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디자인의 이해
2525호 | 2015년 4월 6일 발행
매직이프와 심층 메타포
변민주가 쓴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
매직이프와 심층 메타포
인간의 마음 속에는
균형, 전환, 여행, 상자, 연결, 자원, 통제가
잠들어 있다.
여기에 매직이프를 던지면 마음은 잠을 깬다.
불균형을 던지면 균형을,
단절을 던지면 연결을 찾기 시작한다.
이제 콘텐츠 디자인은
이야기의 심리공학이 되었다.
“산업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초기의 디자인 개념은 상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지침들을 준비해 나가는 작업이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디자인을 ‘그래픽 디자인’이라 정의했다. 여기에서 그래픽은 대량 생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미디어 사회에서는 디자인의 개념이 ‘그래픽’이란 개념을 뛰어넘고 있으며 지난 시대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콘텐츠 디자인의 가치 창출’,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 vi쪽.
무엇을 디자인이라고 하는가?
개념적으로 다시 정의하면, 설계 활동이다.
왜 하필 설계인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데생, 곧 밑그림 그리기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 콘텐츠 디자인은 뭔가?
미디어 콘텐츠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텍스트·이미지·사운드·모션이미지를 선택하고 내러티브로 연결해 특정 미디어 시스템에 꼭 맞추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을 말하는가?
아니다.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디자인은 초점이 다르다. 제작의 목표는 결과물 산출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시한다.
과정이 중요한 까닭은?
예전 것을 답습한 콘텐츠로는 수용자에게 소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새로운 콘텐츠 소스를 탐색하고 발굴하여 다양한 형식으로 연결해 보는 밑그림 작업, 곧 프리프로덕션 단계가 한층 더 중요해졌다. 과정 중심적 사고를 지향하는 디자인 개념이 유용한 이유다.
이 책, <<콘텐츠 디자인의 이해>>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콘텐츠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을 정리했다. 심층 메타포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욕망을 드러내며, 이는 ‘매직이프’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디자인의 과정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심층 메타포가 뭔가?
인간 보편의 무의식에 잠재된 은유를 말한다. 인간 욕망의 압축이자 표현이다.
그것이 콘텐츠와 어떤 관계인가?
콘텐츠의 소구력과 생명력은 메타포 활용 여부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오랜 세월 전승된 신화나 설화를 분석해 보면 공통 은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심층 메타포는 어떤 것이 있나?
제럴드 잘트먼의 연구에 따르면 국가와 상관 없이 가장 출현 빈도가 높은 은유로 균형(balance), 전환(transformation), 여행(journey), 상자(container), 연결(connection), 자원(resource), 통제(control)가 있다.
실제로 콘텐츠 디자인에 어떻게 활용되는가?
‘균형’과 ‘전환’ 메타포는 수용자를 몰입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균형이 무너지면 수용자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균형을 추구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전환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에서 몰입의 방법론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불균형 상태에서 시작해 특정한 전환을 거쳐 다시 균형 상태에 이르는 내러티브가 일반적이다. 신화나 설화를 보자. 주인공은 매우 매력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고난을 당하고 차별받는다. 적대자는 주인공을 핍박하고 불의한데도 신분 상승하고 성공과 출세를 누리는 듯 보인다. 이러한 불균형의 심화는 스토리에의 몰입을 불러온다. <신데렐라>와 같은 콘텐츠들은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불균형은 어떻게 해소되는가?
주인공이 특정한 통과의례를 거쳐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게 만든다. <흥부와 놀부>에서는 제비 다리를 고쳐 준다. 이때부터 주인공과 적대자의 상황이 반전되고 이어 균형이 달성된다. 이외에 생김새, 부, 재능, 혈통에서 불균형한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으면 수용자를 몰입시킬 수 있다.
매직이프가 뭔가?
‘만약에…이라면’이라는 상황 설정 방법이다. 스타니슬랍스키가 모든 이야기 창작의 출발점으로 내세운 방법이다. 창조적 스토리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유용하다. 어떤 종류의 일도 다 일어날 수 있다는 자유 연상이 뻔한 스토리 전개를 넘어서게 하기 때문이다.
뻔한 스토리를 어떻게 넘어선다는 말인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라. ‘아이가 노인으로 태어나서 사랑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시간이 흐르고 노인은 젊어지고, 사랑하던 소녀는 숙녀가 된다. 이 영화의 감동은 이러한 극적 설정에서 비롯한다. 이외에도 만화 <데스노트>는 ‘이름을 쓰기만 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노트가 있다면’, <타이타닉>은 ‘가라앉은 타이타닉에서 떠돌이 방랑자와 귀공녀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매직이프로 성공했다.
누가 이 책의 독자인가?
새로운 의미를 갖는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모든 사람이다. 문화 원형 개발과 스토리텔링 창작 방법을 익히는 기본기를 얻게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변민주다.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