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로서의 언어 3
한여름의 새 책 4. 언어학의 길을 찾았다
김하수가 쓴 <<문제로서의 언어 3>>
대중의 삶이 언어다
언어학은 어렵다. 언어학자들이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이 필요한가? 토론, 타협, 협상, 논쟁, 상담, 면담, 또 틈틈이 이용되는 재담의 해석과 설명이 필요하다. 언어는 삶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동시에 언어학의 사회적 오류를 말한다면 ‘직업과의 연계를 포기하는 것’이다.
‘머리말’, <<문제로서의 언어 3>>, vii쪽.
언어가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전통적으로 우리는 사람을 연구의 주체로, 언어를 그 연구의 대상물로 인식했다. 그러나 언어 자체가 인간의 생산물인 만큼 주체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인간의 문제’를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언어는 우리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빚어내고, 저지르고, 일그러뜨리기도 한 ‘우리의 문제’다.
우리의 문제로부터 당신은 무엇을 들었는가?
기층에서 요동치는 광범위한 대중의 숨소리다. 그들은 종종 애국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척 이해관계에 예민하다. 아직도 엘리트들에게 기대는 면이 많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주도하고 싶어 한다. 이제 전문가들은 바로 그 부분에서 새로운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출발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새 시대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통찰력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19세기 말에 일어난 우리 언어에 대한 관심 역시 새 시대의 밀물을 예민하게 감지한 선각자들에 의해 싹텄다. 그런 점에서 언어에 대한 현미경적인 집중 관찰보다는 언어와 연계된 다양한 사회 문제의 흐름을 꿰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회 문제의 흐름을 어떻게 꿰어 볼 수 있는가?
“소통이란 과연 실재하는가?”다. 특히 원활한 언어적 소통의 가능성과 문제점, 또 그 한계 등에 대해 폭넓은 고찰을 해 보는 것이다.
소통이란 과연 실재하는가?
언어적 소통은 언어의 유용성에 기대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언어를 유용하게 만들지 못하면 소통에 실패한다.
소통의 실재에 대해 의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언어 전문가들에 의해 도안된 언어의 여러 가지 법칙이 항상 대중의 실제 언어 현상과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부터다.
항상 어긋났단 말인가?
그렇다. 전문가들은 이런 것들을 종종 오류로, 또는 예외 현상으로 설명하지만 대중은 자신들의 완결된 언어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매우 역동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정태적인 도식에 쉽게 가두어지지 않는다.
대중이 언어의 주인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이제는 언어 전문가들이 대중을 언어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그에 복종하고 복무해야 한다. 그래야만 언어학의 사회적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언어학의 사회적 오류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
언어학을 포함한 인문학을 이 세상과 동떨어진 고고한 성역으로 만든 것이다. 이 사회는 일상생활과 직업생활에서 풍부한 인문학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직업 교육의 내용 구성에는 인문학은 빠져 있고, 주로 기술이나 파편화된 지식들로 채워져 있다.
일상과 직업에서 요구되는 언어학적, 인문학적 능력은 무엇인가?
토론, 타협, 협상, 논쟁, 상담, 면담, 또 틈틈이 이용되는 재담 등이다. 이 부분을 언어학과 인문학이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생활 교육과 직업 교육의 필수적인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늘상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는 것은 허위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인문학의 위기 주장이 왜 허위의식인가?
인문학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뿌리를 내려야 할 대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꽃과 열매에만 눈을 팔고 있다.
인문학이 왜 필요한 것인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우리는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어학 연구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많은 지식인들이 언어 문제에 대한 믿을 만한 담론에 목마르다. 하지만 언어학은 그에 대한 공론장으로서의 답변을 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자문자답을 한다. 언어학이 걸어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언어학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언어학은 ‘인간에 대한 관심’, ‘인간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지나치게 언어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그것이 인간의 것이라는 점을 잊어버리기 쉽다.
이후 당신은 언어학의 어떤 문제를 연구할 계획인가?
언어 문제에 바탕을 두면서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질 계획이다.
이 책 <<문제로서의 언어 3>>은 무엇을 다루나?
한국어는 국가적으로, 또 민족적으로 하나의 공용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면으로는 하나의 생활어 혹은 통속어이기도 하다. 새로운 흐름과 사유가 불어닥치는 지금,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온 공용어의 기능과 의미가 변화를 겪고 있다. 새 시대의 도전에 마주할 수 있는 언어의 새로운 면모에 대해서 성찰했다.
전작인 <<문제로서의 언어>> 1, 2권은 무엇을 다루었나?
지나간 1990년대 우리 사회의 흐름을 반영했다. 주로 국가, 민족, 역사 등과 연관되는 거시적 담론이 그 주류를 이루었다.
1, 2권 출간 이후 3권 출간은 어떤 의미인가?
1990년대에 형성되고 2000년대에 불거져 나온 사회문화적 현상과 언어 문제를 천착했다. 1권과 2권에서는 비교적 오래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민족과 역사’를 주제로 삼았다면, 3권에서는 한국의 시민 사회가 어떤 음지와 양지를 품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뤘다.
곧 출간될 4, 5권은 어떤 내용을 담았나?
다양한 사회 문제와 언어 현상을 연계하는 여러 사람들의 글을 모았다. 언어학이 이렇게도 다양한 문제에 연계될 수 있을까 하고 신기하게 생각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하수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