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개방’이 낳은 사유의 빈곤에 맞서다
전통과 교육으로 다시 세우는 ‘고귀한’ 사회
사람들은 온라인상의 모든 정보와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어떤 형태든 개인이 원하는 대로 산다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교육 역시 취업과 실용성에 매몰되면서 인문학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앨런 블룸이 진단한 ‘미국 정신의 종말’은 이런 우리 사회에도 유효한 시사점을 던진다. 블룸은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개방과 존중만을 외치는 가치 상대주의와 인간을 좁고 사적인 영역으로 축소하는 허무주의에 맞선다. 고귀함을 지향하며 전통과 인문교양교육을 다시 세우려 분투한다. 이러한 블룸의 비전에서 건실한 교육과 문화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앨런 블룸’이라는 현대 사상가와 그의 주저 ≪미국 정신의 종말(The Closing of the American Mind)≫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열 가지 키워드로 해설한다. 블룸이 말하는 ‘미국 정신’이란 무엇이고 그것의 상실이 문화와 가족, 대학에 어떤 위기를 불러왔는지 자세히 살필 수 있다. 또한 다양성과 자유가 진지한 사고를 거부하는 경향으로 변질된 과정과 이에 맞서 지적 탐구와 철학적 고민의 장을 다시 열 방도도 탐색할 수 있다. 블룸을 따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되살려 보자.
앨런 블룸(Allan Bloom, 1930∼1992)
미국의 정치철학자이자 고전학자다. 현대 미국 고등교육과 문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시카고대학교에서 당대의 중요한 정치철학자 레오 스트라우스의 지도 아래 서양 고전 사상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학교, 예일대학교, 코넬대학교, 토론토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셰익스피어의 정치학에 관한 저술을 남겼고 플라톤의 ≪국가≫, 루소의 ≪에밀≫을 번역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들 번역서를 영어권에서 가장 원문에 충실한 번역 중 하나로 평가한다. 1987년 대표작 ≪미국 정신의 종말≫을 출판했다. 이 책은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며 거의 1년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200자평
앨런 블룸은 현대 고등교육과 문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정치철학자다. 진지한 사고를 거부하는 가치 상대주의와 인간 영역을 축소하는 허무주의에 맞서 전통과 인문교양교육을 재건하려 분투했다. 고전 읽기와 대학 교육으로 젊은이들의 정신을 자양하려 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에 바탕을 둔 건실한 교육과 문화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지은이
김상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사우스다코타주립대학교에서 인간발달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교육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이며, 한국교육철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윌리엄 제임스가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지혜≫(2025), ≪교사의 권위에 대한 역사적 전개와 전망≫(공저, 2024), ≪교육과 정치 그 오래고 익숙한 관계≫(공저, 2021) 등이 있다. 역서로는 ≪민주주의와 교육≫(2026)이 있다. “국가의 교육권과 부모의 교육권에 대한 고찰: 자사고 제도를 중심으로”(2018), “부모의 자녀교육권에 대한 고찰”(2017), “존 듀이의 자유주의 개념의 재구성: 한국 사회와 교육에 주는 시사”(2017), “듀이의 교육이론에 나타난 교사중심성에 대한 연구”(2012) 등 4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고귀함을 향한 갈망
01 미국의 정신
02 상대주의
03 다양성과 평등
04 허무주의
05 대중문화
06 가족
07 외로운 개인
08 대학
09 인문교양교육
10 민주주의
책속으로
이 책의 목적은 ‘앨런 블룸’이라는 현대 사상가와 그가 저술한 ≪미국 정신의 종말≫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능한 한 쉽게 소개하는 데 있다. 한국 사회도 경쟁적 환경, 과도한 개방, 특히 온라인에서의 개방을 배경으로 블룸이 염려했던 가치 상대주의(value relativism)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 젊은이들은 온라인상의 모든 정보와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어떤 형태든 개인이 원하는 대로 산다면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교육 역시 취업과 실용성에 매몰되면서 인문학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 말로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대학 안에서도 인문학이 설 곳을 잃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블룸의 진단과 대안은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_“고귀함을 향한 갈망” 중에서
현대 사회에 남아 있는 가치는 개방뿐이다. 과거에 개방은 인간의 이성을 사용해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고 인간의 삶에서 보편적인 선을 추구하기 위한 허용을 의미했다. 그러나 세대가 변화하면서 개방의 의미도 달라졌다. 오늘날의 개방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허용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무절제한 개방의 결과로 개인이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공적으로 공유되는 목표나 비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진지하게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거부한다. 결국 옳은 것, 보편적인 선, 의미 있는 것과 같은 가치가 아니라 개방에 관한 것이 중요해졌다.
_“02 상대주의” 중에서
대학이 본래 목적을 상실한 모습은 대학이 점차 직업을 위한 준비만을 중시하는 곳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블룸에 따르면 현대의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공동체라기보다 특정 전문직으로 진출하기 위한 통로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교육과정도 직업적 효율성과 기능 습득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학생들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도록 요구받는다. 그 결과 전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학문, 특히 인간의 삶이나 가치 그리고 목적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하는 인문교양 분야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실질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쉽게 간주된다.
_“08 대학” 중에서
블룸은 민주주의가 다양성을 저해하는 방식 세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민주주의는 과거의 체제를 잘못된 것으로 보거나 민주주의에 이르기 위한 중간 단계로 봄으로써 과거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즉 민주주의의 한계를 과거 체제나 전통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차단한다. 둘째, 민주주의 사회는 민주주의의 원칙이나 대중의 힘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것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깊이 이해하고 보완할 수 있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셋째, 민주주의는 유용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실생활에는 직접적으로 유용하지 않지만 지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을 민주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_“10 민주주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