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레비나스의 초기 사유와 이후의 사유 전반을 보여 주는 중요한 책
≪탈출에 관해서≫는 레비나스 철학의 출발점을 보여 주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우선 이 책에서 나타나는 존재로부터의 탈출, 그리고 존재의 동일성을 지닌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탈출은 ≪존재에서 존재자로≫의 논의를 선취하고 있다. 또한 이것은 후기 사유에서 적극적으로 개진되는 존재 사건 저편으로의 초월이라는 이념 또한 암시하고 있다. 레비나스의 철학 전체를 일종의 ‘∼로부터의 탈출의 철학’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 짧은 시론에서부터 그가 평생을 두고 펼친 투쟁, 즉 어떠한 계기로도 환원할 수 없는 타자를 존재의 동일성으로 환원시키려는 존재론적 제국주의와의 투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레비나스의 철학적 사유 방식의 특이성이 잘 드러나는 책
레비나스는 존재 문제를 술어의 문제나 존재자 가운데 있는 존재의 문제로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자의 순수한 존재 방식의 문제와 연결시켜 사유한다. 그의 제자 자크 롤랑이 하이데거와는 다른 의미의 “현 사실성의 해석학”이라고 일컬었던 것처럼, 인간 존재가 얼마나 존재에 단단히 매여 있으며, 숨이 막힐 정도로 억압되어 있는지를 그는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리하여 결국 존재에 매여 있는 존재의 구조 자체가 우리를 탈출로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탈출에 이를 수밖에 없는 상황과 진정한 탈출의 의미를 기술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레비나스의 독특한 사유 방식을 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논리적인 분석보다는 레비나스의 번뜩이는 은유와 독창적인 현상학적 사유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레비나스의 사유를 보여 주는 첫 번째 텍스트이자, 이후의 사유 전반의 지적 토대가 되어 준 중요한 역할을 한 책이다. 그의 철학 전체가 일종의 ‘~로부터의 탈출’의 철학으로 불린다는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독창적인 사유 방식과 번뜩이는 은유가 잘 드러난 이 책은 레비나스의 사유를 고찰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로다.
지은이
리투아니아 출신의 유대계 프랑스 철학자다. 1923년 프랑스로 유학해 철학을 공부하다가 1928∼1929년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후설과 하이데거의 수업을 들으면서 현상학을 연구한 뒤 1930년 <후설 현상학에서의 직관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을 프랑스에 처음 소개한 현상학 연구자로 활동했다. 이후 1961년 <전체성과 무한>으로 국가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타자성의 철학’을 개진한 철학자로 서서히 명성을 얻었다.
이후 푸아티에 대학과 소르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구에 매진했으며, 말년으로 갈수록 점점 더 그의 철학의 중요성을 인정받게 된다. 현재는 서양철학의 전통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윤리적 사유로 각광을 받으며 그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별히 리쾨르와 데리다는 그의 사유를 통해 자신들의 사유를 발전시켜 나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옮긴이
1980년 진주에서 태어나 경남 통영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현상학, 그중에서도 특히 현대 프랑스 현상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또한 현상학과 신학의 상관관계 연구와 이 두 영역의 융합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역서로는 리처드 마우의 ≪칼빈주의 라스베가스 공항을 가다≫(서울: SFC, 2008)가 있으며, 폴 리쾨르의 ≪해석에 대하여≫(서울: 인간사랑)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주요 논문으로 <데카르트의 존재신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장-뤽 마리옹의 논의를 중심으로>, <후설의 현전의 형이상학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하이데거, 데리다, 마리옹>, <레비나스의 ‘탈출’ 개념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엠마누엘 레비나스의 편지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자크 롤랑의 주석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더-이상-아무것도-해볼-것이-없음’이란, 어떤 행위도 쓸모없어진 한계상황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보다 자세히 말해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은 오로지 이 상황에서 탈출하는 것뿐이라는, 바로 그 최상의 순간을 지시하고 있다. 순수한 존재에 대한 경험은 이와 동시에 내적으로는 대립되는 경험, 즉 이 순수한 존재에 대한 경험이 부과한 탈출의 경험이다.
-59쪽
결과적으로, 관념론의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고서 관념론의 적법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열려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두려움을 떨쳐버리고서 존재의 무거운 짐과 보편성을 측량하는 데서 나올 수 있다. 이 길은 존재의 성취 속에서 그 자체로 존재를 깨트리는 사건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든 행위와 사유가 안고 있는 어리석음을 우리 스스로 인식하게 만드는 길이다. 그러한 실천과 사유, 탈출의 근원성이 우리에게서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
-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