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말하는 기계, 고백하는 인간
기계가 언어를 생성하는 시대에 인간 정체성과 신앙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고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AI 언어가 인간의 말과 유사한 형태로 생산되는 오늘, 우리는 언어의 고유성이 흔들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로고스 개념과 기독교 신학의 말씀 이해를 토대로, 인간 언어와 기계 언어의 본질적 차이를 분석한다. 또한 스티글레르, 해러웨이, 라투르의 기술 철학을 경유하여 인간과 기술의 혼성 시대를 진단한다. 나아가 책임 윤리, 청지기적 분별, 공동체적 기준이라는 세 축을 통해 신앙 공동체가 취해야 할 실천적 방향을 제시한다. 기술을 거부하거나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인간성과 신앙의 고유성을 지키는 길을 모색하는 사유의 기록이다.
200자평
기계가 언어를 생산하는 시대, 인간의 정체성과 신앙은 어디에 서 있는가. 로고스 전통을 바탕으로 인간 언어와 AI 언어의 차이를 성찰하고, 책임 윤리와 공동체적 분별을 통해 신앙의 고유성을 지키는 길을 모색한다. AI문고.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서유진
로드앤로드 미니스트리의 대표이며 사단법인 동서지행의 연구원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패션디자인 석사학위(M.S.)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 정보통신부 산하의 유비쿼터스 웨어러블 컴퓨터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트렌드 및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목회자가 된 이후로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 석사학위(M.A.)를 받았고, 신약학 박사과정(Ph.D.)을 수료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의 총회교육자원부에서 일했다. 주요 저서로 《메타버스 시대의 말씀양육: 말씀밥 프로젝트》(2021), 《새로운 제자훈련 시리즈》(2024) 등이 있고, “《GPL》 공과 교육내용 분석: 타이쎈의 근본모티브에 기초한 성경요목 분석을 중심으로”(2019) 등의 논문을 썼다.
이은정
세종대학교 언어연구소 연구원이다. 동서지행포럼 내 융복합인문연구 및 시민인문학팀에서 학문의 사회적 실천에 참여하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번역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앙대학교 교양대학 및 안양대학교 영미언어문화학부에서 시간강사로 활동했다(2020∼2024). 2023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교수 B유형에 선정, “남북한 감각언어 번역 전략과 A.I.번역활용가능성 연구: 의성어/의태어를 중심으로”를 수행하였다. 2024년 “북한의 교육주체와 문학번역담론의 재생산: 《베니스의 상인》을 중심으로”, 2025년 “북한의 관용어구 번역에 나타난 종교 담론의 리프레이밍” 선정 과제를 수행 중이다. 주요 저서에는 《Routledge Handbook of East Asian Translation》(2024 공저). 《청소년의 마음을 키우는 인문학 선물》(2024 공저), 《우니쉬로 읽는 성경: 디모데전후서·디도서》(2025 공역)《우니쉬로 읽는 성경: 고린도전후서》(2025 공역), 《우니쉬로 읽는 성경: 사도행전》(2025 공역),《올해 나는 소설 쓴다》(2020 번역) 등이 있다. “Resolving Pronoun Ambiguity: Comparing Bible translation in English and an Artificial Auxiliary Language, Journal of Universal Language”(2025) 등 다수의 논문을 등재학술지에 게재했다.
이종선
성균관대학교 유학과에서 “수기안인의 내재적 초월성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춘천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를 비롯하여 연세대 원주의대 등에서 외래교수를 지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과를 졸업하고, 은진교회에서 발달장애인 예배를 담당하였다. 현재는 송파교회에서 사역을 하며, 사단법인 동서지행포럼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최병화
현재 주와길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으며,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와문화 박사과정(Ph.D.)을 수료했다. 사단법인 동서지행 연구원 및 로드앤로드 미니스트리 연구원, 청년성경연구모임 비튠 공동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서울백병원 원목사역과 I.R.B.(생명윤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였으며, 영락교회, 거룩한빛 광성교회, 고척교회, 산성교회 등에서 사역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에서는 “‘제자의 윤리’에 관한 연구: 본회퍼를 중심으로” 논문을 통해서, 최우수 논문상(기독교와문화전공)을 수상했다. 주요 저서로는 《새로운 제자훈련 시리즈(가이드북, 워크북1, 워크북2)》(2024)가 있으며, 소논문으로는 “사도신경의 한글 번역의 역사 연구”(2017)가 있다.
차례
AI 시대, 언어와 정체성의 재구성
01 AI 시대의 언어, 그 경계 위에서
02 의미의 산란과 번역의 저항
03 《장자》의 기심(機心) 윤리
04 테크네와 인간성, 자연에 반하다
05 기술의 판단과 책임의 윤리
06 가상현실과 성경 속 환상
07 가상현실과 성경 속 환상 2: 정체성과 사명
08 AI와 창조의 질서: 피조물의 경계
09 AI와 윤리신학의 재편
10 AI 시대 속 인간다움의 회복
책속으로
데리다(Derrida, 1992)는 “바벨탑으로부터(From Des Tours de Babel)”에서 번역의 불완전성을 통해 언어 권력의 해체를 논한다. 원천 언어의 중첩된 의미를 풀어내고 번역어로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언어에 내재한 권력도 해체된다고 본 것이다. 풀린 언어 조각들은 상이한 사회 문화적 맥락, 즉 다른 시공간 속으로 들어가면서 새로운 의미가 덧입혀지고 원천 언어와 동일하게 재조립되지 못하게 되면서, 권력 또한 원래 힘을 회복하지 못한다. 그는 구약 성경 11장에 수록된 바벨탑 신화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01_“AI 시대의 언어, 그 경계 위에서” 중에서
《장자》가 거듭 강조한 것은 ‘자연’과 ‘인위’의 구별이다. 자연은 본래 그러한 것이며, 인위는 목적을 가지고 계산하여 행하는 모든 행위다. 인위적 삶은 결국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 불안을 증폭시킨다. 반대로 무위(無爲)는 억지로 꾸미지 않고 스스로 그러함을 따르는 태도다. 이때 가장 주의해야 할 마음이 바로 기심(機心)이다. 기심은 말 그대로 기계적이고 계산적인 마음, 즉 유용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천지(天地)〉 편의 노인 일화가 이를 잘 보여 준다. 우물에서 물을 긷는 노인에게 제자 자공이 두레박을 소개하자, 노인은 이를 거절하며 말한다. 기계를 쓰면 마음이 기계에 매이게 되고, 그러한 마음이 가슴에 차면 순박함이 사라져 도가 깃들 수 없다는 것이다.
-03_“《장자》의 기심(機心) 윤리” 중에서
그렇다면 환상은 가상현실이라 말할 수 있을까? 또는 환상은 가상현실과 유사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사실 환상은 하느님의 말씀을 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환상이 하느님의 계시 자체는 아니다. 하느님의 계시는 오직 말씀이며 환상은 그 말씀이 임하는 자리 또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환상은 하느님의 메시지 전달을 위한 매개체이고 도구다. 이와 유사하게 가상현실 역시 체험의 ‘내용’ 자체가 될 수 없다. 그것은 그저 우리에게 어떠한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존재한다. 그렇게 볼 때 가상현실과 환상은 모두 ‘전달의 공간’ 또는 ‘연결의 공간’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메시지 전달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 곧 현실 속에서 구현되는 감각의 연결을 통해 메시지가 오고 가는 공간이 바로 가상현실이다.
-06_“가상현실과 성경 속 환상” 중에서
AI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인식해 왔던 윤리의 한계를 경험하게 한다. 인간중심의 윤리는 인간이 근본이 되어 모든 것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인식들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기독교 윤리는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 주고 있다.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시작된 기독교 윤리는 복잡한 논의들을 단순하게 접근하게 해 준다. AI를 인간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 이전에,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재설정하게 해 준다. 더 나아가 기독교 윤리는 AI 기술에 대해서, 단순히 기술적 발전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창조주 하느님과의 관계성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도덕적 책임, 사랑이라는 신학적 가치와 함께 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게 해 준다.
-09_“AI와 윤리신학의 재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