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 시대, 왜 은유 정보 처리인가?
AI의 시대라 불릴 만큼 AI는 일상과 산업 전반에 깊이 스며들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처럼 추론, 계획, 학습, 문제 해결 등의 정신적 능력을 수행한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생성, 프로그래밍, 번역, 작곡, 그림,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수준의 결과물을 낸다. 특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GPT-4는 미국 의사시험, 공감과 윤리 문제에서도 인간을 능가하기도 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AI의 ‘유추’와 ‘은유’ 처리 능력이다. AI는 사람처럼 비유적 표현을 해석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으며, “시간은 자원” 같은 은유를 적절히 분석해 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은유를 이해하는지를 되묻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인간의 은유 정보 처리 방식, 뇌과학적 접근, 문자 언어와의 차이, 인지 언어학 이론 등을 종합적으로 탐구한다. 은유는 단순 수사가 아닌 인간 사고의 핵심이며,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분석 주제가 되고 있다.
200자평
인간이 은유 표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언어심리학자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살펴보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어떻게 활동하는지 알아본다. 나아가 생성형 인공지능이 은유마저도 집어삼킬 수 있을지 최근 연구들을 중심으로 검토해 그 미래를 가늠한다.
지은이
최원일
최원일은 광주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에서 인지심리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인스티튜트 오브 마인드 앤드 브레인(Institute of Mind and Brain),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의 센터 포 마인드 앤드 브레인(Center for Mind and Brain)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2016년부터 광주과학기술원에서 학생들에게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간의 언어, 인지, 감정의 정보 처리 과정을 알아보는 것이며, 최근에는 심리학자로서 AI를 비롯한 비인간들과 인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보는 데도 관심을 두고 연구를 수행 중이다.
차례
AI 시대, 왜 은유 정보 처리인가?
01 인간의 언어 정보 처리
02 언어 정보 처리 연구 방법론
03 문자 의미와 비유 의미의 처리
04 은유의 이해 1: 개념적 사상 이론
05 은유의 이해 2: 구조적 유추 접근
06 은유의 이해 3: 범주화 접근
07 은유의 이해 4: 은유의 경력 가설
08 은유의 뇌 과학
09 문학에서의 은유
10 생성형 AI로 은유 연구하기
책속으로
대화 시 어떤 발화에 적용되는 규칙과 관련하여 중요한 이론 중 하나는 언어 철학자 폴 그라이스가 제시한 대화 격률(conversational maxims) 이론이다. 그라이스는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질(quality)의 격률은 사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양(quantity)의 격률은 새로운 정보를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방법(manner)의 격률은 가능한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계(relation)의 격률은 지금 이루어지는 대화 주제와 관련된 발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03_“문자 의미와 비유 의미의 처리” 중에서
구조적 사상 이론에서 흥미로운 점은 두 개념 사이의 관련성을 찾을 때 개념 간 속성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관계의 유사성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꿈은 씨앗이다’라는 은유를 생각해 보면 둘 다 현재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자라거나 이루었을 때 큰 성취가 된다는 속성이 유사하기도 하지만, 씨앗도 뿌리는 사람이 있고, 꿈도 꾸는 사람이 있으며, 씨앗이 열매가 되고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꿈을 가진 사람과 씨앗을 뿌린 농부가 모두 큰 성취감을 맛본다는 측면에서 두 개념이 각각 다른 대상과의 관계가 유사하기도 하다.
-05_“은유의 이해 2: 구조적 유추 접근” 중에서
AI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AI는 무수한 데이터에서 잠재적인 패턴을 추출하는 일에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이 따라잡을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생산한 방대한 은유 표현을 학습하고, 그 속에서 존재하는 잠재적인 규칙을 발견한다면 은유의 의미 파악을 넘어서 은유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겠지만, 인간 수준의 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10_“생성형 AI로 은유 연구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