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디미언
엔디미언: 아니, 잿빛 수염, 퀭한 두 눈, 말라빠진 신체, 쇠퇴한 팔다리, 이 모든 게 하룻밤 사이에?
유메니디스: 하룻밤이라니! 자네는 여기서 40년을 잤다네. 무슨 마법으로 그리 됐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보게나, 자네가 머리맡에 두었던 잔가지가 지금은 나무가 되었다네. 유메니디스가 기억에 없단 말인가?
≪엔디미언≫, 존 릴리 지음, 임성균 옮김, 118쪽
엔디미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정혼녀 텔러스의 간계로 긴 잠에 빠져들었다가 40년 만에 깨어났다.
텔러스가 간계를 꾸민 이유는?
엔디미언이 사랑하는 여인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여인에 대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자신을 이용했다고 생각했다.
앤디미언은 누구를 사랑한 것인가?
신시아다. 달에 비유되는 신성한 존재다.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달을 바라보듯 그저 흠모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복수의 방법으로 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일 수 없었고 질투심 때문에 살릴 수도 없었다. 결국 마녀의 도움을 받아 영원한 잠에 빠트렸다.
누가, 어떻게 그의 잠을 깨우는가?
친구 유메니디스가 노력한 덕분이다. 친구를 구하러 가는 길에 신비한 샘물을 만난다. 진실한 사랑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의 눈물이 샘물에 닿자 밑바닥에 “단 하나만 물어보라”는 문구가 드러난다. 엔디미언을 깨울 방도를 묻는다.
샘물의 답변은 무엇인가?
“모든 존재 가운데 가장 완벽하며, 결코 측정할 수 없고, 영원히 하나이면서 결코 같지 않고, 항상 변화하지만 절대 비틀거리지 않는 그녀의 입맞춤”이다.
그녀가 누구인가?
달, 바로 신시아다. 그녀의 입맞춤으로 엔디미언이 잠에서 깨어난다.
신화에 나오는 엔디미온과 같은 인물인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엔디미온은 아름다움으로 달의 여신 셀레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작품에서는 그가 달의 여신 신시아를 사랑한다. 혹자는 이를 정치적 알레고리로 본다.
어떻게 정치적으로 본다는 것인가?
엘리자베스 시대의 시인들은 여왕을 신시아라고 불렀다. 처녀 여왕에게 아첨하는 표현이다. 작품에 나오는 신시아도 여왕을 상징한다는 견해다. 또 엔디미언을 여왕의 애인으로 알려져 있던 레스터 백작이나 작가 존 릴리의 후원자인 옥스퍼드 백작, 심지어 여왕에게 충심을 보이고자 한 릴리 자신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알레고리를 빼면 작품의 핵심은 무엇인가?
사랑이다. 갈등을 조성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랑을 빼면 작품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작가가 말하려 한 것은 무엇인가?
사랑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맹목적이며 부자연스러운 감정인지를 보여 준다. 사랑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면서도 설명할 수 없고 억누를 수 없으며 항상 도덕적인 것도, 논리적인 것도 아닌 사랑의 힘을 그린다.
존 릴리는 누구인가?
우아하고 화려한 산문체로 유명한 영국 극작가다. 1578년에 출간한 첫 산문 <유피우스: 기지의 해부>와 2년 뒤에 발표한 <유피우스와 영국>으로 유명하다. ‘유피미즘’이라는 문학 용어가 여기서 나왔다.
‘유피미즘’이 무엇인가?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고 장식적인 문체로 에둘러 표현하는 글쓰기 방식이다.
어떤 삶을 살았나?
출생 연도는 1553년 또는 1554년으로 추정한다. 옥스퍼드 재학 시절 발군의 기지를 가진 학생으로 촉망받았다. 졸업 후에 옥스퍼드 백작의 비서로 일하며 그의 강력한 후원 아래 작품 활동을 펼쳤다. 의회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직책을 얻지는 못했고, 10여 년간 여왕에게 충성했지만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했다. 여왕이 죽은 지 3년 만인 1606년에 가난한 무명 인사로 죽어 런던의 성 바돌로매 성당에 안치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임성균이다. 숙명여대 영문과 교수다.
2811호 | 2015년 12월 2일 발행
단 하나만 물어보라
임성균이 옮긴 존 릴리(John Lily)의 ≪엔디미언(Endym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