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몰락한 귀공자의 비애, 북송 시대 최고의 절창으로 피어나다!
중국 문학의 큰 흐름 속에서 ‘사(詞) 문학’은 인간의 감정을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낭만주의 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송나라 시대에 이르러 사 문학은 절정기를 맞았고, 그 중심에는 아버지 안수(晏殊)와 아들 안기도(晏幾道), ‘이안(二晏)’이라 불리는 문학 거장 부자가 있었다. 이 책 《소산사》는 아들 안기도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재상을 지낸 아버지 안수는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화려하고 안정된 필치로 짧은 형식의 사[소령(小令)]를 이미 완성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의 사는 당대 최고봉에 도달했기에, 문단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후, 안기도의 삶은 곤궁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는 비록 몰락했지만 결코 영달을 위해 비굴하지 않았고, 섬세하고 다정한 천성으로 자신의 삶을 사에 투영했다.
안기도는 아버지의 유려한 기교를 물려받았지만, 그 안에 자신의 몰락한 처지와 긍지, 복받치는 슬픔과 절박함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로써 안락함 속에서 즐기던 아버지의 사는, 처절한 현실을 버텨내는 아들의 노래로 재탄생했다. 그의 사는 이미 완벽했던 소령 형식에 깊은 비애의 숨결을 불어넣으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안기도의 사가 담긴 《소산사(小山詞)》는 바로 그 처절한 아름다움의 결정체다.
이번에 출간된 《소산사》는 안기도의 대표작 130수를 엄선해 우리말로 옮겼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곡의 제목 대신 사의 핵심 구절을 제목으로 삼고, 작품의 취지를 한 줄로 요약해 감상을 더했다. 북송 시대 소령 형식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대가, 안기도의 숨결을 통해 중국 감성 문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안기도의 부친인 안수(晏殊)의 사집 《주옥사(珠玉詞)》와 함께 읽으면 소령사(小令詞)와 안기도의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200자평
북송 시대 사(詞) 문학의 대가 안기도의 사집 《소산사》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그는 재상이었던 아버지 안수(晏殊)의 완벽한 기교를 물려받았지만, 아버지 사후 곤궁한 삶을 살며 그의 화려한 사 세계에 자신만의 깊은 비애와 절박함을 녹여냈다. 이 책은 안락한 귀공자의 문학을 처절한 삶의 노래로 승화시켜, 소령(小令) 형식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대가 안기도의 대표작 130수를 담고 있다. 그의 사를 통해 중국 감성 문학의 처절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안기도
안기도(晏幾道, 1038∼1110)의 자는 숙원(叔原)이고 호는 소산(小山)으로 북송(北宋) 무주(撫州) 임천[臨川, 지금의 장시성(江西省) 난창시(南昌市)] 사람이다. 당시 소령의 명가였던 안수의 일곱째 아들이었기 때문에 그를 ‘소안(小晏)’으로 부른다. 안기도는 평생 관운이 없어 하찮은 몇몇 말단 관직을 거쳤을 뿐이다. 영창부 허전진감(潁昌府許田鎭監)·건녕군 통판(乾寧軍通判)·개봉부 판관(開封府判官) 등을 역임했다. 신종(神宗) 희녕(熙寧) 7년인 1074년에 정협(鄭俠)이 신법 폐지를 외치며 올린 상소 사건에 연루되면서 투옥되기도 했다. 영창부 허전진감을 수행하던 도중에 사표를 내고 퇴직한 후 경성에서 살았다. 부친 안수의 특기인 사 문학 영역에 동참하며 가업을 계승함으로써 사작(詞作)에 출중했고, 사체(詞體)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특히 그 풍격은 안수와 유사하지만 그 조예는 부친을 능가한다. 또한 사작을 통해 그 애정을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가 쓴 소령은 언어가 청려하고 감정이 진지해 당시에 명성이 자자했다. 모든 작품에서 감정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했고 대부분이 애정을 노래하고 있어 북송 완약사(婉約詞)의 주요 작가다. 그의 사작은 《소산사(小山詞)》에 전한다.
안기도는 태생적으로 출신이 양호해, 초반에는 가문의 비호를 받으며 부귀한 생활을 영위했다. 그러나 중년 이후에는 안수의 사망과 함께 집안이 도중에 몰락하면서 빈궁한 처지로 추락했고, 이러한 삶의 변화는 그의 사작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성격이 도도해 빈곤한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연분이라도 이용해 현실을 극복하려 하지 않았는데, 황정견(黃庭堅)은 《소산사》 서문에서 이러한 그의 태도에 대해 어리석다고 언급했다. 또한 안기도는 심원한 감정을 소유하고 있어, 타인이 자신을 배신해도 원망하지 않았고 그 누군가를 한번 신뢰하게 되면 그 신뢰에 대해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그의 심성은 연정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표현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안기도의 사작에는 연정에 대한 심정(深情)과 치정(癡情)이 농후하게 드러난다. 특히 안기도 사작의 핵심은 그가 여성의 심정을 터득한 데 있다. 결국 간절하고 진실한 안기도의 애정 의식이 그 사작의 성공적인 안착을 견인한 것이다. 안기도 사에 용해된 성실한 애정 의식 외에도, 그의 사에 활용된 비애 장치는 안기도 사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안기도의 일생은 ‘소년 다복·중년 불우·만년 빈곤’의 순으로 차츰 쇠잔해진다. 안기도가 유독 그의 삶을 부친 안수가 건립했던 소령의 최고봉을 한 단계 더 향상하는 것에 전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곧, 그의 성정과 정서가 사라는 감정 문학에 확실하게 부합할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일그러진 처지를 사작 속에 일정한 유형으로 제시하면서, 독특한 개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강했던 안기도는 초년의 여유로운 삶에서 익숙해진 사작 활동을 가세가 기운 중년과 말년의 삶까지 가업으로 고수했다. 그리고 그의 성정은 소령의 특징과 정확히 부합했다. 이것이 안기도가 힘든 여건 속에서도 그것을 고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사작의 고수가 단순한 고수가 아닌, 그 삶의 굴곡과 변형으로 전대에는 보이지 않았던 신선하고 개성 있는 풍격과 내용으로 채워져 가작을 생산하며 소령의 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옮긴이
윤혜지
윤혜지는 국립 타이완사범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고려대학교의 외래교수를 거쳐, 현재는 동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Chinese Character Culture Education Using Kunming Daguanlou Changlian : As Provided to Korean Students Majoring in the Chinese Language〉(2025), 〈명·청 시기 안휘 동성의 방씨 여성시 고찰〉(2024), 〈중국 고대 여성 작가의 서호시사〉(2023), 〈중국 산동 지역 여성 작가 시 고찰〉(2022), 〈청대 여시인 서소화의 《서도강시》 제재 고찰〉(2021), 〈원대 문언 필기 소설 《춘몽록》 속 창화시사 시탐〉(2020)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고전 시가이며, 최근에는 중국 고대 여성 문학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홍병혜
홍병혜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배화여자대학교의 겸임교수와 단국대학교 외래교수를 거쳐,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통번역학과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송말기 소령사의 추락과 착지〉(2025), 〈허난설헌의 내방가사에 드러난 중국적 감성지식의 수용 방식〉(2024), 〈안수가 노래한 염정과 한정, 북송의 아사파를 선도하다〉(2023), 〈당송사 유파 형성의 알고리즘〉(2022), 〈화간사인들의 절대감성〉(2021), 〈《화간집》의 제3인자인 이순 사의 고찰〉(2020)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 당·송대의 사 문학 속에 내재한 사인들의 감성에 주목해, 사 문학의 감성을 조명하는 데에 관심을 가지며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차례
1. 서로 만났던 것이 여전히 꿈일까 두렵다네
2. 차가운 밤 부질없이 나를 대신해 눈물을 흘리네
3. 지난해 봄날의 원망이 다시금 밀려오네
4. 붉던 얼굴이 슬며시 흐르는 세월과 함께 변했다네
5. 결국 그 누구도 고통스러운 이 마음을 알지 못한다네
6. 눈물이 옷을 적시려 하네
7. 이 세상 이별의 원망은 언제쯤 그치려나
8. 서로 만날 날이 얼마이겠는가
9. 깨어나니 근심만 가득해 애절한 심정뿐이네
10. 봄날 내내 눈물을 흘리며 처량하다고 말하네
11. 술에서 깨어 오래도록 원망하니 금빛 병풍 안은 텅 비었네
12. 역사에서 가을 꿈을 꾸고 있네
13. 진실로 그대가 가는 곳까지 함께하리
14. 누구와 함께 취해 향을 만끽하리오
15. 반드시 둥근 달과 같기를
16. 술자리 사양하지 마시오
17. 올봄에도 지난봄의 원망이 덜어지지 않는다네
18. 새하얀 부채를 잡아 들자 수심이 생겨나네
19. 누가 갈대 피리로 가을날의 원망을 노래하는가
20. 술잔에 술이 다하니 동쪽 연못에 새벽이 오네
21. 겹겹이 포개진 이른 매화가 온갖 아름다움을 뽐낸다네
22. 봄바람 속에서 취하고 춤추나 누구와 함께하리오
23. 천 줄기의 눈물이 비단 저고리를 적시네
24. 꿈속의 혼은 자주 이별했던 곳으로 가네
25. 눈물 자국이 이미 편지지에 가득하네
26. 이별은 원래 쉬우니
27. 견우와 직녀처럼 기약이 있으리
28. 붉은 연꽃이 어찌 가을을 이겨 낼 수 있으리
29. 가까이 보이는 가을 달도 둥글지 않네
30. 오늘도 무산의 어느 봉우리에 머물겠지
31. 누구에게 의지해 당시의 일을 세세히 말할까
32. 그리움이란 원래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33. 꿈속에서 구속 없이 다님에
34. 달빛 낮게 드리운 가운데 금빛 안장은 끝내 돌아오질 않는구나
35. 돌아갈 날 기약하기 어렵네
36. 무정한 그대는 하늘 끝에서 오히려 돌아오지 않네
37. 해마다 동지면
38. 돌아와 어느 곳에서 그리워하는가
39. 다만 꽃과 달을 마주하니 잘 어울리네
40. 중양절의 슬픈 가을이 마음에 닿지 않고
41. 해마다 평화로워 성은이 가득하네
42. 밝은 달과 푸른 바람이 그대를 떠올리게 하네
43. 그리움 말할 곳 그 어디도 없어
44. 기약이 없으니 이 마음 어찌하나
45. 진정으로 이별은 어려워
46. 만날 수 없음을 안다네
47. 만남은 드물고 이별은 잦아
48. 청상원을 연주하네
49. 언제나 그리움 가득하네
50. 오랜 원망으로 강을 건너 거닐다가
51. 웃음 한 번은 천금의 가치라네
52. 봄날의 원망으로 한이 맺히는데
53. 만나고 헤어짐은 늘 쉽다네
54. 그대의 모습 오래도록 젊지 않고
55. 강남의 소식을 내게 전해 줄까
56. 버들 밖의 나그네 시선이 고개 돌려 멎는 곳
57. 누구와 함께 서쪽 연못에 붉은 꽃이 가득하다고 말할까
58. 가지를 당겨 이별의 말 하던 것을 기억하네
59. 이별의 때는 어디서나 어려우니
60. 무정함에 애간장이 끊어지네
61. 함께 맺은 인연 오래도록 끝나지 않기를
62. 결국 옥침에는 찬 기운만 서리네
63. 화려한 누각의 비와 구름은 의지할 곳이 없네
64. 향기로운 흰 피부가 가벼운 비단 사이로 비치네
65. 버드나무 아래서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네
66. 가련하고 아름다운 모습
67. 서로 만날 기약 없네
68. 영민한 미남 무사 앞에 미녀들이 가득해
69. 봄빛이 예전과 같음을 은근히 기뻐하네
70. 고요한 마음으로 석양을 맞이하네
71. 그날들 눈앞에 여전히 선명한데
72. 지나간 봄날 여전히 그 마음을 담기가 어렵다네
73. 궁녀들은 봄날의 전각에 꽃처럼 기대었고
74. 잠시 왔다 다시 떠나니
75. 마침 그 모습 사랑스러워
76. 비단옷 입은 그대 서쪽으로 출정하니
77. 누가 물 흐르고 꽃 지는 것에 관여할 수 있으리
78. 이 그리움은 어디에서 차오르는가
79. 지친 마음으로 누구를 만날 수 있겠는가
80.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다고 하지 마시길
81. 자줏빛 말은 이전에 노닐던 발자취를 알아
82. 결국에는 마음 둘 곳 없다네
83. 벽을 넘어 엿볼 수 없음을 원망했네
84. 늦게 피는 꽃을 원망하네
85. 만남과 헤어짐을 정할 수 있는 이는 그 누구도 없다네
86. 곡이 끝나자 흐르는 물결처럼 마음이 일렁이고
87. 푸른 경대 앞으로 돌아와 홀로 웃네
88. 그 인연 짧을까 두렵네
89. 옛일은 잊기 어려워
90. 세월은 아랑곳하지 않네
91. 원망이 다시 더하네
92. 그 인연 완전하기 어렵다네
93. 이 젊음이 그냥 가게 하지 마시기를
94. 소식은 드물기만 하네
95. 은근히 돌아올 날 멀었음을 원망하네
96. 아름다운 약속 분명히 있었으니
97. 궁중 연회에는 갈고 소리가 흐르고
98. 섬섬옥수로 열세 개의 현을 튕기니
99. 강남에는 눈 대신 흰 매화꽃이 피니
100. 그대를 기다리며 잠 못 들었네
101. 여기가 바로 근심과 원한이 없는 곳이라네
102. 함께 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네
103. 봄이 왔으나 근심은 여전해
104. 오늘 새로운 노래에 담긴 뜻을 누가 알까
105. 거리의 행인은 한을 안고 떠나네
106. 그리움으로 애달파 붉은 얼굴 사그라지니
107. 떨어진 꽃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취했던가
108. 수심으로 담으니 채 다 그리지를 못하네
109. 작은 편지지에는 그 뜻이 다 담기지 못했다네
110. 그해의 편지에 정은 다 부질없다고 말했는데
111. 진아가 애간장 끊기는 것에 못지않네
112. 사랑이 떠나고 머무는 것 믿기 어려우니
113. 해마다 봄빛은 늘 짧기만 하네
114. 누대 앞 처마에서 자세히 보려 두건을 올리네
115. 오늘 밤도 오지 않아 그리워할 뿐이라네
116. 꿈이라도 꾸지 않으면 어찌하리
117. 슬픈 노래로 내 마음을 헤집지 말기를
118. 몰래 그리워하네
119. 꽃은 피었으나 여전히 말이 없어
120. 기쁜 마음은 구름과 같아 진실로 박정하고
121. 지난해 오늘은 함께 왔었는데
122. 늦은 가을이면 노쇠해 안쓰럽겠지
123. 가무를 감상하는 마음 술 취한 신선과 같네
124. 이별이 아쉬워 좋은 밤에 취하니
125. 아쉬운 이별의 마음을 시로 쓰며 좋은 밤에 취하고
126. 꽃이 필 때 오래도록 취한다네
127. 봄날 내내 눈물 흘리며 처량하다고 말하네
128. 눈썹이 지워져 노래도 안 되네
129. 나그네 옷은 길에서 먼지와 함께하는데
130. 해마다 푸른 강둑에서 서로 만나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서로 만났던 것이 여전히 꿈일까 두렵다네
채색한 소매를 들어 은근히 술을 받들어 올리니,
그때 몹시 마시고 얼굴이 붉어졌네.
누대의 달이 버드나무 아래까지 드리우도록 춤을 추고,
도화 그려진 부채 아래에 바람이 다하도록 노래를 불렀다네.
이별한 후,
서로 만났던 일 떠올리며,
몇 번이나 꿈속에서 그와 함께했는지!
오늘 밤 다시 은빛 등잔을 잡고 비춰 보는데,
서로 만났던 것이 여전히 꿈일까 두렵다네.
鷓鴣天
彩袖殷勤捧玉鍾, 當年拚却醉顔紅. 舞低楊柳樓心月, 歌盡桃花扇底風.
從別後, 憶相逢, 幾回夢魂與君同. 今宵剩把銀釭照, 猶恐相逢是夢中.
36. 무정한 그대는 하늘 끝에서 오히려 돌아오지 않네
길 위에 어슴푸레 버들개지 날리고,
진달래 속에서 두견새 울고 있네.
해마다 어찌 된 일인지 돌아가지 않고,
달을 원망하고 근심 속에 오래도록 슬퍼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인가?
장맛비 가늘고,
새벽바람 약하게 부는데,
누대에 기대어 이를 들으며 옷자락을 적시네.
옛 정원에 많은 꽃들 여러 번 졌지만
무정한 그대는 하늘 끝에서 오히려 돌아오지 않네.
鷓鴣天
陌上濛濛殘絮飛, 杜鵑花里杜鵑啼. 年年底事不歸去, 怨月愁煙長爲誰.
梅雨細, 曉風微, 倚樓人聽欲沾衣. 故園三度群花謝, 曼倩天涯猶未歸.
99. 강남에는 눈 대신 흰 매화꽃이 피니
강남에는 눈 대신 흰 매화꽃이 피니,
강남의 객이 매화를 떠올리네.
옛날 서로 만나던 일 여전히 기억하는데,
옅은 안개 속과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였다네.
매화는 언제나 때가 되면 피고,
활짝 피어나면 돌아올 날 가까운 것이라네.
멀리 떠난 이 그리워 누각에 오르자,
저녁 구름 속에 기러기가 낮게 나네.
菩薩蠻
江南未雪梅花白, 憶梅人是江南客. 猶記舊相逢, 淡煙微月中.
玉容長有信, 一笑歸來近. 懷遠上樓時, 晚雲和雁低.
101. 여기가 바로 근심과 원한이 없는 곳이라네
말을 타고 달리다 봄 풍경에 사로잡혀,
동쪽 성의 남쪽 길까지 이른다네.
봄날의 그리움은 구름처럼 어지럽고,
세속의 감정은 버들 솜처럼 가벼우니 개의치 마시기를.
예로부터 헛된 명예를 좇다가 잘못된 이 많았으니,
헛된 명예에 속지 말아야 하네.
그대에게 권하노니 자주 취하러 오기를,
여기가 바로 근심과 원한이 없는 곳이라네.
玉樓春
雕鞍好爲鶯花住, 佔取東城南陌路. 盡教春思亂如雲, 莫管世情輕似絮.
古來多被虛名誤, 寧負虛名身莫負. 勸君頻入醉鄉來, 此是無愁無恨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