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와 프랑스 시문학의 만남: 디지털 시대, 창작과 감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프랑스 시문학은 오랜 시간 형식과 표현의 혁신을 통해 발전해 왔으며,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인공지능(AI)의 부상은 그 흐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본 글은 전통적 시 창작 방식에서 디지털 및 AI 기반 창작 방식으로의 변화 과정을 조망하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문학 연구와 시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층 분석한다.
19세기 말 랭보, 말라르메, 아폴리네르 등은 시의 언어와 시각성을 실험하며 전통적 의미 구조를 해체했고, 20세기 울리포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활용한 규칙 기반 창작을 시도함으로써 창작 방식의 다양성을 확장했다. 이어 등장한 ‘구체시’와 ‘하이퍼텍스트 시’, ‘전자문학’은 독자의 참여와 디지털 매체 활용을 통해 시의 형식과 감상 방식을 변화시켰다.
특히 21세기 들어 AI와 자연어 처리 기술의 발전은 시 창작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GPT 같은 언어 모델은 시를 생성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는 시인의 창작 주체성과 독자의 역할, 문학적 의미 생성 방식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프랑스 디지털 시는 텍스트, 이미지, 소리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적 경험을 창출하고 있으며, AI는 창작의 협력자 또는 독립적 주체로까지 논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프랑스 시문학은 기술과의 지속적 접점을 통해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AI 시대에도 시적 상상력의 지평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200자평
프랑스 시문학은 20세기부터 실험적 내용과 형식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했으며, 이후 수학적 규칙과 알고리즘을 활용한 창작 실험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결합하면서 전자문학과 하이퍼텍스트 시학으로 확장되었고, 그 결과 시 창작의 개념과 방법이 더욱 다양해졌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독립적인 창작자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인간 창작자와 협력하는 방식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의 정체성과 창작 행위의 개념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지은이
곽민석
중앙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랑스 파리4대학(파리-소르본)에서 “랭보의 일뤼미나시옹 시집에 나타난 시적 현대성” 논문으로 프랑스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프랑스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최근에는 현대 사회의 다문화ᐨ다매체 주제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파괴와 창조의 방랑시인 랭보》(2014), 《프로메테우스 시인 랭보》(2018), 《초연결 시대의 문화 정체성과 다양성: 프랑스의 다문화 정책과 한국의 길》(2025), 번역서로 《랭보 시선》(2012), 《지옥에서 한 철/투시자의 편지》(2023), 《소크라테스의 죽음》(2024) 등이 있다. 또한 “프랑스 현대시의 시적 《다시쓰기 réécriture》”, “랭보와 라포르그 시 세계에 나타난 시적 파괴와 혁신”, “광기 개념과 현대적 글쓰기 주체”, “프랑스 ‘세속주의(라이시테)’와 ‘다문화주의’의 상호작용에 대한 사회-문화적 분석”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프랑스 시의 패러다임의 전환
01 프랑스 시의 전통과 변화
02 산문과 자유시
03 칼리그람: 시의 시각화 그리고 시적 실험
04 울리포와 문학적 제약
05 포스트모던과 키치
06 전자문학과 하이퍼텍스트 시학
07 AI와 자동 시 창작
08 알고리즘과 AI 시의 미학
09 AI와 시적 주체의 해체?
10 디지털 뮤즈의 시대
책속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칼리그람의 원리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부츠(Philippe Bootz)나 티보르 파프(Tibor Papp) 등의 디지털 시인들은 텍스트의 움직임, 상호작용성, 멀티미디어 요소를 활용하여 칼리그람의 시각적 원리를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현대 시각 시 생성 실험이 진행되며, 아폴리네르의 칼리그람 원리를 알고리즘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1917년 아폴리네르가 예견한 ‘시의 기계화’가 AI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03_“칼리그람: 시의 시각화 그리고 시적 실험” 중에서
울리포의 실험적 문학 개념은 디지털 시대의 문학적 창작 방식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현대의 인공지능(AI) 기반 텍스트 생성 모델은 알고리즘적 연산을 통해 새로운 문장을 창출하는데, 이는 울리포가 추구했던 체계적 제약과 조합 원리와 유사한 개념을 반영한다. 울리포의 ‘안티ᐨ우연(anti-hasard)’ 원칙은 AI 기반 문학 창작에서 알고리즘적 통제와 창의적 변이 간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와 유사하다. 실제로 몇몇 회원들은 프로그래밍과 디지털 문학 실험에 직접 참여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AI 시 생성 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울리포 회원이자 알라모(ALAMO) 회원인 폴 푸르넬(Paul Fournel) 등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를 창작하는 실험을 시도하였고, 이는 현대의 GPT 기반 시 생성 시스템의 원형적 형태로 볼 수 있다.
-04_“울리포와 문학적 제약” 중에서
현대 프랑스 전자문학과 하이퍼텍스트 시학은 AI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자연어 처리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한 생성적 시스템은 텍스트의 가변성과 상호작용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으며, 이는 전자문학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알라모(ALAMO) 연구팀은 수학적 구조와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문학 창작 실험을 통해 AI 시대의 전자문학에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문학 창작에서 AI의 역할을 탐구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문학적 기법과는 다른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AI의 발전은 전자문학을 더욱 혁신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며, 문학의 형식과 향유 방식을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06_“전자문학과 하이퍼텍스트 시학” 중에서
현대 프랑스의 AI 시 창작자들은 이러한 미학적 도전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부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창작의 협력자로 재정의하며, ‘증강된 창의성(creativite augmentee)’의 개념을 발전시킨다. AI를 창작의 동반자로서 활용하는 이러한 접근법은 AI가 창작 과정에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며, 인간과 기계 간의 협업이 새로운 형태의 창의적 결과물을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이들은 알고리즘의 한계와 오류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글리치 시학(poetique du glitch)’을 탐구한다. 글리치 시학은 알고리즘의 오류나 불완전한 결과물을 시적 표현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미적 경험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AI 시의 불완전성과 예기치 않은 결과들이 오히려 창의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08_“알고리즘과 AI 시의 미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