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시선 초판본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三角山이 이러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漢江 물이 뒤집혀 룡소슴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前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한울에 날르는 까마귀와 같이
鍾路의 人磬을 머리로 드리바더 울리오리다
頭蓋骨은 깨어저 散散조각이 나도
깃버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恨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딍구러도
그래도 넘치는 깃븜에 가슴이 미여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鼓]을 만들어 들처 메고는
여러분의 行列에 앞장을 스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듯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꺽구러저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시선 초판본≫, 26쪽
1930년, 조국 독립을 열망하며 쓴 시입니다.
시인의 그날은 왔고 또 70년이 흘렀습니다.
여러분의 그날은 언제입니까?
2718호 | 2015년 8월 15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