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바르와 페퀴셰 천줄읽기
2445호 | 2015년 2월 11일 발행
플로베르가 예술의 절정을 예언했던 ≪부바르와 페퀴셰≫
김계선이 뽑아 옮긴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의 ≪부바르와 페퀴셰(Bouvard et Pécuchet) 천줄읽기≫
플로베르 예술의 절정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소설이었다.
사라진 이야기의 자리에 책이 등장한다.
당대의 사상과 학문이 그 자리를 채운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끝내지 못하고 삶을 먼저 끝냈다.
“그들은 구경했던 모든 것에 매료되었다. 결정했다. 그날 저녁, 서재에서 ≪농가≫라는 네 권짜리 책을 뽑아 들었고, 가스파랭 강의록을 구했으며, 농업 신문을 구독 신청했다.”
≪부바르와 페퀴셰 천줄읽기≫,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계선 옮김, 55쪽
그들은 누구인가?
부바르와 친구 페퀴셰다. 몇 개월 전 산책길에서 처음 만났다.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보았다.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파리에서 필경사로 일하는 47세 독신남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외모도, 성격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부터 사회 이슈, 학문 분야까지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이들이 뭘 본 것인가?
파베르주 백작의 영지다. 백작의 영지처럼 훌륭한 농지를 꿈꾸며 책을 읽는다.
필경사가 농지를 꿈꾸는 이유가 뭔가?
부바르가 뜻밖의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둘은 은퇴하고 샤비놀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봄이 찾아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려는 참이다.
농사를 짓는데 책을 뽑아 든 이유는 뭔가?
그들의 방식이다. 먼저 책을 읽고 자료를 수집한 뒤 현실에 적용한다. 결과는 언제나 실패다.
실패하면 그다음엔 어떻게 하는가?
실패의 원인을 찾는다. 농사일에서 마지막 실패는 증류기 폭발이었다. 페퀴셰는 원인을 분석한 뒤 이렇게 결론 내렸다. “어쩌면 우리가 화학을 모르는 탓일까!” 그렇게 해서 그들의 관심은 새로운 연구 대상으로 옮겨 간다.
성공은 언제 나타나는가?
결국 실패만 하다 끝난다. 어떤 학문을 선택해 열성적으로 몰두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새로운 학문으로 관심을 옮기고 또 실패하고 다시 관심을 옮기는 순환 구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플로베르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뭔가?
지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부제를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백과사전’이라 붙였다.
부바르와 페퀴셰는 어리석은 인간인가?
아니다. 이미 제1장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날로 그들의 지성이 높아 갔다고 썼다. 그들은 책의 모순을 지적하거나 비판하고 자기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연구도 농업, 원예 같은 실용 분야에서 철학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거의 모든 학문을 망라한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하지만 어떤 분야든 항상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연구한다. 플로베르가 비판하는 대상은 부르주아다.
플로베르는 부르주아를 싫어했는가?
프랑스대혁명과 19세기 정치·사회·경제의 주역인 부르주아에 대한 플로베르의 인식은 지극히 부정적이고 냉소적이었다. 그들은 논리적 모순을 안은 근대 학문을 맹종하면서 인류의 진보를 신봉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건 자신의 이익을 우선했다. 그들의 상투적이고 진부한 말과 사고방식이야말로 작가가 진정으로 조롱하는 대상이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어떤 작가인가?
문체의 거장이다. 소설을 언어의 문제로 보았다. 주제보다 문체를 중시하고 완전한 형식을 통해 절대미를 추구했다. 자신의 생각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표현을 찾기 위해 문장을 끊임없이 다듬고 다시 썼다.
플로베르 문학 세계에서 ≪부바르와 페퀴셰≫의 위치는?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미완성 유작이다. 플로베르는 이 작품이 성공한다면 ‘예술의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당대의 수많은 사상과 학문이 섞임으로써 사라진 이야기의 자리에 책이 등장한다. 1872년부터 집필을 준비했는데, 글쓰기가 너무 고통스러워 중단하다가 재개했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1880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책은 원전을 어떻게 뽑아 옮겼나?
원전은 열 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바르와 페퀴셰가 만나는 제1장, 학문에 입문하는 제2장, 2월혁명에서 나폴레옹 3세의 쿠데타까지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개인의 실패를 넘어 한 시대의 정치적·사회적 실패를 그리는 제6장, 교육 이론을 아동들에게 적용하는 제10장을 번역했다. 번역하지 않은 장들은 간략하게 요약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계선이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을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