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상인간과 인간, 공존의 심리와 사회를 묻다
가상인간을 단순한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사회적 존재로 바라본다. 영화 〈Her〉나 음성 에이전트 서비스에서 보듯 인간은 이미 가상인간을 대화 상대, 조력자, 심지어 감정적 교감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심리, 사회적 행동, 문화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열 가지 질문으로 탐구한다. 가상인간의 외형과 감정 표현,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과정, 자율성과 정체성에 대한 인식, 공감과 유대 형성, 권위적 역할 수행 등 다양한 맥락을 분석하며, 인간이 비인간 대상을 어떻게 의인화하고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준다. 교육·상담·엔터테인먼트·산업 현장에서 가상인간이 실질적 주체로 활동하는 현상도 다루며, 기술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생태적 관점에서 성찰한다. 가상인간 시대를 앞둔 독자에게 인간다움과 공존의 의미를 묻는다.
200자평
가상인간이 인간과 유사한 사회적 존재로 자리 잡는 과정을 열 가지 질문으로 탐구한다. 감정·정체성·윤리·관계 형성 등 심리와 사회 전반의 변화를 조망하며 공존의 길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총서. aiseries.oopy.io에서 필요한 인공지능 지식을 찾을 수 있다.
지은이
사영준
서강대학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부교수다.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과 통계학을 전공해 학사 학위를 받았고, KAIST에서 문화기술학 석사,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정보미디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학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디지털 미디어 심리학, 소셜미디어 분석 등 기술과 인간 행동 간의 접점을 탐구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가상인간 등 디지털 미디어와 첨단 융합 기술이 사회적 상호작용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교육과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차례
가상인간과의 상호작용
01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가상인간
02 가상인간 마음 읽기
03 가상인간의 도덕적 권리와 책임
04 가상인간에 대한 귀인
05 가상인간과 현실 공유
06 가상인간과의 사회적 비교
07 가상인간과의 관계 형성
08 가상인간과 공통의 정체성 형성
09 권위를 얻은 가상인간
10 가상인간 상호작용 다이내믹스
책속으로
결론적으로, 불쾌한 골짜기는 단순히 인간과 닮은 외형 때문이 아니라, 그 외형에서 인식된 특성이 사용자의 기존 기대와 불일치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초기 연구들은 로봇이나 가상인간의 외형적 유사성이 불쾌감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았으나, 최근 연구들은 여기에 더해 대상의 자율성, 감정 표현 여부,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대 수준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특정 맥락에서 로봇의 감정 표현은 불쾌감을 줄이는 반면, 예기치 않은 자율성은 오히려 거부감을 증폭시킬 수 있음이 밝혀졌다.
-01_“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가상인간” 중에서
또는 가상 대상에게 특정한 사회적 정체성이 부여되었을 때, 그 정체성이 사용자 자신의 소속 집단과 대립하거나 위협이 된다고 인식될 경우, 사용자는 해당 가상 존재에 대해 노골적인 혐오 표현이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이는 가상인간이 실제 인간과 유사한 사회적 정체성을 지닌 존재로 인식될수록, 사용자로부터 현실의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반영한 비인격적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방식은 가상인간을 단지 기술적 대상이 아닌 감정이 없는 존재로 전제한 채, 함부로 다루어도 무방하다는 인식을 반영하며, 결과적으로 비인격적 대우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03_“가상인간의 도덕적 권리와 책임” 중에서
한편, 외모나 소비생활뿐 아니라 감정적, 사회적 차원에서도 비교는 발생한다. 최근 일부 가상인간은 사용자와의 감정 교류를 목적으로 설계되어, 마치 ‘감정을 지닌 존재’처럼 행동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가상인간 ‘루이(Lui)’는 자신만의 가치관과 성격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긍정적인 태도와 공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팔로워들의 정서적 반응을 끌어낸다. 이러한 가상인간을 접한 일부 사용자들은 “루이처럼 항상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나는 왜 저런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할까”라는 식의 감성적 비교를 경험한다. 이처럼 감정 표현이나 대인관계 능력까지 비교 대상이 될 경우, 사용자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거나 자기 효능감이 저하될 수 있다.
-06_“가상인간과의 사회적 비교” 중에서
특히 가상인간이 인간의 역할을 부여받아 평가와 판단을 수행하는 주체로 기능할 경우, 그 존재가 점하는 사회적 지위에 따라 사용자 반응은 현저히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한 알고리즘이라 하더라도, 단순한 조력자 역할을 할 때는 비교적 수월하게 수용되지만, 면접관, 판사, 교사와 같이 인간을 평가하거나 통제하는 상위적 위치를 맡게 되면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거리감은 크게 달라진다. 이처럼 알고리즘이 ‘판단의 주체’로 기능할 때, 그 결정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개인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며,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유발된다.
-09_“권위를 얻은 가상인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