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투바인은 기원전 훈족의 후손에 기원하며 오랜 기간 고대 튀르크 칸, 위구르 칸, 칭기즈 칸의 몽골 등의 침입과 지배로 생겨난 튀르크계와 몽골계의 혼합 종족이다. 2018년 인구조사 기준에 따르면 투바인의 수는 32만여 명에 달하며 대부분은 동시베리아 남부의 러시아 투바공화국에 거주하고, 일부는 몽골과 중국에도 살고 있다.
1207년 투바는 몽골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14세기 몽골 붕괴 이후에는 북원, 중가르 한국에 편입되었다가 청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20세기 초 러시아의 보호 아래 있다가 1944년 러시아공화국 내 자치주로 편입되었고 1961년 투바자치공화국, 1992년 러시아 연방 투바공화국으로 승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투바의 공식 종교는 17세기에 들어온 라마교이지만,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 러시아 정교 등도 믿고 있다. 처음 라마교가 보급될 당시 ‘황색신앙’이라며 천대했지만 1992년 달라이 라마 14세가 투바를 방문한 이후 투바인의 토착 종교로 자리매김했다. 전통 신앙인 샤머니즘은 소비에트 시기 정치적 탄압을 받았고 1950년 이후 유목생활에서 정착 생활로 전환되면서 샤먼의 수가 현격히 줄어들었다. 샤머니즘과 더불어 ‘오보오(овоо, 돌무더기)’ 숭배, 태양 숭배와 같은 다양한 민간 신앙도 존재하는데 투바인은 어떠한 종교적 갈등과 대립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아버지의 유산인 말, 소와 염소를 주고 장기, 마술과 숫자 세기를 익힌 오스큐스 올이 잔꾀를 부리는 카라티 칸과의 내기에서 이겨 그 마을의 칸이 된다는 이야기 <세 가지 재주를 익힌 오스큐스 올>, 착한 형 악 사기슈와 동생 카라 사기슈가 동물의 대화를 듣고 카라티 칸 마을에 닥친 불행을 해결한다는 이야기 <악 사기슈와 카라 사기슈>,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게 되는 유래에 관한 이야기 <고양이 선생>, 고아 안치 카라가 백조들의 이야기를 엿들어 알게 된 치료법으로 칸의 딸을 고쳐 주고 슐부스를 죽인 후 칸의 사위가 되는 <안치 카라> 등 총 28편의 투바인 설화를 소개한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홍정현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교에서 관련 분야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차례
게으른 부엉이
새들이 말을 못 하는 까닭
안치 카라
코두르 올과 비체 키스
자작나무 처녀
어부 오스큐스 올
진실을 볼 수 있는 삼 형제
악 살 영감과 두주멧
세 가지 재주를 익힌 오스큐스 올
오를란 올과 체첸 키스
악 사기슈와 카라 사기슈
타이가 노래를 부른 오스큐스 올
고양이 선생
토끼가 양을 구한 이야기
흰 토끼
용감한 염소
오스큐스 올과 딜기젝
아디간 영감님
영리한 자와 부자
엄지 소년
오스큐스 올과 황금 공주
단지에 든 죽
에르 사릭
헤베릭
황금 새
칸의 귀는 당나귀 귀
곰 아들
지혜로운 부엉이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옛날에 백발과 흰 수염의 악 살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옆 마을에는 칸의 관리인으로 일하는 마음씨가 고약한 두주멧이 살고 있었다. 두주멧은 사람들을 골려 먹기를 좋아했다. 그는 자기 마을에 오는 모든 사람에게 수수께끼를 내서 맞히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묵직한 채찍을 휘둘러 댔다.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은 나를 채찍으로 때리시오!” 두주멧이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의 까다로운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 그래서 늘 채찍으로 맞는 사람들이 넘쳐 났다.
<악 살 영감과 두주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