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상담 2 죽음 그리고 자살
2444호 | 2015년 2월 11일 발행
죽음과 자살에 대한 철학 행동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가 엮고 김선희·김성진·박병준·이영의·정세근·홍은영이 쓴 <<철학과 상담 2. 죽음 그리고 자살>>
삶이 끊어지고 이어지는 곳
인간이 생물에 불과하다면
죽음은 삶의 끝이다.
그러나 사유의 존재라면
그것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죽음과 진정으로 대면하는 인간은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훨씬 더 커지고 깊어질 뿐이다.
“철학은 죽음을 인간의 본래적 실존을 가능케 하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인간화’를 촉구하는 삶의 본질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존의 본래성으로부터 바라보면 인간은 죽음 앞에서 불안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죽음 앞에서 자기를 이해하고 자기를 실현하는 존재다. 죽음과 진정으로 대면하는 자는 죽음 앞에서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죽음이야말로 자신을 성숙시키는 계기다. 죽음은 삶의 단절이 아니라 삶의 영원한 영속성이기 때문이다.”
‘머리말’, <<철학과 상담 2. 죽음 그리고 자살>>, vii쪽.
죽음과 자살에 대해 말하는 이유가 뭔가?
가장 오래된 철학적 물음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긴박한 현안이 아닌가?
죽음에 대해서는 생물학이 설명하지 않나?
죽음을 의식하는 인간은 더 이상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다. 자살 문제는 더더구나 생물학과는 무관하다.
그다음은 종교의 영역이 아닌가?
죽음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은 된다. 그러나 인간의 실존적 삶을 해명하고 그것으로부터 죽음을 이해하는 일은 철학의 작업이다. 인간은 사유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철학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은 자신을 성숙시키는 계기다. 삶의 단절이 아니라 삶의 영속이다.
자살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는 삶에 대한 태도와 연결된다. 그래서 자살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철학은 죽음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또는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긍정적 이해와 해석 앞에서 자살의 부정적 태도는 그 의미를 상실한다.
철학에서 자살이란 어떤 것인가?
인간은 살려고 하고 행복하려 한다. 이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죽는 것이 낫다거나 죽음을 도구로 생각하는 태도는 모순 중의 모순이고 부조리다. 그래서 자살의 이유 속에 철학적 문제가 깊이 개입된다.
철학이 자살을 막을 수 있는가?
자살 충동에 빠진 사람에게 검증과 반성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철학상담이 이 역할을 수행한다.
검증과 반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예를 들면 플라톤이 대화편에서 묘사하는 소크라테스식 “철학하기” 대화법을 사용할 수 있다. ‘자기문답’과 ‘자기검증’의 효과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철학하기 대화법이 뭔가?
자신의 주장과 믿음과 선택에 대해 ‘왜’라고 묻는 것이다. 이 대화법은 인지치료사의 안내를 받아 실행할 수 있다. 자살 환자나 또는 다른 신경증 환자들에게도 유용하다.
왜라고 물으면 답이 나오나?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처럼 대화를 통해 스스로 삶을 성찰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상담자가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설명하게 하면 그 과정에서 변화가 생긴다.
심리상담이나 정신의학과는 무엇이 다른가?
심리상담이나 정신의학은 문제를 겪는 인간의 상황을 비정상으로 규정한다. 환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여긴다. 철학상담은 대화를 통해 ‘환자가 아닌’ 내담자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하면서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면 삶의 주인으로서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환자가 스스로를 치료한다는 말인가?
그래야 한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는 바꿀 수 있다.
<<철학과 상담 2. 죽음 그리고 자살>>은 무엇을 다루나?
자살 충동, 죽음에 대한 공포,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 등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삶의 문제를 철학상담의 관점에서 다룬다.
철학상담은 언제부터 실행된 방법론인가?
한국에는 이제 막 도입되었다. 1981년 독일 아헨바흐가 ‘철학실천’을 새로운 방법론으로 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철학상담은 심리상담, 정신의학에 비해 인간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철학 논의가 풍부하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성진이다. 한림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