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출
2500호 | 2015년 3월 20일 발행
영화감독의 길
송낙원이 쓴 <<영화 연출>>
영화감독의 키워드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이 볼 수 있게 만들어
많이 보게 만든다.
이것이 영화감독의 일이다.
송낙원이 추천하는 감독의 좌우명은 간단하다.
완성하라.
그러면 당신은 영화감독이다.
“감독의 아이디어가 이야기로 발전한다.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이 전개된다. 이야기는 완결된 구조를 갖는다. 그것을 관객이 보는 영화로 바꾸는 것이 연출이다. 영화 연출은 미학과 기술, 산업에 이르는 광범한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한다.”
‘표지 글’, <<영화 연출>>.
<<영화 연출>>은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거치는 모든 작업 과정을 설명한다. 이 책은 영화 연출이라는 미지의 대륙을 횡단하는 영화학도와 감독 지망자의 안내자다.
어디로 데려가는가?
시나리오 쓰기부터 후반작업까지, 영화 연출에 꼭 필요한 실용 지식을 제공한다.
여정의 출발과 종착은 어디인가?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그리고 포스트프로덕션으로 이어진다. 감독의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만들고, 촬영 설계도인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콘티를 구성하는 것이 프리프로덕션의 일이다.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촬영, 조명, 프로덕션 디자인 같은 기술 지식과 연기 연출 지식이 필요하다. 편집과 녹음, DI나 CG같은 디지털 후반작업은 포스트프로덕션의 몫이다.
영화 연출 가이드북으로서 이 책만의 강점은?
영화 연출의 특정 단계를 다룬 책은 많았다. 시나리오, 스토리보드, 배우의 연기 연출을 다룬 책은 흔하다. 이 책은 다르다. 연출에 필요한 지식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설명한다. 콤팩트한 분량으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제작 현장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표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쓸모가 있을 것이다.
어떤 표를 말하는가?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일일제작스케줄표나 스크립트 용지, 카메라 리포트, 동시녹음기록표가 필요하다.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는 전체 스케줄표, 스토리보드 용지, 콘티 용지, 신별 등장인물표, 인물과 장소·소품·의상의 신별 연결표와 구분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프리프로덕션이 그렇게 복잡한 과정인가?
복잡하다. 그러나 매우 중요하다. 프리프로덕션이 부실하면 촬영이 지연되고 제작비가 는다. 효율의 문제뿐만 아니라 영화의 완성도를 저해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사전 준비 없이 세트 촬영을 진행한다고 생각해 보라. 세트 미술을 담당하는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세트를 촬영하는 촬영감독, 세트에 조명을 설치하는 조명기사가, 카메라가 설치된 상태, 곧 모든 스태프가 출동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상태에서 정답을 찾는 타협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수많은 스태프는 할 일이 없다. 이 시간이 모두 돈이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감독은 뭘 하는가?
신을 객관화하고, 표로 정리해 ‘장면구분표(breakdown sheet)’를 만든다. 그러고 나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시각화한다. 배우를 캐스팅하고 리허설을 진행한다.
장면구분표의 기능이 뭔가?
한 신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연출 요소를 알기 쉽게 도표화하는 작업이다. 이 표를 사용해 감독은 연출 계획을 분명하게 세울 수 있다.
연출 계획이 뭔가?
자동차 사고 장면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시나리오에는 ‘주인공이 길을 건너다 자동차에 치인다’고 한 줄로 적혀 있다. 이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이것을 결정하고 기획하는 것이 연출 계획이다.
예를 들면 어떤 방법이 있는가?
액션영화라면 전문 스턴트 코디네이터와 스턴트맨을 고용해야 한다. 비싼 장비도 필요하다. 많은 돈이 필요한 방식이다. 그러나 장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이 중요한 영화라면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이 어떤 방법인가?
카메라를 사고 난 자동차가 있어야 할 곳에 설치한다. 카메라는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의 반응을 찍는다. 그런 다음 사고 뒤의 모습을 찍은 신으로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스턴트나 특수장비 없이도 ‘주인공이 길을 건너다 자동차에 치인다’는 상황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선택이 장면구분표 작성 과정에서 결정된다.
장면구분표가 완성되면 무엇을 하는가?
시각화 작업이다. 흔히 콘티라고 부르는, 한 숏씩 앉힌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그것을 연결해 만화책처럼 전체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스토리보드의 기능은?
프로듀서, 연기자, 촬영감독,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모두 같은 시각적 개념을 공유하고 소통하게 만든다.
프리프로덕션에 가장 뛰어난 감독은 누구인가?
스릴러의 거장 히치콕이다. 특히 중요한 장면에서 스토리보드를 작성해 장면의 시각화를 시도했다. 정교한 장치가 필요한 스릴러 장르를 개척했던 감독이었기 때문에 이 과정이 꼭 필요했을 것이다. 런던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감독으로 영화 일을 시작했던 이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감독의 키워드는 뭔가?
완성이다. 어떻게든 영화를 끝내야 한다. 잘 만들었는지 아닌지는 완성된 후에만 알 수 있다. 영화 연출에서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작업을 끝내는 것이다.
감독이 되는 길은 어디에 있나?
학교에서 수업하거나 혼자서 습작을 하거나 한 가지만 기억하라.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촬영을 거쳐 반드시 상영 단계까지 가는 연출 작업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완주하라. 그러면 당신은 이미 영화감독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송낙원이다. 건국대학교 영화전공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