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배지에서 피어난 163수의 시, 변방 우루무치를 살아 있는 역사로 기록하다!
청나라 건륭제 시절,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학자로 칭송받던 기윤(紀昀)은 45세의 나이에 기밀 누설죄로 1만 리 밖의 낯선 땅, 우루무치로 유배를 떠난다. 중원의 지식인들에게 서역, 즉 신강은 야만의 땅이자 문명과 단절된 유배지였다. 출세 가도를 달리던 그에게 닥친 이 가혹한 형벌은 단순한 징벌이 아니었다. 건륭제는 이 문사를 통해 자신이 10년간 공들여 개척한 신강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 했고, 기윤은 황제의 숨은 의도를 꿰뚫어 보았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우루무치 잡시》다. 기윤은 유배객의 우울과 비탄에 잠기는 대신, 냉철한 관찰자이자 기록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3년여의 유배 생활 동안 우루무치의 웅장한 자연 풍광과 독특한 풍속, 산물, 경제 활동, 농사, 전대의 역사까지 생생하게 시로 담아냈다. 163수의 시는 단순한 찬양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우루무치를 그려 낸 살아 있는 인문 지리서이자 역사서다.
그의 시에는 낯선 이방의 땅을 탐구하는 지식인의 호기심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 이는 훗날 “우울한 기색 없이 우렁찬 기운이 넘치며, 직접 목격한 사실을 바탕으로 한 귀중한 기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에 출간되는 《우루무치 잡시》는 국내 최초의 완역본이다. 가경 17년(1812)본 《기문달공유집》을 저본으로 삼고 다양한 판본을 교감하여 원작의 의미를 충실히 되살렸다. 청나라 전성기, 변방 우루무치의 생생한 모습과 그 시대를 살았던 한 지식인의 비범한 통찰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청대 역사와 서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더없이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200자평
청나라 최고의 문장가 기윤(紀昀)이 유배지 우루무치에서 남긴 《우루무치 잡시》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다. 45세에 낯선 서역으로 유배된 그는 좌절 대신 냉철한 관찰자가 되어, 그곳의 독특한 풍광과 풍속, 역사를 163수의 시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단순한 감상이 아닌 18세기 신강의 살아 있는 인문 지리서이자 역사서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 이 책을 통해, 변방을 기록한 대학자의 비범한 통찰과 당대의 생생한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지은이
기윤
기윤(紀昀, 1724∼1805)은 청대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유머 대사다. 호는 효람(曉嵐), 자는 춘범(春帆), 만년에는 석운(石雲), 관혁 도인(觀奕道人), 고석 노인(孤石老人), 다성(茶星), 기하간(紀河間)이라 불렸고 시호는 문달(文達)이다. 그는 옹정(雍正) 2년(1724) 6월 15일 오후 직례성(直隷省) 하간부(河間府) 헌현(獻縣)의 최이장(崔爾莊) 대운루(對雲樓)에서 출생해 가경(嘉慶) 10년(1805) 2월 14일 향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기윤이 태어나던 날 밤에 조부 기천신(紀天申)은 한 줄기 불빛이 대운루 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고 했고, 항간에서는 배, 대추, 밤, 과일 등을 수시로 들고 다니면서 먹는 그의 식습관을 보고 그가 원숭이 요정(猴精)이 변해 태어난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기윤은 아홉 살 때 이미 동자시(童子試)에 참가해 각종 재주를 드러냈으며, 훗날 건륭 21년(1756)에 진사에 급제한 뒤 한림원 편수관(編修官)으로 관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귀주(貴州) 도균부(都勻府) 지부(知府)를 거쳐, 한림원 시독학사(侍讀學士)를 지냈다.
옮긴이
고진아
고진아(高眞雅)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 고전 시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 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전 시에 나타난 옛 문화와 옛사람들의 의식이 갖는 현재성을 탐구하고 이를 현재의 삶과 연결해 더 나은 미래를 구성하는 데 일조하는 인문학을 연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두보와 두시의 사랑의 역사》, 《중국문학의 전통과 변용》(공저), 《屈原·楚辞在韩国的受容现象考索与研究》(공저), 《이야기로 보는 중국기예》(공저), 《Anthology for love : 중국 고대 운문 93수》(공역) 등이 있다.
차례
자서
잡시 1
잡시 2
잡시 3
잡시 4
잡시 5
잡시 6
잡시 7
잡시 8
잡시9
잡시 10
잡시 11
잡시 12
잡시 13
잡시 14
잡시 15
잡시 16
잡시 17
잡시 18
잡시 19
잡시 20
잡시 21
잡시 22
잡시 23
잡시 24
잡시 25
잡시 26
잡시 27
잡시 28
잡시 29
잡시 30
잡시 31
잡시 32
잡시 33
잡시 34
잡시 35
잡시 36
잡시 37
잡시 38
잡시 39
잡시 40
잡시 41
잡시 42
잡시 43
잡시 44
잡시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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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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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49
잡시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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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52
잡시 53
잡시 54
잡시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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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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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59
잡시 60
잡시 61
잡시 62
잡시 63
잡시 64
잡시 65
잡시 66
잡시 67
잡시 68
잡시 69
잡시 70
잡시 71
잡시 72
잡시 73
잡시 74
잡시 75
잡시 76
잡시 77
잡시 78
잡시 79
잡시 80
잡시 81
잡시 82
잡시 83
잡시 84
잡시 85
잡시 86
잡시 87
잡시 88
잡시 89
잡시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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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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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99
잡시 100
잡시 101
잡시 102
잡시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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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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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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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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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111
잡시 112
잡시 113
잡시 114
잡시 115
잡시 116
잡시 117
잡시 118
잡시 119
잡시 120
잡시 121
잡시 122
잡시 123
잡시 124
잡시 125
잡시 126
잡시 127
잡시 128
잡시 129
잡시 130
잡시 131
잡시 132
잡시 133
잡시 134
잡시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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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 137
잡시 138
잡시 139
잡시 140
잡시 141
잡시 142
잡시 143
잡시 144
잡시 145
잡시 146
잡시 147
잡시 148
잡시 149
잡시 150
잡시 151
잡시 152
잡시 153
잡시 154
잡시 155
잡시 156
잡시 157
잡시 158
잡시 159
잡시 160
잡시 161
잡시 162
잡시 163
《우루무치 잡시》를 읽고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는 직접 변방에 가 보고서야 보고 들은 것을 모아 글을 지어서 장차 온 천하에 웅대한 천자의 위엄과 덕을 알려 주고 싶었다. 이곳은 먼 변방 지역으로, 사막, 파미르고원, 설산 등은 예로부터 황제의 명성과 가르침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사짓고, 우물을 만들고, 금(琴)을 타고,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마을이 되고, 춤 노래 주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는데, 이 시들을 통해 끝없이 잘 알려지기를 진실로 바라는 바다. 이 시는 등불 아래서 술 마시는 친구들의 이야깃거리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 〈자서〉에서
잡시 4
구름 나부끼며, 비 부슬부슬 오는데,
여름날 서재에 앉아 주렴을 말아 올리네.
삼십 리 밖 푸른 산을 바라보니,
이미 눈이 모든 봉우리 끝에 내려앉았구나.
流雲潭沱雨廉纖, 長夏高齋坐卷簾.
放眼靑山三十里, 已經雪壓萬峰尖.
성안의 여름은 아주 뜨거운 데 반해 산속은 기후가 오래도록 춥다. 매번 성안에 비가 지나간 후 멀리 바라보면 첩첩산중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城中夏日頗炎燠, 山中則氣候長寒. 每城中雨過遥見層巒叠嶂積雪皓然.
잡시 12
큰 물줄기가 한번 들이치자 샘물이 졸졸 흘러,
춘산을 가르니 백 길 샘물 솟아나네.
이도하진에서 친히 말 멈춰 보고서야,
비로소 세상에 누사전(漏沙田)이 있음을 알았네.
長波一瀉細涓涓, 截斷春山百尺泉,
二道河旁親駐馬, 方知世有漏沙田.
이도하진(二道河鎭)에 처음에는 둔전병 100명을 두었다. 나중에 밭에 물을 뿌리자 물이 마르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잔에서 물이 새어 나가는 것 같아 민간에서는 이를 누사전이라고 했다. 이에 둔전병을 베쉬발릭(Beshbalik) 삼대진(三臺鎭)의 여러 둔진에 나누어 배치했다. 황하(黃河)의 지하수가 다시 땅 밖으로 샘솟아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으나, 그 땅에 직접 가서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모래밭은 물을 저수할 수 없기 때문에 물이 이 땅에 이르면 바로 모래 바닥으로 샌다. 그래서 반드시 단단한 흙이 있어야만 모래가 쌓일 수 있다. 물이 단단한 흙에 이르면 흙을 따라 넘쳐흘러 많이 모이는데, 물이 모이다 보면 위로 샘솟아 오른다. 이는 땅의 지세 때문에 그런 것이지 물의 성질 때문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이에 함께 이곳에 기록한다.
二道河初設屯兵百名. 後其田澆水則涸, 如漏卮然, 俗謂之漏沙. 乃分移其兵於三臺諸屯. 黃河伏流, 再湧出地, 初莫明其所以然, 迨履視其地. 始悟沙田不能貯水, 故水至卽下漏沙底. 必有堅土乃能積沙. 水至堅土, 仍循而橫流, 畜水既多, 仍聚而上湧. 乃地勢, 非水性也. 並識於此.
잡시 33
감시 초소 사방으로 늘어선 봉수대,
반은 황폐한 길 지키고, 반은 요충지를 지킨다네.
유독 산 남쪽만은 바람 불고 눈 내린 뒤,
군영을 옮겨 남은 겨울 보내게 하네.
戍樓四面列高烽, 半扼荒途半扼沖.
惟有山南風雪後, 許教移帳度殘冬.
감시 초소 네 곳을 두어 달아난 죄수를 체포하는 일을 관리하고 있다. 그중 홍산저(紅山咀)와 베쉬발릭은 모두 요충지에 있고, 타분타라해(他奔拖羅海)와 이랍리극(伊拉里克)은 모두 외진 작은 길에 위치해 있다. 이랍리극 감시 초소는 10월이 지나면 광풍이 불고 대설에 막혀 사람들이 다닐 수 없다. 국경 수비대 역시 주둔하기가 어려워 홍산저로 이동해서 남은 겨울을 보내게 했다.
卡倫四處以詰捕逃. 一曰紅山咀, 一曰吉木薩, 皆據要衝, 一曰他奔拖羅海, 一曰伊拉里克, 皆僻徑也. 其伊拉里克卡倫, 十月後卽風狂雪阻, 人不能行. 戍卒亦難屯駐, 許其移至紅山咀, 以度殘冬.
잡시 41
날품팔이꾼이 마당에 와서 보리를 터느라 수고하는데,
왼손에는 과자와 떡을 쥐고 오른손에는 솔잎주 들고 있네.
품삯이 한 말 값이라 돈 세기도 바빠,
산단 사람 아전 채씨의 품삯 따위는 가소로울 따름이네.
客作登場打麥勞, 左攜餅餌右松醪.
雇錢斗價繁籌計, 一笑山丹蔡掾曹.
보리타작할 때 반드시 품팔이꾼을 고용해야 하는데, 품팔이꾼을 필요로 하는 데가 너무 많아, 보리 가격으로 품삯을 치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인방(印房)의 아전 채씨가 보리를 심었는데, 보리 가격은 30냥이고 품삯은 35냥이라 이래저래 대책이 없었다. 내가 5냥을 주는 것보다 보리농사를 줄이는 것이 낫다고 말하자, 다들 포복절도했다.
打麥必倩客作, 需客作太多, 則麥價至不能償工價. 印房蔡掾種麥, 估値三十金, 客作乃需三十五金, 彷徨無策. 余曰不如以五金遣之, 省此一事, 衆爲絕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