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리스틱과 설득
2617호 | 2015년 6월 3일 발행
인간의 가장 오래된 사고 습관, 휴리스틱
윤선길이 쓴 <<휴리스틱과 설득>>
빠르지만 위험한 생각의 지름길
열심히 따져 보지만 결론은 딴판이다.
이성에 의한 추론이 아니라 경험과 직관으로 판단한다.
이것이 휴리스틱, 인간의 사고 전략이다.
왜 그럴까?
판단이 빠를수록 위험은 낮아지고
인지 자원은 더 많이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급 주방용품 메이커인 윌리엄 소노마는 멋진 제빵기를 279달러에 시판한 적이 있다. 그 후 좀 더 큰 모델을 429달러에 내놓았다. 마켓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429달러짜리 제빵기는 시장에서 완전히 실패했고 279달러짜리 제빵기의 판매는 두 배로 상승했다.”
‘맥락 효과’, <<휴리스틱과 설득>>, 59쪽.
정말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소노마 제품의 품질은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279달러’라는 가격이 조금 비싸 보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를 주저했다.
품질과 가격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매출이 2배로 뛰었나?
더 비싼 신제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크기만 조금 크고 기능은 비슷한 429달러짜리 제품이 나오자 279달러는 더 이상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
그럼 429달러짜리 신제품은 왜 만들었나?
소비자가 279달러를 비싼 값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든 미끼였다.
미끼는 어떻게 소비자의 생각을 바꾼 것인가?
같은 값이라도 비교 대상에 의해, 또는 맥락에 따라 더 싸게 지각된 것이다. 279달러는 그 자체로는 비싼 값이었지만 429달러와 비교하면 싼 값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맥락은 우리에게 지각 편향을 일으키는 휴리스틱으로 작용한다.
휴리스틱이 뭔가?
논리 추론이 아니라 경험, 직관 사고를 이용해 단순하고 빠르게 판단하는 인간의 사고 전략이다. 우리의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편향이기도 하다.
좀 더 간명하게 말하면 뭔가?
한마디로 말하면 ‘생각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생각의 지름길에는 어떤 것이 있나?
비싼 제품이 좋은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휴리스틱의 영향이다. 높은 가격이 높은 품질을 대표한다고 보는 태도다.
왜 인간은 판단 과정에 휴리스틱을 이용하는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인간은 주변 환경을 분석하기 위해 이성적이며 논리적으로 시간과 인지 노력을 투여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인지적 구두쇠에 가깝다.
인지적 구두쇠란?
인지 자원을 함부로 소모하지 않는다. 기회만 되면 언제라도 힘든 사고 과정을 피하려는 성향이다. 원시 조상으로부터 전해진 생존 전략이다.
휴리스틱이 생존 전략인가?
그렇다. 수십만 년 전부터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무수한 위험과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신속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간편하고 신속하게 효율적 결정을 하고, 남는 인지 자원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를 잠재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보존했다.
정보 시대에 인지 구두쇠가 의미 있는가?
소비자는 복잡한 매체 환경에서 정보 과부하 시대를 살아간다. 판단 대상이 더 많아졌다. 실제로 일상 의사 결정에 미치는 휴리스틱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강력하고 보편적이다.
우리 일상에서 휴리스틱은 언제, 어디서 볼 수 있는가?
정치, 문화, 광고, 마케팅에서 대중 설득 전략으로 광범하게 이용된다. 위의 인용 사례가 바로 그런 것이다.
설득 수단으로서 휴리스틱의 장점은 무엇인가?
마케팅에서 메시지로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휴리스틱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가 높다는 것은 오랫동안의 경험에 의해 검증되었다.
메시지보다 휴리스틱이 더 효과가 높은 이유가 뭔가?
휴리스틱 단서를 제공하면 사람들은 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사실은 설득된 행동이지만 설득된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행동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례가 있나?
담배 회사가 화학 첨가물이 없는 ‘천연’ 재료로 만든 담배 브랜드를 출시해 성공한 예를 들 수 있다. 천연 재료로 제조한 담배가 몸에 덜 해로운 것도 아닌데 ‘천연’이라는 표현이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력 있는 단서로 작용한 것이다.
휴리스틱의 단점은 무엇인가?
휴리스틱이란 다른 말로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휴리스틱에 근거한 판단에 대해 갖는 확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나친 집착을 초래하기도 한다. 선전·선동가들의 설득 도구로 다양하게 널리 이용되기도 한다.
이 책, <<휴리스틱과 설득>>은 무엇을 다루는가?
휴리스틱의 개념과 의미를 설득 관점에서 간결하고 쉽게 설명한다. 여덟 가지 유형별 특징과 사례를 함께 소개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윤선길이다. 한신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