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잡지 역사
국가와 미디어 특집 4. 대한민국 잡지 약사
정진석이 쓴 <<한국 잡지 역사>>
민족과 국가가 필요했을 때
한말에는 개화와 자주, 일제 때는 항일 독립, 건국하고는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확산했다. 이 땅에서 잡지는 민족이 없을 때 민족을, 나라가 없을 때 나라를 불렀다.
잡지는 민족의 수난과 영광, 시대상과 사상을 담고 있는 사료의 창고다.
‘한국 잡지 역사의 특징’, <<한국 잡지 역사>>, v쪽.
우리 민족에게 잡지는 무엇인가?
민족상과 국가상을 제시해 온 매체다.
언제 무엇을 제시했는가?
한말에는 개화와 자주,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 독립, 광복 이후에는 독재에 대한 저항과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시대 요구를 전파했다.
한말의 잡지는 어떤 사명을 수행했나?
국민 의식 개혁, 산업 진흥, 애국 독립사상과 같은 거대 담론을 펼쳤다. 민족의 주체성, 애국심,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면서 우리 민족을 결합시켰다.
개화사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외국의 정치, 문화, 지리, 학문을 다채롭게 소개했다. <<대죠선독립협회회보>>와 같은 잡지가 등장해 서구 시민사상, 근대 문명, 과학 지식을 소개했다. 당시 개화사상을 반영하는 논설을 실었다.
자주정신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
<<대한자강회월보>>에서 볼 수 있다. 국민 교육 고양과 식산 증진을 통한 부국강병으로 독립의 기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식산흥업(殖産興業)의 필요성, 국가 부원증진책, 식산 결여의 원인, 황무지 개척, 임업과 토지 개량의 필요성을 구체적 연구 결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 종합잡지는 무엇인가?
‘잡지는 국민의 교과서’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소년>>이다. 창간인 최남선은 잡지가 청소년과 국민 계몽의 탁월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최남선이 착목한 잡지의 기능은 무엇인가?
학교를 세우거나 사회의 어떤 고정된 지위에 앉아서 지도자 역할을 행하는 것보다 잡지의 역할이 훨씬 크고 신속하다고 판단했다. 또 잡지가 널리 보급되면 자라는 청소년이 스스로 깨우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일제 강점기 초기에 발간된 잡지의 목적도 그것인가?
그렇다. 청소년과 국민을 깨우치고 가르치며, 민족정기를 앙양하고, 조선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면서 자주독립 정신을 고취한다는 목적을 실현하는 데 잡지는 적격의 매체였다.
잡지에 대한 정치 탄압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는가?
무단정치 시기다. 무력에 의한 강압으로 조선인들을 통치한다는 총독부의 방침에 따라 신문뿐만 아니라 시사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종합잡지의 발행을 원천 봉쇄했다. 종교 잡지와 일본 유학생 발행 잡지가 겨우 명맥을 이었다.
총독부는 잡지를 어떻게 통제했는가?
잡지를 출판법의 적용을 받아 발행되도록 했다. 출판법에 따라 잡지 발행은 원고 검열과 납본 검열이라는 이중의 통제 장치를 거치게 된다. 원고를 먼저 제출하여 검열을 통과해야 했고, 조판 인쇄된 출판물을 배포하기 전에 또 납본 검열을 받아야 했다. 그 결과 시사 종합잡지 발행이 극도로 제한되었고 종교 잡지와 일본 유학생 발행 잡지가 겨우 명맥을 잇게 된다.
1950년대의 잡지는 어떤 모습인가?
6·25전쟁이 발생했던 민족의 수난기였지만 화려한 잡지 문화가 개화했던 잡지사의 르네상스기이기도 했다. 부산과 대구에서 창간된 잡지들이 전쟁 이후 서울로 올라와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장준하의 <<사상계>>, 김익달의 <<학원>>이 대표 사례다.
건국기 대한민국에서 잡지는 무엇을 했는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학생혁명의 원동력이었다. <<사상계>>와 <<새벽>>과 같은 정론 잡지, 의견 잡지가 대학생과 지식인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독재 권력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이론서이자 대학생과 지식인들의 반려였다.
민주화 이후 잡지의 행로는 무엇인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상황에서 다양한 잡지가 나타났다. 사회 전반적인 전문화와 분업화 현상을 반영하여 과학・기술 잡지와 같은 전문 분야 잡지가 착실하게 뿌리를 내렸다.
잡지가 다른 미디어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잡지가 선도한 한글 전용, 가로쓰기와 같은 제작상의 변화와 개혁은 출판계와 일간신문에 영향을 미치고 인쇄 문화 발전에 자극제가 되었다.
대한민국과 잡지는 어떤 관계인가?
잡지는 경영인, 편집인, 필자와 독자가 역경을 헤치며 오늘의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끈 매체다. 급속한 인터넷 보급으로 잡지 시장이 급격한 변화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지만, 민족과 영욕을 같이한 잡지의 전통은 계승되어야 한다. 소중한 잡지 문화를 더욱 육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진석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