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하늘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기우’는 기업 소셜미디어 실무자의 숙명이다. 지질학자의 태도로 작은 루머 하나까지 모니터한다.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 매일이 전쟁터인 기업 소셜미디어팀의 실무 현장을 소설로 풀었다. 무심히 때로 유심히 읽다 보면 그들의 실무 정보는 어느새 내 것이다.
“그거야. 그게 핵심이라고. 우리 블로그에 지금 노팜라면 관련 콘텐츠들이 꽤 되잖아. 그러면 거기에 온갖 악플들이 달리겠지. 페이스북이든 트위터든 포털이든 노팜라면에 대한 악성 게시물들이 삽시간에 번질 거야. 포털 검색창에 ‘태민’만 입력해도 ‘노팜라면 논란’ 같은 연관 검색어가 자동 생성되겠지. 고객센터 전화기들엔 불이 날 거고, 손해배상 요구가 빗발칠 거고, 우리는 대표님 이하 임원진한테 살벌하게 쪼이면서 부랴부랴 해명 자료를 준비하겠지. 그렇게 쓴 해명 자료를 또 대표님 이하 임원진 각각한테 컨펌을 받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런데 이렇게 해명을 내놓은 뒤에도 악플은 한동안 이어지겠지. 이걸 잠잠하게 하려면 우리는 한동안 어마어마한 콘텐츠들을 공장처럼 찍어 내야 할 거야. 손상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니까 말야. 우리 회사의 각종 사회공헌 활동, 노팜라면 외의 제품들을 공격적으로 홍보하는 전략을 처방전 삼아서 내놓게 되겠지. 노팜라면 논란으로 타격을 입은 기존 이미지에다가 새롭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몇 겹이나 덮어씌워야 하는 작업이야. 이런 걸 나, 팀장님, 공주 씨, 이렇게 셋이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거라고. 상황 파악이 좀 되나, 이제?”
≪소셜 피플 1: 레슨 원#위기관리가_콘텐츠다≫, 장경아·임재훈 지음, 22~24쪽
누구의 말인가?
태민식품 SNS팀 차석 대리의 말이다. 수습사원 엄공주를 따끔하게 혼내고 있다.
엄공주는 뭘 잘못했나?
태민식품 관련 찌라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기업 소셜미디어 실무자의 숙명을 간과했다.
실무자의 숙명이 뭔가?
위기 징후를 가볍게 넘기면 나중에 큰 화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SNS 찌라시로 퍼지는 악성 루머는 대표적 위기 징후다.
위기 징후를 놓치면 어떻게 되나?
사소해 보이는 불씨가 대형 화재로 번진다. 기업 소셜미디어 실무자가 ‘하늘이 무너지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와 같은 ‘기우’를 항상 가슴에 품고 일하는 이유다.
징후를 포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지질학자의 태도다. 성실한 지질학자는 지진계를 날마다 분석한다. 소셜미디어 실무자도 크고 작은 루머를 꼼꼼히 모니터한다.
루머 모니터링의 목적은 뭔가?
위기관리다. 명심해야 할 것은 여기서 관리는 ‘대처’가 아니라 ‘대응’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처와 대응의 차이는 뭔가?
대처의 ‘처’는 장소나 시간을 가리키는 명사다. 곧 대처는 위기가 일어난 그 자리에서 위기 상황을 처리하는 것이다.
대응은 다른가?
대응의 ‘응’은 응하다, 대답하다, 맞장구치다 같은 행위를 뜻하는 동사다. 대처와 달리 대응은 위기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반응하는 것이다.
처리와 반응을 구분하는 까닭이 뭔가?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중은 기업이 위기를 단지 빨리 처리하려는지 위기에 성실히 반응하려는지 바로 알아챈다. 전자는 실패하고 후자는 성공한다. 위기관리는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반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시리즈, ≪소셜 피플≫의 첫 권을 위기관리로 연 이유가 뭔가?
두더지게임처럼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위기에 항상 촉각을 세우고 있는 실무자의 애환, 속사정을 가장 먼저 다루고 싶었다. 또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 자체가 기업의 콘텐츠이자 경쟁력이 된다는 점도 짚으려 했다.
이 책이 기존 소셜미디어 관련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실무에 바탕을 둔 이야기책이다. 현업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와 에피소드를 소설 형식으로 풀었다.
왜 소설 형식을 취했나?
실무 ‘상황’을 묘사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들려주기-듣기 구조다. 상황을 풍부하게 전달하는 데 적합하다. 반면 실무서는 가르침-배움의 구조다. 이론과 개념, 상식을 가르치는 데 효과적이지만 상황 묘사에는 한계가 있다.
상황 습득의 장점은 뭔가?
소셜미디어의 이론과 개념, 기능을 숙지한다 해도 실제 운영은 쉽지 않다. 현실은 언제나 현재형이며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셜미디어는 즉각적이기까지 하다. 이론과 개념을 숙지하고 적용하는 시간은 소셜미디어의 시간에 늘 뒤처질 수밖에 없다. 때로 이론과 개념보다 상황에서 더 많은 것을 익힐 수 있다.
이 책의 독자는 누구인가?
소셜미디어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관련 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도 미리 읽어 두면 좋다. 대한민국의 페북지기, 블로그지기, 인스타지기 등 수많은 ‘지기’들도 읽어 주길 바란다.
독자는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소셜 피플≫은 실무자의 이야기, 사회인의 일상을 담는다. 출퇴근길과 휴식 시간에 무심히 펼쳐 들었다가 유심히 읽을 수 있도록 썼다. 때로 무심히, 어쩌다 유심히, 이렇게 편안히 읽다 보면 기업 소셜미디어 실무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장경아와 임재훈이다. 장경아는 윤디자인그룹 엉뚱상상에서 SNS 컨설팅을 진행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SNS 관련 서적과 여행 에세이집을 집필하고 있다. 임재훈은 윤디자인그룹 엉뚱상상에서 국내 관공서와 기업의 SNS 운영·컨설팅을 담당했으며 영화 리뷰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912호 | 2017년 6월 20일 발행
장경아 임재훈이 쓴 ≪소셜 피플 1: 레슨 원#위기관리가_콘텐츠다≫
하늘이 무너지면 어떡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