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SF 소설, 과학기술 시대의 상상력과 윤리를 잇는 교육 콘텐츠
SF 소설은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로,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인문과학 전반에 걸쳐 과학적 개연성을 갖춘 이야기다. 라투르는 현대 사회의 전략적 장소가 실험실이라 보며, 우리는 과학기술 산물 속에서 ‘변화 중인 삶’을 살고 있다고 본다. SF는 이 실험실의 산물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우회적으로 기술사회의 논쟁과 사회적 약자 문제를 드러낸다. 윤리적 논쟁과 삶의 가치에 대한 물음은 SF의 핵심이다. 좋은 SF는 과학적 상상과 문예적 상상을 결합해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인간을 구원하기도 하지만 억압하기도 하며, 독자는 SF를 통해 ‘좋은 삶’에 대한 담론을 비판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
또 SF는 과학기술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 콘텐츠로 기능한다. 과학기술이 주는 편리함과 함께 발생하는 사회·윤리적 문제를 SF는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SF는 미래를 단순히 희망적으로 그리지 않고, 예언처럼 상상하며 성찰을 유도하는 텍스트다. 기술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며, 미래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을 경계하게 한다. SF의 낯설게 하기 기법은 독자에게 익숙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이는 비판적 이해와 좋은 삶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SF는 융합 교육의 도구로서, 문학·과학·사회·윤리적 관점의 통합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며, 질문과 해석, 토론을 통해 독자의 창조적 사고와 윤리적 실천을 돕는다.
책의 구성과 실천적 활용
SF 소설은 융합적 사고를 훈련시키고, 과학기술 시대의 인간적 가치와 윤리적 실천을 교육 목표로 삼는다. 그리고 일반 문학과 다른 독법으로 읽어야 장르의 본질이 이해된다. 이 책에서는 SF 소설 읽기에서 비판적 질문과 다관점 분석을 통해 학습자의 리터러시 역량을 키우는 법을 살핀다. SF 소설의 개념과 역사, SF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 SF 소설 읽기 방법, 지도 실천까지 폭넓게 다루어 청소년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지도 또는 융합 교과 지도를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힘을 길러 준다.
200자평
SF 소설은 리얼리즘 소설의 한계를 넘어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 세계의 낯섦은 현실 세계의 익숙함을 전복하고 지금-여기를 돌아보게 한다. SF 소설 읽기는 지금-여기 우리의 삶과 미래 세계의 좌표를 조망하도록 돕는다. 책은 교사가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 지도 또는 융합 교과 지도를 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독자가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힘을 길러 준다.
지은이
김정숙
현재 살레시오 교육영성센터 강사, (사)엠에이피 교육공작소 이사로 활동 중이다.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청소년,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독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국제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그리고 인천시교육청 위탁 독서프로그램 연구의 연구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건국대학교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가톨릭대학교에서 일반대학원 독서학과 석사,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독서교육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 “질문생성을 통한 비판적 읽기 강화 방안 연구”(2016), 학술지 논문 “과학소설에 나타난 인조인간의 의미와 그 교육적 유용성”(2021), 박사 논문 “융합적 사고를 위한 SF 소설 읽기 지도 모형 개발 연구”(2023)가 있다.
차례
SF 소설이 좋은 삶을 묻다
01 SF 소설의 장르적 성격
02 SF 소설을 읽어야 할 시대적 이유
03 SF 소설의 읽기 방법
04 SF 소설, 문학적 관점으로 읽기
05 SF 소설, 과학적 관점으로 읽기
06 SF 소설, 사회문화적 관점으로 읽기
07 SF 소설, 윤리적 관점으로 읽기
08 SF 소설과 융합적 사고
09 SF 소설 읽기 지도 모형
10 SF 소설 읽기 실제
책속으로
폴 프라이(Paul H. Fry)는 텍스트와 독자가 ‘협업’의 관계라면 좋은 텍스트는 독자를 끊임없이 세우고 안락한 지대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고 말한다(Fry, 2012). 좋은 텍스트에서 발견하는 ‘인지적 낯섦’도 그러하다. 과학적 상상이 조성한 ‘낯섦’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과학기술’이 아니다. 과학기술 현상 뒤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존재’의 의미다.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고 ‘좋은 삶’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것, 이것이 SF 소설의 읽기 지도에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 xiv쪽
SF 소설에서 실험의 원동력은 서사에 있다. SF 서사는 현실과 다른 삶의 조건을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독자는 기존 소설을 읽을 때와는 다른 독법을 써야 한다.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낯선 사회문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이런 세상이 가능한가? 미래에 이런 사회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가? 가능하다면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존재 가능성이 없는 사회라면 우리는 그 사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왜 이 인물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가? 인물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 사회는 변화될 수 있는가? 있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여러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질문과 대답들은 마치 실험실의 실험자가 ‘실험 보고서’의 어느 한 페이지를 작성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 4~5쪽
SF 소설을 읽어야 할 시대적 이유는 SF 소설에 나타나는 갈등이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SF 소설에 나타나는 사회적 삶은 고도의 구조적 얽힘으로 인해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하여도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속성을 보인다. 게다가 대부분의 SF 서사는 해피엔딩으로 향하지 않는다. 능동적인 독자들은 대체로 이런 경우 머릿속에서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할 것이다. 만약에 이 일이 현실이라면, 만약에 이렇게 바뀔 수 있다면, 만약에 좋은 삶을 위해서라면…. 이러한 사고실험의 경험은 현실 세계에서도 유용하다.
– 17~18쪽
박신희는 사회 구성주의 관점에서 과학을 바라보면, ‘과학적 소양’은 과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과학적 소양’은 시민의 참여 정도, 과학과 일상의 관련성 인식, 정체성의 구성과도 관련이 있다(박신희·김찬종, 2022). 소설 속 삶의 방식이 그 사회의 과학기술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인식하는 힘, 이것을 과학적 소양이라 한다면, 이 과학적 소양은 SF 소설을 활용한 읽기에서 얻을 수 있는 역량이다. 따라서 과학적 상상력과 과학 간의 상호침투성은 독자의 과학적 소양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 45쪽
SF 소설에 나타나는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습이나 상식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SF 소설에 나타나는 삶의 문제들이 우리에게 매우 낯선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학습자의 분석적 사고가 필요하다. 분석적 사고는 소설에 나타나는 사회상이나 인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여서 복잡다단한 세계의 삶의 문제를 명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렇게 발견된 삶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는 비판적 사고 전략도 개입한다. 이 비판적 사고력과 관련하여 김영채는 문제 해결 과정에는 창의적 사고만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전략이 상보적 관계를 이루면서 그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한다(김영채, 2013).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SF 소설 읽기에서 융합적 사고가 발현되는 읽기 과정에는 분석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 74~75쪽