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 자유 확장의 판결
2511호 | 2015년 3월 27일 발행
대한민국 표현 자유 확장의 10가지 판례
이승선이 쓴 <<표현 자유 확장의 판결>>
표현의 자유란 무엇의 자유인가?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을 떠들어 댄다.
사람들은 속고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공공의 이익을 해칠 수 있으므로
그를 처벌할 수 있는가?
없다.
공공의 이익을 해쳤는지 누가 알겠는가?
표현의 자유는 표현한 내용에 구속되지 않는다.
‘허위 표현’, <<표현 자유 확장의 판결>>, 21쪽.
어떤 사건에 대한 결정문인가?
일명 ‘미네르바’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위헌 확인 소원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이유로 위헌을 결정했다.
‘미네르바’ 사건의 전모는?
2008년 하반기였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 활약하던 인터넷 논객 박대성이 구속되었다. 그는 미국 리먼브라더스의 부실과 환율 폭등, 금융 위기의 심각성, 대한민국의 경제 추이에 대한 글로 주목을 끌던 참이었다. 정부는 2009년 1월 7일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반으로 그를 긴급체포했다. 미네르바는 1월 22일 구속 기소됐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내용이 뭔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다툼이 시작되었나?
미네르바는 적용 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 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1심에서 미네르바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이 신청을 기각했고 미네르바는 풀려났다. 곧 검찰이 불복, 항소한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해당 법조항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해당 법 조항의 위헌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공익’의 의미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함으로써 헌법을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이와 함께 ‘허위의 통신’과 ‘허위의 사실’에 대한 보충 의견을 제시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은 헌법상의 한계를 지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허위의 통신’에 대한 보충 의견은 무엇인가?
‘허위의 통신’의 입법 취지를 확인하였다.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허위의 명의’를 이용한 통신을 규제하는 데 법 취지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이 조항을 내용상 허위의 통신 행위를 처벌하는 데 적용한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허위 사실’ 표현은 괜찮다는 말인가?
재판부는 또 다른 보충 의견을 낸다. ‘허위의 통신’을 ‘허위의 명의’ 도용이 아니라 ‘허위 사실 표현’으로 이해한다고 해도, ‘허위 사실의 표현’ 역시 헌법이 규정한 언론출판의 보호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허위 사실의 표현도 표현 자유의 보호 영역이라는 뜻이다.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를 확장한 다른 판례가 또 있나?
있다. 1996년 공연윤리위원회의 영화 사전 심의가 헌법이 금지한 ‘검열’에 해당하는 위헌 행위라고 결정했다.
어떤 사건이었나?
영화사 장산곶매는 1989년 광주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 <오! 꿈의 나라>, 1992년 전교조를 다룬 <닫힌 교문을 열며>를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상영했다. 그러자 영화사 대표와 상영한 극장의 대표는 영화법의 사전 심의 조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당사자들은 각각 위헌심판 제청과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병합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영화법의 사전 심의 조항이 ‘검열’에 해당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때 헌법재판소는 ‘검열’을 뭐라고 정의했는가?
행정기관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전에 그 내용을 심사·선별하여 사전에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보았다. 허가 받지 않은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가 검열이라고 정의했다.
검열의 판단 요건은?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 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 심사 절차, 허가 받지 않은 의사 표현의 금지와 심사 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 수단을 갖추었는가다.
이 결정의 사회 효과는?
사실상 검열제도가 폐지되었다. 이 결정 이후 음반과 비디오, 게임물, 방송광고 등에 대한 일련의 사전심의제도가 위헌으로 결정되었다.
이 책, <<표현 자유 확장의 판결>>은 무엇을 다루나?
우리나라 표현 자유를 확장하는 데 이바지한 10개의 판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로써 표현의 자유가 무엇이고, 이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개인이나 언론은 어떤 책임과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승선이다.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