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꿈을 만드는 공장의 이면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미디어 직군은 많은 대학생이 선망하는 직업 분야다. 그러나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즐겁게 일할 것이라 여겨지는 문화 생산자들이, 실제로는 생활고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과로사 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린다. 미디어 산업의 화려한 겉모습을 한 꺼풀 벗겨 내면, ‘노동’이 있고 ‘노동자’가 있다.
이론과 현장 연구의 종합
노동자 개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 활동은 ‘창의 노동(creative labour)’이라 불린다. 이 책은 미디어 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음악·방송·잡지 산업을 대상으로 미디어 생산 과정 및 창의 노동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를 펼친다. 데이비드 헤스몬달프와 사라 베이커는 창의 노동 문제에 다양한 이론적 시각들을 통합적으로 적용하여 포괄적인 이해를 도모한다. 1부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여러 이론들을 비교 분석하여 ‘좋은 노동(good work)’과 ‘나쁜 노동(bad work)’이라는 단순한 대비 구조에 대한 통합적 이론 틀을 정립한다. 여기에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문화연구학은 물론 노동사회학, 경영학, 조직학, 정치학 및 관련 철학 연구까지 아우르는 융합적 연구 방법이 적용된다. 2부에서는 통합적 이론 틀을 실제 노동 현장에 적용하여 검증한다. 영국의 음악·방송·잡지 산업에 종사하는 창의 노동자 63명과의 인터뷰, 한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의 참여 관찰 연구를 바탕으로 미디어 산업 내의 노동 생활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텍스트와 소비 연구에서 생산과 노동 연구로
그동안 미디어 산업에 대한 연구는 미디어 소비와 텍스트 연구, 경영 및 산업 가치 연구에 집중되어 왔다. 반면 미디어 생산자와 생산 과정 자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미디어 노동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고용 시장 내 불평등 구조 및 고용 형태에 대한 비판적 분석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창의 노동은 스스로의 창의성을 노동 과정 속에서 발휘하려는 노동자의 욕구 위에 산업적 목표와 사회문화적 요구가 합쳐지는 영역이다. 실제 노동자들이 생산 과정에서 경험하는 ‘주체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이 그 주춧돌이 될 것이다.
200자평
창의 노동이 뭔가? 개인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생산 활동이다. 어디서 주로 일어나나? 방송·음악·잡지처럼 문화와 지식을 생산하는 산업, 곧 미디어 산업이다. 미디어 산업의 최근 쟁점은? 창의성이라는 수사에 가려 실제 노동 현실에 대한 관심은 소홀했다는 점이다. 미디어 노동 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들이 창의성과 미디어 노동과의 관계를 탐구한다. 창의 노동의 쟁점이 일목요연하다.
지은이
데이비드 헤스몬달프(David Hesmondhalgh)
영국 리즈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며, 미디어·음악·문화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리즈대학교의 미디어산업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런던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The Cultural Industries(2007), The Media and Social Theory(2008), Creative Labour: Media Work in Three Cultural Industries(2011, 공저), Why Music Matters(2013) 등이 있다.
사라 베이커(Sarah Baker)
호주 그리피스대학교의 인문대학 조교수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에서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Creative Labour: Media Work in Three Cultural Industries(2011, 공저), Think Sociology(2012, 공저), Redefining Mainstream Popular Music(2013, 공저) 등이 있다.
옮긴이
안채린
영국 워릭대학교 문화정책연구센터에서 창조산업 분야 박사과정 중이다. 2004년 YTN 미디어에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2008년 좋은콘서트에서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박진영의 2008 나쁜 파티’ 등의 공연에 프리랜서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기획·연출하였다. 숙명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워릭대학교 창조·미디어기업 석사과정을 최우수 졸업했다. 역서로는 『창조 전략, 경영과 혁신을 다시 연결하라』(2014)가 있다.
차례
옮긴이 서문
감사의 글
01 서론: 창의 노동은 좋은 노동이 될 수 있는가
문화 산업의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
독트린으로서 창의성
창의 노동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논쟁, 그리고 이 책의 접근법
정의와 연구 범위
연구 설계: 연구 대상 산업 분야와 사례의 선택
연구 방법: 인터뷰와 참여 관찰
책의 구성
1부 이론의 통합
02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
마르크스의 노동과 소외
노동 소외의 사회학적 개념
새로운 노동 모델의 제시: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
좋은 노동의 조건 1: 좋은 상품의 생산
좋은 노동의 조건 2: 자율성
좋은 노동의 조건 3: 자아실현
후기구조주의 노동 비평과 가치의 문제
주체적 경험
03 창의 노동의 특수성
이번 장의 구성
문화 생산 연구의 세 가지 접근
문화 생산 연구와 노동
창의 노동의 특수성에 관한 정치경제학적 접근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창의 노동 특수성: 경험의 커뮤니케이션
창의적 자율성의 비평적 개념과 두 핵심 구성 요소
창의 노동과 사회 계급
창의 노동의 문화연구학: 주체성과 자기 착취
창의 노동에 관한 논쟁
2부 실증적 연구
04 자율성과 창의성, 상업성의 관리
창의성, 상업성, 그리고 조직
창의적 경영관리의 기능
창의적 자율성의 관리 1: 잡지 산업
창의적 자율성의 관리 2: 음반 산업
자율성에 대한 압박 1: 방송 산업의 시장화
자율성에 대한 압박 2: 마케팅 권력의 증가
자율성에 대한 불안감
자율성에 대한 압박 3: 네트워킹의 의무화
결론
05 임금, 노동시간, 고용 안정성, 참여, 존엄성, 자유
창의 노동 생활의 질
임금, 노동 시간, 노동조합
노동 안정성과 리스크
존엄성, 그리고 자존감
도전 의식, 흥미, 참여
자율성의 경험
창의 노동 경험의 양면성
06 창의 노동 커리어와 자아실현, 그리고 사회성
커리어의 축소?
나에게 맞는 창의적 직업 찾기
창의 직업 커리어의 취약성
창의 노동과 자아의 과도한 투영
팀워크, 사교활동, 네트워킹
고립감
자아실현과 사회성: 현대 창의 노동의 양면성
07 감정 노동과 정동 노동
비물질 노동, 정동 노동, ‘프레카리티’
감정 노동
미디어 노동과 상징적 권력
오디션 프로그램의 제작: 예산, 커미셔너, 독립제작사
감정 노동과 스타 만들기의 불안
팀 기반 제작의 즐거움과 사회성
정동 노동과 내재적 협력의 관계
결론
08 좋은, 그리고 나쁜 창의적 생산품
창의적 생산품의 질적 수준
좋은 상품 생산을 통해 느끼는 기쁨과 만족
좋은 텍스트의 개념
나쁜 텍스트의 개념: 좌절과 실망감
나쁜 노동의 개념과 내용
문화 상품의 질에 대한 부정적, 그리고 긍정적 경험들
09 창의 노동의 오디언스, 질적 수준, 그리고 의미
오디언스의 예상 반응을 고민하는 창의 노동자
잡지 산업: 독자가 전부다?
음악: 소통의 매개인가, 사적 향유의 대상인가
오디언스는 무엇을 제어할 수 있는가
방송과 시청자의 규모: 시청률의 횡포?
오디언스의 양면성과 투영성
10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의 정치학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방법?
노동조합, 그리고 좋은 창의 노동을 위한 투쟁
일과 삶: 자기 착취를 하지 않기 위한 선택?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의 확산
부록: 인터뷰 리스트
참고문헌
책속으로
최근 들어 특히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진영에서 문화 산업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높여 왔다. 이러한 연구들은 묘하게도 노동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의 관심을 산발적으로 드러내는 데 그쳤는데, 주로 오랜 기간 인간 활동에 대한 중요한 연구 영역이었던 기존의 일반적 노동 연구나 노동사회학, 사회정치학, 경영학, 경영조직학 등의 선행 연구를 활용했다. 하지만 일부 예외를 제하고는, 이들 연구에서 문화 산업만이 가진 특성을 제대로 검증한 예를 찾아볼 수 없었다. 문화 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문화 산업 노동에 특화된 분석과 연구는 기존 학계 및 정책 입안자들은 물론, 기타 활동가들에게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창의 노동에 대한 이해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다소 산발적으로 이뤄져 온 노동 연구 논의들 속에서 공통 담론을 이끌어 내고,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중심이 될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에 대한, 다소 섬세하고 까다로운 개념 분석의 틀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문화 산업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의 개념 자체에 대해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그간 창의 노동이 인간의 노동 종류 중 이상적인 형태의 노동으로 여겨져 온 이유를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이 책이 단순히 문화 산업 내 노동에 대한 연구에 그치기보다 현 시대에 특별히 선망받는 직업들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가 되길 바란다.
_ “01 서론: 창의 노동은 좋은 노동이 될 수 있는가” 중에서
추천글
창의 노동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다. 이 책은 창의 노동 연구에서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미디어와 문화 산업의 노동이 갖고 있는 본질과 경험, 그리고 노동의 질 문제에 관심이 있는 누구에게나 필독서가 될 것이다.
_ 로절린드 길(Rosalind Gill),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
창조 또는 문화 산업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이 책이 필독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_ 피터 골딩(Peter Golding), 영국 노섬브리아대학교 교수
방송과 잡지, 음악 산업에서의 노동 경험을 철저히 분석한 이 책은 창의 노동에 내재한 모호성과 특징들을 훌륭하게 밝혀냈다. ‘좋은’ 노동과 ‘나쁜’ 노동의 의미를 면밀히 분석한 이 책의 연구 방식은 현대 경제의 광범한 영역에 적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_ 존 스토리(John Storey), 영국 개방대학교 교수
헤스몬달프와 베이커의 이 책은 각 장의 단순한 합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놀라운 책이다. 노동자의 주관적 경험을 사회적 의미로 훌륭하게 풀어냈다. 사회 이론과 실증적 연구를 창의적으로 결합·변형한 그들의 연구는 후속 연구를 위한 높은 기준을 제시한다.
_ ≪미디어, 문화, 그리고 사회(Media, Culture and Society)≫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