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다루고 있다.
현재 ≪도안 쯔엉 떤 타인(斷腸新聲)≫의 원본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1866년 출판본을 근간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제목도 ≪쭈옌 투이끼에우≫, ≪쭈옌 끼에우≫, ≪낌 번 끼에우≫, ≪끼에우≫등으로 불리고 있으나, 여기서는 베트남에서 일반적으로 부르고 있는 ≪쭈옌 끼에우≫를 제목으로 했다. 20세기의 저명한 지식인 팜뀐은 “낌 번 끼에우(金雲翹)는 베트남 불후의 문학 걸작품으로 그 심오한 사상적 가치는 영원할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세계문학사에 찬연히 빛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버금가는 작품이다.
200자평
고대 그리스에 ≪일리아스≫가 있고 영국에 ≪햄릿≫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쭈옌 끼에우≫가 있다!
베트남의 대문호 응우옌 주가 중국 청대(淸代) 소설 ≪금운교(金雲翹)≫를 개작한 장편 서사시다. 베트남에서는 운명을 점치는 ‘끼에우 점’이 있을 만큼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다. ≪심청전≫의 ‘청이’처럼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몸을 팔게 된 끼에우가 겪는 파란만장 만고풍상이 눈물겹지만, 언제나 마지막은 해피엔딩!
지은이
응우옌주(Nguyễn Du, 1766∼1820)는 베트남 역사상 대표적인 문인이다. 자는 또뉴(素如), 호는 타인히엔(淸軒)이다. 베트남의 레(黎) 왕조(1428∼1788)에서 조상 대대로 정치와 학문을 주도한 대귀족의 후예로 1766년 1월 3일 탕롱(하노이의 옛 이름)에서 출생하고 성장했다. 레 왕조가 멸망하자 레 왕조 복위운동에 연루되어 약 3개월간 구속 수감되었다가 석방되어 향리에 은거했다. 이후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를 세운 지아롱(嘉隆) 황제가 제위에 오른 1802년에 부름을 받아 조정에 출사했다. 1813년에는 정사(正使)로 천거되어 중국에 다녀왔다.
응우옌주는 베트남문학사에 귀중한 문학작품을 남겼는데, 한문으로 된 3개의 시집 ≪청헌시집(淸軒詩集)≫, ≪남중잡음(南中雜吟)≫, ≪북행잡록(北行雜錄)≫이 있고, 쯔놈으로 쓰여진 ≪쭈옌 끼에우≫는 응우옌주의 재능이 총망라된 일생일대의 결정체이자, 베트남 최고의 문학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평화위원회는 1965년 12월 응우옌주 탄신 200주년을 기념하여 응우옌주를 세계의 문화인물로 공인했다.
옮긴이
안경환은 195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났다. 충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으며, 베트남의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어문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조선대학교 외국어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생활 베트남어회화≫, 역서로는 호찌민의 ≪옥중일기(獄中日記)≫, 응우옌주의 ≪쭈옌 끼에우≫, 당투이쩜의 ≪지난 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 보응우옌잡의 ≪잊을 수 없는 나날들≫, 권정생의 ≪몽실 언니≫와 김동인의 단편집 공동 번역이 있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친선문화진흥공로훈장, 평화우호훈장을, 호찌민 시로부터 휘장, 응에안 성으로부터 호찌민 휘장을 수훈했고, 베트남 문학회로부터 외국인 최초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4년 10월 7일 하노이 명예시민으로 추대되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장 브엉씨 가문
제2장 담띠엔의 묘
제3장 낌쫑과 끼에우의 첫 만남
제4장 예언
제5장 비밀 약혼
제6장 낌쫑과 이별
제7장 끼에우의 희생
제8장 유랑
제9장 서카인
제10장 파멸
제11장 끼에우와 툭
제12장 착한 사또
제13장 툭과 이별
제14장 사악한 본처
제15장 납치
제16장 노예가 된 끼에우
제17장 툭과 끼에우의 재회
제18장 끼에우의 입산
제19장 작주옌
제20장 또 다른 불행
제21장 끼에우와 뜨하이
제22장 끼에우의 심판
제23장 뜨하이의 죽음
제24장 자살
제25장 구출
제26장 낌쫑의 귀향
제27장 낌쫑과 끼에우의 해후
에필로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한 백 년 인생살이에,
재(才)와 명(命)은 어찌 그리 서로 시샘하는지.
상전(桑田)이 벽해(碧海) 되는 변화무쌍한 세상 살며
가슴 아픈 일 그 얼마던가.
이상하게 저쪽이 부족하면, 이쪽은 풍족한 것은,
조물주도 미인을 시새우기 때문이라.
흥미로운 이야기 등불 앞에 펼쳐 있으니,
염정록(艶情錄)이 청사에 전해지고 있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