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주드 천줄읽기
2504호 | 2015년 3월 23일 발행
자유에 대한 관습의 대답
장정희가 뽑아 옮긴 토머스 하디(Thomas Hardy)의 ≪무명의 주드(Jude the Obscure) 천줄읽기≫
관습의 저력
정신이 맑고 진리를 사랑할 때 두려움은 사라진다.
수와 주드는 관습에 도전한다.
자유연애와 신분 상승이다.
첫발을 떼자 반동이 엄습한다.
용기는 추잡한 이야기가 되고 자유는 부끄러운 악몽이 된다.
“수와 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오래전 우리가 최상의 상태였을 때 정신은 맑았고 진리에 대한 사랑으로 두려움이 없었어요. 하지만 우린 시대를 앞섰던 거예요! 우리 생각은 50년 정도 앞섰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죠. 그래서 그 생각은 저항에 부딪혔어요. 그게 그녀에겐 반작용을 일으켰고 저에겐 무모함과 파멸을 가져다줬어요!”
≪무명의 주드 천줄읽기≫, 토머스 하디 지음, 장정희 옮김, 178쪽
무모와 파멸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주드 폴리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모할머니가 있는 메리그린에서 힘겹게 살았다.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끝내고 꿈을 좇아 대학 도시 크라이스트민스터로 갔다.
어떤 꿈을 좇았나?
학위를 받고 학자나 성직자가 되는 것이다. 존경하던 야간학교 필롯슨 선생의 꿈을 똑같이 바란 것이었다. 대학 입학을 위해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익히고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았다.
꿈을 이루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 비브리올 대학의 학장은 그가 석공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허가하지 않았다.
결혼 생활의 불행이란?
열아홉 살 때 마을 처녀 아라벨라와 내키지 않는 결혼을 했다. 현실의 욕망에 갇힌 아내에게 역겨움을 느낀다. 몇 달 뒤 그녀가 부모와 함께 호주로 떠나면서 결혼 생활은 끝났다.
수는 누군가?
주드가 사랑한 사촌 여동생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정신적 교감이 가능한 이상적인 남녀관계를 꿈꿨다. ‘시대를 앞선 생각’을 실천에 옮긴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지성과 감성을 채워 주리라 기대한다.
‘시대를 앞선 생각’이란?
결혼 제도에 매이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다. 수는 필롯슨과 결혼했지만 자아 성취와 독립적인 삶을 바라며 그를 떠나 주드와 동거한다. 빅토리아시대 말기에 나타난 신여성의 모습이다.
시대를 앞선 삶은 어떤 모습인가?
집도 일자리도 얻을 수 없다. 아라벨라는 호주에서 낳은 아들을 주드에게 맡기고 수는 두 아이를 낳는다. 식구가 늘면서 상황은 더 나빠진다. 방을 구하지 못하게 되자 여덟 살 큰 아들은 그 이유가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동생을 죽이고 자살한다. 그 일을 계기로 둘은 헤어진다.
이제 수와 주드는 어디로 가나?
수는 필롯슨에게 다시 돌아가고, 주드는 아라벨라와 다시 합친다.
관습으로의 후퇴인가?
그렇다. 그것이 바로 하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관습을 넘어서는 삶은 이처럼 성취되기 어려운 것일까?’ 주드의 이상이 좌절되는 상황을 통해 교육·결혼·종교 등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비판한다.
≪무명의 주드≫는 어떤 책인가?
1895년 출판한 토머스 하디의 마지막 소설이다.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젊은이의 노력과 실패, 자살을 그리고 싶다”고 일기에 썼다.
독자의 반응은 어땠나?
격렬한 반응을 자아냈다. 비평가들은 “추잡한 이야기”이고 “부끄러운 악몽”이라고 혹평했다. 도서관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었다. 웨이크필드의 하우 주교는 “사악한 책”이라며 책을 벽난로에 집어 던졌다. 하디는 그 충격으로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고 시와 희곡 창작에 전념했다.
이 책은 어떻게 뽑아 옮겼나?
줄거리 전개와 주제를 고려해서 중요 부분을 3분의 1가량 뽑아 옮겼다. 생략된 부분은 요약문을 실어서 독자가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구성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장정희다. 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